"한국 의학 교육 위기" 국제학술지에 호소한 서울대 의대생들

"우린 6개월째 휴학 중" 랜싯에 기고문 게재

이미지는 본문 내용과 무관함[사진출처=연합뉴스]

서울대학교 의대생들이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기고문을 올려 의대 증원 사태를 해외에 알렸다.

서울대 의대에 재학 중인 신동진씨와 신동주씨는 지난달 29일 의학 학술지 랜싯(lancet)에 실린 '6개월째 한국 의대생은 휴학 중'이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정부가 지난 2월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의대생 95% 이상이 1년간 휴학하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7월 기준 전국 의대생 1만8218명 중 495명(2.7%)만 수업에 출석하고 있으며, 의대 본과 4학년생 가운데 5.3%만 올해 의사 국가시험에 지원했다는 통계도 덧붙였다.

전국 주요 의대가 2학기 개강을 했지만,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율은 저조한 상황이다. 서울대 수강 신청 현황을 보면 올 가을학기 위대 개설된 전공필수 강의 37개 수강 비율(정원 대비 현원 비율)은 35.6%로, 의정 갈등을 겪기 전인 지난해 가을학기의 전공필수 36개 수강 비율(89.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열람실에 가운이 놓여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저자들은 이 같은 상황이 의료교육 질 저하로 연결될까 우려했다. 이들은 "내년엔 신입생과 복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게 돼 1학년생 수가 두 배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의대 증원은 교육 인프라에 과부하를 일으키고 의대 교육의 질을 저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 중인 시위와 정부의 대응은 한국 의학 교육 시스템이 위기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높은 의료 수준을 유지하려면 신속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들은 "패키지에는 임상 수련 과정을 거쳐야 진료면허를 발급하고 건강보험 급여 항목과 비급여 항목을 혼용하는 혼합진료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미래 진료 환경에 불확실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