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법원 '대통령에 VIP 격노설 사실조회' 신청 수용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재판하는 중앙지역군사법원이 박 대령 측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을 받아들였다.
3일 오후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박 대령의 7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박 대령 측의 사실조회 신청을 검토한 결과 이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사실조회는 사실상의 서면조사와 유사하다. 다만 신청받는 당사자가 이에 답해야 할 강제성은 없다.
재판부가 일부 인정한 윤 대통령 상대 사실조회 요청 내용은 ▶지난해 7월 31일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는 취지 발언을 했는지 ▶같은 회의에서 '수사권이 없는 해병대 수사단에서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1사단장(임성근) 등을 형사입건한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지 등이다.
또 ▶지난해 7월 31일 대통령실 내선번호 '02-800-7070' 전화를 이용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휴대전화로 전화했는지 ▶했다면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도 윤 대통령에게 물을 수 있게 됐다.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윤 대통령에게 직접 사실관계에 대해 공식 질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사실조회 신청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답변을 하지 않아도 된다. 윤 대통령은 최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격노설 관련 질문에 "'왜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을 해서 이런 인명사고가 나게 하느냐'라고 국방부 장관을 질책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재판부는 'VIP 격노설'의 진위를 묻는 비슷한 취지로 박 대령 측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해병대 정훈공보실장 등에 대해 제출한 사실조회 신청도 받아들였다.
이날 재판에는 이종섭 전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장관은 채상병 사건 기록의 경찰 이첩 보류를 자신이 직접 지시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전 장관은 이첩 보류 지시에 대해 "(해병대 수사단이 혐의자로 포함했던) 여단장과 초급 간부들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고, 법무관리관 의견도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의견을 듣고 싶어 이첩을 보류해야겠다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진희 당시) 군사보좌관이 이첩을 조금 연기해도 되겠다는 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오전 공판에 증인으로 나왔던 박진희(육군 소장) 전 군사보좌관은 자신이 군사보좌관실 소속 소령급 법무장교에게 물어본 결과 초급간부 등에 대한 혐의 적용이 과하며, 이첩 보류가 가능하다는 말을 들어 장관에게 전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전 장관은 '02-800-7070' 번호로 걸려 온 전화에 대해 통화 상대와 내용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채상병 사건과 관련된 통화였는지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을 포함해 대통령 참모 누구와 어떤 대화를 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향후 대통령과 국무위원의 업무 소통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더 중요한 것은, 이첩 보류 지시는 제가 판단해서 제가 결정한 것"이라며 "누구와 전화를 어떤 내용으로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어떤 전화든, 그 전이든 이후든, 대통령실 누구로부터도 이 사건 처리와 관련해서 구체적 지시나 지침을 받은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령의 상관 명예훼손 혐의 피해자로 적시된 이 전 장관은 박 대령의 형사처벌 여부에 대한 의견을 밝히면서 "제 개인적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군의 기강과 군 조직 차원에서 보면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본인이 반성하는 모습은 전혀 없다"며 처벌을 원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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