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中, 무역불균형 해소하라"…아프리카의 고민, 작심토로
아프리카 국가 중 중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중국에 '무역불균형 해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간 중국은 미국과 전략 경쟁에서 아프리카를 비롯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와의 관계를 적극 활용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 만큼 이런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을 경우 '반중 정서'만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중국 내에서 나온다.
2일 남아공 대통령실에 따르면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양자 무역이 증가하는 것을 보고 있지만, 앞으로 무역적자를 줄이고 무역구조를 개선하고 싶다"고 양국 간 무역불균형 시정을 촉구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이 오는 4~6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참석을 계기로 방중한 만큼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변한 목소리"란 평가가 나온다.
남아공은 지난해 중국에 약 125억 달러(약 16조7562억원)를 수출했다. 그런데 수입 규모는 2배 많은 약 250억 달러(약 3조3495억원)에 달했다.
남아공을 필두로 아프리카 내에선 중국이 이같은 무역불균형 해소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시 주석은 2021년 11월 30일 화상으로 열린 중·아 협력포럼 장관급 회의에서 "앞으로 3년간 아프리카로부터 수입 총액 3000억 달러(약 402조원) 달성에 힘쓰겠다"고 했지만,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현실은 녹록치 않다. 경제 부진으로 중국의 자금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대중국 부채는 점점 쌓여가고 있다. “다싸비(大撒幣)”로 불리는 ‘인민폐 외교’가 지속가능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2013년부터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프로젝트 명목으로 아프리카에 7000억 달러(약 939조원)를 투자했다. 이와 관련, AFP 통신은 "케냐의 미완성 철도, 지부티의 해군기지, 모잠비크의 아프리카 최장 현수교, 보츠와나의 구리광산, 석탄과 청정에너지 투자 등이 자금난과 부채, 환경 등 요인으로 현지에서 난관에 부닥쳤다"고 전했다.
시 주석이 이날 라마포사 대통령의 요구에 글로벌사우스의 저력을 거론하며 '남남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중·아 협력포럼은 남남 협력의 모범이자 국제사회와 아프리카의 협력을 이끄는 깃발"이라며 "국제 정세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사우스는 독립 자주와 단결 협력을 토대로 공평하고 정의로운 세계를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전략 경쟁 구도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미국이 아닌 중국을 지지해 줄 것을 촉구한 것이다.
시 주석은 이날 남아공 외에도 민주콩고·말리·코모로·지부티·에리트레아·토고·세이셸·기니 등 9개국 정상과 만났다. 3일 오전엔 케냐·차드·말라위 정상을 비롯해 무사 파키마하맛 아프리카연합(AU) 위원장 등과 회담을 이어갔다.
중국 측은 53개국이 참석했던 2018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은 해외 정상이 올해 포럼에 모였다고 밝혔다. 단, 대만의 수교국인 에스와티니(구 스와질란드)는 참석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오는 5일 개막식 연설을 통해 아프리카에 대한 대규모 지원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포럼 때는 600억 달러(약 80조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었다. 경제 침체에 빠진 중국이 제시할 지원 규모가 주목받는 이유다. 이와 관련, 도이체벨레(DW)는 "회담 결과로 채택될 '베이징 선언'에 기존의 인프라(사회자본) 건설 대신 '작지만 아름다운' 프로젝트로 분류되는 태양광·전기차·5G 와이파이 건설에 주력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오랜 기간 아프리카 외교에 힘써왔다. 1950~60년대 비동맹 외교로 다진 대아프리카 외교력은 71년 대만을 대체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의 발판이 됐다. 중국 외교부장은 91년부터 34년째 새해 첫 순방지로 아프리카로 찾는 전통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 통과된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 결의 24조항에선 "세계에서 가장 발달하지 못한 국가를 상대로 일방적인 개방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아프리카 저개발국을 대상으로 외교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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