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아픈데 어디로…” 응급상황 직면한 응급실

윤일선,서승진,박재구 2024. 9. 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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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에 사는 박모(33)씨는 3일 "아이가 39도에 달하는 고열과 기침 증세를 보이며 응급실을 찾는데 호흡기 진료를 하지 않았다"며 "39도 이상의 열이 경미한 증상으로 간주돼 속상했다"고 전했다.

실제 영남 지역 어린이 전문병원인 양산 부산대어린이병원은 3일부터 소아응급실 호흡기 진료를 무기한 중단했다.

최근 코로나19과 백일해 등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면서 소아응급실 내 호흡기 진료 수요가 급증한 상황이지만 의료진 부족으로 병원 측은 이 같이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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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문이 닫힌 충북 충주시 건국대 충주병원 응급실 앞으로 환자가 걸어가고 있다. 이 병원은 응급실 전문의 7명 중 5명이 사직하면서 이날부터 응급실을 제한 운영하기로 했다. 평일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는 운영하지만, 야간과 주말에는 문을 닫는다. 연합뉴스


경남 양산에 사는 박모(33)씨는 3일 “아이가 39도에 달하는 고열과 기침 증세를 보이며 응급실을 찾는데 호흡기 진료를 하지 않았다”며 “39도 이상의 열이 경미한 증상으로 간주돼 속상했다”고 전했다. 같은 지역에 사는 김선정씨는 “19개월 된 아이가 밤에 열이 나도, 응급실 우선순위가 낮아 긴급하게 처리되지 않을까 봐 불안하다”며 “아픈 아이를 어디로 데려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영남 지역 어린이 전문병원인 양산 부산대어린이병원은 3일부터 소아응급실 호흡기 진료를 무기한 중단했다. 최근 코로나19과 백일해 등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면서 소아응급실 내 호흡기 진료 수요가 급증한 상황이지만 의료진 부족으로 병원 측은 이 같이 결정했다.

호흡기 진료 무기한 중단과 함께 현재 부산대어린이병원 소아응급실은 의료진 부족으로 병원 일과시간 이후와 주말·공휴일에는 초음파와 영상 검사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앞서 경기도 고양에선 응급실 11곳에서 이송 거부를 당한 28개월 여아가 한 달째 의식불명에 빠진 상태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일산동구에서 28개월 된 A양이 열경련이 와 위급한 상황이라는 내용의 119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당국은 서울과 경기지역 병원 응급실 11곳에 수용할 수 있는지 문의했으나, 곤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A양 부모가 119에 신고한 지 1시간 5분이 지나서야 A양은 12번째 병원인 인천 인하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의식불명에 빠져 약 한 달째인 이날까지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가 3일 전국 주요 대형병원 응급실 현황을 조사한 결과 야간 진료 중단 등 파행을 겪고 있는 응급실은 총 6곳이었다. 구체적으로 강원대병원과 세종충남대병원, 건국대충주병원, 아주대병원, 이대목동병원, 부산대어린이병원 등이었다.

강원도 춘천 강원대병원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환자들은 전날 밤 의사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다른 병원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날 오후부터 응급의료센터가 성인 야간 진료를 중단해서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미처 몰랐던 환자들의 방문이 계속 이어졌다. 다리를 다친 40대 환자와 가족들은 이날 오후 8시30분쯤 응급실을 찾았다가 1분도 채 안 돼 발길을 돌렸다. 환자 가족은 “딸이 다리를 다쳐서 응급실에 왔는데 성인 야간 진료는 안 된다고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지난 1일부터 야간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다. 지난달에는 매주 목요일 응급실을 축소 운영했지만 이달부터는 아예 야간진료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건국대충주병원 응급실도 평일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는 운영하지만, 야간과 주말에는 문을 닫는다.

아주대병원은 5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전 7시부터 다음날인 금요일 오전 7시까지 24시간 16세 이상 성인 환자의 경우 심폐소생술(CPR)을 필요로 하는 등의 초중증 환자만 받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4일부터 강원대병원과 이대목동병원, 세종충남병원에 군의관을 추가로 배치하기로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열고 “건국대충주병원 운영 제한에 대비해 충북대병원에 군의관을, 충주의료원에 공보의를 배치해 진료 차질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춘천·고양=윤일선 서승진 박재구 기자 news82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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