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장 후보인가 목사인가

복건우 2024. 9. 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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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 "진화론 과학적 증명 없어" "동성애는 공산혁명 수단"

[복건우 기자]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입장과 역사관 논란 등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과거 자신의 차별금지법 관련 발언에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 후보자는 기어코 침묵했다. 그러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에는 공개적으로 반대 뜻을 밝혔다.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담은 인권위원장 후보의 '어록'이 야당 의원들의 질타와 함께 국회에서 쏟아졌다.

"차별금지법은 하나님께서 남녀를 창조했다는 성경적 세계관과 창조 질서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항문암·A형간염 같은 질병의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

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안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위 발언이 인권위 권고 대상인지 물었다. "그 부분은 논란이 많이 있습니다만..." 이후 회의장에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안 후보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지금 이 시대는 동성애 같은 인간의 죄악된 본성도 인권이라고 포장한다."

추 의원은 위 발언이 인권위 권고 대상인지도 물었다. 안 후보자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첫 번째 발언은 지난 6월 출간된 안 후보자의 저서 <왜 대한민국 헌법인가>에서, 두 번째 발언은 안 후보자가 속했던 기독교법조인단체 '복음법률가회' 누리집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안 후보자의 거듭된 침묵과 함께 추 의원의 질의가 끝난 뒤 안 후보자가 내놓은 답변은 정작 인권위가 그동안 제정을 권고해 온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 의견이었다.

"여태 인권위에서 특히 차별금지법과 관련해선 제대로 된 반대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 위원장이 된다면 모든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합리적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

▲ 신장식 “차별금지법 반대한 나라 공산주의 국가 됐냐?”는 질문에 안창호 후보자의 답변은? ⓒ 유성호

안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바탕해 인권을 해석하는 듯한 발언으로 야당 의원들의 숱한 비판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개인의 종교관이 공직 업무 객관성을 훼손해선 안 된다"라며 의원들의 지적에 거듭 선을 그었다. 추 의원은 앞선 발언들이 "혐오와 편견을 드러내어 인권위원장으로서 심각하게 부적합하다"라며 "인권위가 여기에 어떤 판단을 내릴지 물었는데 안 후보자는 엉뚱한 답변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양당 의원들의 질의가 거듭되자 안 후보자는 반대 뜻을 더 분명히 밝혔다. 안 후보자는 "한쪽에서 반대 의견이 심각하게 제기되는 사안을 밀어붙이면 우리 사회 전반의 분열과 갈등의 원인이 된다"라며 "상반된 의견이 있으면 충분히 듣고 숙고해 공공의와 공공선을 추구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성적 지향이란 개념에는 단순히 동성애뿐만 아니라 수간(동물과 성관계) 하물며 기계간(기계와 성관계) 개념도 있다"라며 성적 지향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성년 성매매' 변호 이유 "피의자 아버지 잘 알아"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안 후보자의 성인지 감수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헌법재판관 퇴임 후 변호사 시절 유명 골프 리조트 회장 아들의 미성년 성매매와 불법촬영 혐의 사건을 변호한 사실에 대해 안 후보자는 "피의자 아버지를 잘 알았다", "부당한 주장을 하지 않았다" 등 성폭력 문제에 안이한 인식을 드러냈다.

이날 노종면 민주당 의원이 해당 사건을 변호한 이유를 묻자 안 후보자는 "피의자 아버지를 잘 알았다"라며 "피고인의 방어권은 헌법적으로 보호되는 인권이다. 제가 변론하면서 부당한 방법으로 사건을 수임하거나 부당한 논리를 전개하면서 피고인을 변호한 사실이 없다"라고 답했다. 이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안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과 다르지 않았다.

노 의원은 저서 <왜 대한민국 헌법인가>에서 안 후보자가 "신체 노출과 그에 따른 성 충동으로 성범죄가 증가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 부분을 언급하며 "성인지 감수성이 매우 떨어지는데 그렇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안 후보자는 "이런 인식이 왜 성범죄를 두둔하는 것이냐. 저는 변론에서 부당한 주장을 하지 않았다"라고 부인했다. 인권 감수성이 결여된 공직 후보자라는 지적에 안 후보자는 구체적인 답변 대신 반박을 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전관예우에 대한 후보자의 견해를 묻고 있다.
ⓒ 유성호
운영위원 중 유일한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서미화 민주당 의원은 국회에 종이 서류 형태로만 자료를 제출한 안 후보자의 인권 감수성을 지적했다. 서 의원은 "오늘에서야 자료를 제출하면서 그것마저 종이로만 주시면 시각장애인인 저는 자료에 전혀 접근할 수 없다. 파일로 제출해 주시길 요청드린다"라며 "인권위원장이 되겠다는 분이 장애 인권 인식 부족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어 참 안타깝다"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안 후보자는 의원들의 질문에 "진화론에 대한 과학적 증명이 없다고 생각한다", "창조론과 진화론은 과학적 근거보단 믿음의 문제다", "동성애가 공산주의 혁명의 핵심 수단이라는 주장의 가능성이 제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등 종교적 신념에 기반하는 듯한 답변을 쏟아냈다. 이날 안 후보자가 국회에서 남긴 어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많은 나라에서 성적 지향이란 개념은 단순히 동성애뿐만 아니라 수간 하물며 기계간 이런 여러 개념까지도 나아간다."

"현재 상태의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합리적인 비판까지도 법적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안이다."

"(신체 노출과 그에 따른 성 충동으로 성범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인식이 왜 성범죄를 두둔하는 것이냐."

"진화론에 대한 과학적 증명이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창조론도 진화론도 단순한 믿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동성애가 공산주의 혁명의 핵심 수단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여러 상황을 비추어 볼 때 가능성이 제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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