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엔진 소재가 침대 스프링에? 에이스 제친 시몬스의 1등 굳히기 전략

오삼권 2024. 9. 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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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기 이천시 시몬스 팩토리움에서 열린 뷰티레스트 론칭 10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안정호 시몬스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안 대표는 신소재 기술로 업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시몬스

“신소재가 도입된 반영구 매트리스는 향후 100년을 선도할 또 한 번의 혁신입니다.”

안정호 시몬스 대표가 3일 경기 이천시 시몬스 팩토리움에서 열린 뷰티레스트 론칭 10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7월 출시한 신제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뷰티레스트는 1925년 미국 시몬스가 론칭한 인기 매트리스 콜렉션이다. 스프링을 개별 주머니로 감싸 흔들림을 줄인 포켓 스프링 기술이 적용된 게 특징이다. 안 대표는 “100년 전 기술 혁신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것처럼 이번엔 바나듐 소재 스프링으로 업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했다.

시몬스는 뷰티레스트에 바나듐 스프링을 적용해 소음을 줄이고 내구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바나듐은 탄성과 내구성이 우수해 항공 엔진 등에 특수 소재로 쓰인다. 시몬스 관계자는 “바나듐 스프링은 20만 번 이상 압축하는 내구성 테스트를 1000만 번 이상 진행해도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내구성이 우수하다”며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한 스프링“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10일 시몬스가 새로 출시한 뷰티레스트 라인업. 시몬스의 새 라인업엔 바나듐 포켓 스프링이 적용돼 내구성이 강화됐다. 사진 시몬스
시몬스는 프리미엄 신제품을 앞세워 업계 1위 굳히기에 나선다. 지난해 시몬스는 사상 최대 매출 3138억원을 기록하며 에이스침대(3064억원)를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다. 1000만원 이상의 고가 제품이 월 평균 300개 이상 팔리며 실적을 이끌었다. 안 대표는 “상반기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더 성장했다”며 “하반기에도 신제품 라인업이 출시 이후 두 달 동안 1만 개 이상 팔리며 성과가 좋다”라고 말했다. 연간 실적 전망을 묻는 질문엔 “끝까지 가봐야 알 것”이라며 “업계 순위보단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기업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박경민 기자


형제간 불붙은 침대 경쟁


지난해 ‘동생’ 시몬스에 1등을 뺏긴 ‘형’ 에이스침대는 올해 1위 탈환을 노린다. 고(故) 안유수 에이스침대 창업주는 1993년 미국 시몬스의 한국 법인 상표권을 인수해 2001년 차남 안정호 대표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장남 안성호 대표에겐 2002년 에이스침대 경영을 넘겨주며 형제간 경쟁이 시작됐다. 늘 업계 1위를 지키던 에이스침대는 지난해 깜짝 실적을 기록한 시몬스에 밀려 처음으로 2위로 내려왔다.

올해의 승부처는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꼽힌다. 에이스침대는 프리미엄 체험 매장 ‘에이스 스퀘어’를 늘리고 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에이스 스퀘어는 상반기 6곳에 문을 열었고 하반기엔 추가로 2곳이 더 생긴다. 에이스는 ‘침대는 과학’이라는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해 고급 이미지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2월 디지털 콘텐트 시리즈 ‘침대는 왜 과학일까’를 온라인에 공개했고 지난달엔 배우 박보검을 앞세운 새로운 광고를 공개했다.

지난 7월 10일 재단장해 문을 연 에이스 스퀘어 청담점. 소비자들은 층 별로 마련된 쇼룸에서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경험할 수 있다. 사진 에이스침대

공격적인 마케팅 이후 에이스침대는 올해 상반기 매출 1620억원, 영업이익 35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2.3%, 52.9% 오른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시몬스는 신제품 출시로 성장세를 이어가려고 하고, 에이스침대는 고급화 전략으로 2년 연속 역성장했던 흐름을 반전시키려고 한다”며 “업계 1위를 두고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비 시장이 양극화되는 상황에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일수록 고가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분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침대 시장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소비자와 프리미엄 제품 소비자로 나뉘고 있는 것”이라며 “시몬스, 에이스침대처럼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기업들은 고가 시장을 향하고 있고, 잘 알려지지 않은 신생 브랜드는 가성비 소비층을 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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