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현대차가 모터쇼 대신 선택한 이곳... 자동차 없이도 ‘우글우글’

편은지 2024. 9. 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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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WSCE) 참가
로봇부터 AAM까지… 그룹 스마트시티 역량 총동원
현대차그룹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 부스 전경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스마트시티를 주제로 하는 전시회에 돌연 등장했다. 제네바 모터쇼, 상하이 모터쇼, 재팬 모터쇼, 독일 IAA(프랑크푸르트 모터쇼) 등 지난해 쏟아진 수많은 유명 모터쇼에는 불참하고, 자동차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 부스를 꾸린 것이다.

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월드 스마트 시티 엑스포(WSCE)'에서 본 현대차그룹 부스는 자동차 하나 없이 다양한 '기술'들로 가득 차 있었다. 캡슐, 컨테이너 박스 모양을 한 이동수단부터, 헬기를 연상시키는 작은 모형 등이 공간을 메웠다. 현대차가 WSCE에 참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스 구성을 살펴보니 올 1월 CES(국제가전박람회)에서 공개한 다양한 분야의 기술들이 구체화된 모습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CES에서 자동차 하나 없이 로봇, AAM, 수소 등의 미래 사업을 중심으로 부스를 꾸려 관심을 모은 바 있다.

WSCE는 스마트시티와 관련된 최신 기술, 정책 및 솔루션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아태지역 최대규모의 글로벌 엑스포다. 사실상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추진해왔던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하는' 기술들을 공개하기에 최적의 자리인 셈이다.

김흥수 현대차그룹 글로벌 전략 오피스(GSO) 부사장은 "현대자동차 그룹은 도시의 공간을 분리해서 사람 중심의 지상, 기능 중심의 지하로 분리하고 각기 다른 역할을 부여해서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현재 기능을 위해서 쓰이고 있는 많은 공간을 사람들에게 돌려주고자 한다"며 "그룹 주요 솔루션이 집대성된 스마트시티의 실증을 활발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형 모빌리티 '다이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현대차그룹의 WSCE 부스는 자동차 한 대 없이도 수많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부스 내에는 '스마트시티', '미래도시'에서 적용될 생소한 교통수단들이 자리했다. 자동차에 국한되지 않고 교통약자, 어린이, 반려동물 등 다양한 승객에게 맞춰진 이동수단들이 도시를 누비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그려볼 수 있다.

부스 '교통'존에서 마주한 개인형 모빌리티 '다이스(DICE)'는 AI를 기반으로 개인에게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기술을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퍼스널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내부에 한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마련돼있고, 겉으로 보기엔 캡슐 호텔처럼 생겼다. 하지만, 내부에 앉으면 3면으로 둘러 쌓인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다 몰입도 높은 이동 경험을 할 수 있다.

공공 모빌리티 시스템 '스페이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다이스 옆에 위치한 '스페이스'는 교통약자를 위한 신개념 모빌리티다. 컨테이너박스 처럼 생겼지만,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있도록 완만하고 넓은 입구를 가졌다. 휠체어는 물론 반려동물, 노약자 까지 편하게 승하차할 수 있는 지상고 제어 기능 덕분이다. 내부로 들어서니 높이가 낮은 의자, 높은 의자, 휠체어 의자 등 어떤 승객이 타더라도 만족할 수 있는 최적화된 공간이 펼쳐졌다.

현대차 부스 내에서 만난 관계자는 "서울 시내 대중교통이 잘 돼있지만, 교통약자가 타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스페이스가 상용화된 교통수단은 아니지만, 다인승 대중교통에서 제약없이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축약해 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AAM(미래항공 모빌리티) SA2 모형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올 1월 CES에서 최초 공개된 AAM(미래 항공 모빌리티)의 기체 'SA2'도 모형으로 전시돼있었다. AAM 모형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마치 사람이 탄 것 처럼 '운행을 시작합니다', '운행을 마칩니다' 등의 안내음성이 함께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AAM의 특성인 수직이착륙을 눈으로 보여주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은 미래항공모빌리티를 주요 미래 사업으로 두고 투자와 연구개발을 이어온 데 이어, 내후년 AAM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기술로 연결된 미래 도시에서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 부사장은 "미래 항공 모빌리티를 미래 주요 사업으로 보고 있는 현대자동차 그룹에게 스마트시티의 하늘길 새로운 가능성으로 가득 찬 공간"이라며 "미래형 모빌리티 허브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도심 곳곳에 건설하여 하늘길과 지상 지하가 모두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공간의 이음을 구현할 것"이라고 했다.

아이오닉5 와 주차로봇.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팩토리얼 성수'에서 시범 서비스 중인 주차로봇도 전시됐다. 아이오닉5 옆에 용도를 가늠할 수 없는 직사각형의 철판이 바로 주차로봇이었다. 주차를 시작하자 로봇 한쌍이 차량 하부에 들어가 바퀴를 들어올려 금새 차량을 이동시켰다.

부스 관계자는 "아이오닉5 뿐 아니라 어떤 차에서도 이 로봇만 있으면 주차가 가능하다. 아주 얇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며 "로봇이 전후좌우 어떤 방향으로도 움직일 수 있도록 개발돼 주차가 어려운 좁은 공간에서도 차량을 이동시킬 수 있다"고 했다.

부스 중앙에는 잔디밭 위에 수소 에너지에 대한 설명이 나무 기둥 위에 적혀진 형태로 '친환경 에너지'존이 구성됐다. 미래 스마트시티의 공원, 녹지를 갖춘 도시 등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망원경 형상의 구조물을 통해 물류, 에너지 인프라 등을 갖춘 기능 중심의 지하 공간 설계도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 초 CES에서 이어 WSCE까지, 올해만 두 번의 파격적인 행보를 선보인 만큼 앞으로도 수소, 미래 모빌리티 기술 등 자동차와 벗어난 주제를 공개하기 위해 더 많은 자리를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자동차 뒤에서 그룹 계열사들을 총동원해 개발한 기술들의 상용화를 기대할 수 있는 시점이 다가왔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부사장은 "그룹의 주요 솔루션들이 집대성된 스마트시티 실증을 국내외에 활발히 추진해 나가겠다"며 "주요 그룹사뿐만 아니라 타 기업 기관들과도 협력하여 다양한 솔루션들이 연계되고 통합된 스마트시티를 빠르게 발전시켜서 글로벌 시민들이 HMG 스마트시티가 어떤 라이프 솔루션을 제공하는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사업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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