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와 노인의 나라, 대한민국

이진수 2024. 9. 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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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토지소유 불평등 현황] 최상위 토지 소유자들과 노령세대의 토지 소유 편중 심화

[이진수 기자]

지난 7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토지소유현황 통계를 분석한 결과, 상위 토지 소유 계층의 집중도가 증가하였고 특히 상위 1천 명의 토지가액 증가율은 2018~2023년 기간 동안 평균보다 3배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고령층의 토지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60대의 점유율이 가장 높았고, 1인당 토지 가액은 70대가 가장 높았다.

윤석열 정부에서 급감한 공시지가 현실화율

먼저 토지소유현황 통계에서 사용하는 토지가격은 공시지가인데 공시지가의 시가 대비 현실화율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며 2023년에 크게 후퇴하였다. 2020년 당시 문재인 정부는 시세의 65% 수준에 불과한 공시지가를 점차 현실화하여 2028년까지 시가 대비 90%에 이르도록 로드맵을 세웠으나 윤석열 정부는 이를 폐기하고 전년도의 71.4%에서 8.4%(6%p)나 감소한 65.4%로 현실화율을 낮추었다. 로드맵에 따라 현실화하고 있던 과세의 기준을 원점으로 되돌려 부동산에 대한 실질적인 감세조치를 실시한 것이다.
 공시지가의 현실화율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며 2023년 크게 후퇴하였다.
ⓒ 이진수
개인 토지는 감소, 법인 토지와 국공유지는 증가
개인이 소유한 토지(민유지)는 전체의 55.6%(가액기준)로 가장 비중이 크며 그 다음으로는 법인(22.5%)과 국공유지(19.8%)의 비율이 높다. 최근 개인 소유 토지는 점차 감소하고 있는 반면, 법인과 국공유지의 비율은 증가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기존 법인들의 부동산 투기 증가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기를 하던 개인이 법인 형태로 전환하는 경향도 클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법인 형태로 부동산 거래・보유 시 개인과 비교해서 상당한 혜택을 보장하는 세제 정책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개인 소유 토지는 점차 감소하고 있는 반면, 법인과 국공유지의 비율은 증가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 이진수
최상위 토지 소유자의 집중도 증가
우리나라 개인 토지의 대략적인 분포는 가액 기준으로 보았을 때 상위 1% 세대가 약 30%를, 상위 5%가 절반 이상을, 상위 10%가 약 70%를 소유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면적으로 볼 경우 1%가 40%를, 5%가 70% 이상을, 10%가 90%에 가까운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형국이다.
▲ * 상위 분위 %는 토지를 소유하고 있지 않은 모든 세대를 포함한 것임. 공동주택 소유자는 대지 지분도 소유하므로 토지소유자에 해당하며 단독주택 소유자도 토지소유자가 다른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토지소유자에 해당함.
ⓒ 이진수
전체 세대 중 토지소유 상위 1%세대의 가액 점유율은 2018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상위 3%, 5%의 점유율도 전년대비 증가하였다. 지니계수는 가액으로는 0.810, 면적으로는 0.916으로 매우 불평등한 수준이다. 지니계수는 전년대비 큰 변화가 없지만 상위 계층의 점유율은 더 높아져 토지소유의 불평등은 전년 대비 더 악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토지소유 상위 1%세대(가액 기준)의 점유율은 2018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 이진수
상위 1000명 소유 토지의 증가속도는 평균의 3배
우리나라에서 토지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상위 1천 명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1인당 평균 1213억 원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시가로 환산시 1인당 1854억 원에 이른다. 이는 2018년에 비해 약 2배 증가한 규모이다.
 상위 1천명의 1인당 소유가액은 공시지가 기준으로는 감소하였으나 현실화율을 바탕으로 시가로 환산해보면 오히려 증가하였다.
ⓒ 이진수
아래 그림과 같이 2018~2023년 기간 동안 지가 총액이 36% 증가할 때에 상위 1천 명의 토지가액은 무려 107%나 증가하였다. 전체 평균 상승률에 비해 3배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특히 2021년의 증가율이 유독 컸던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전체 공시지가 총액이 36% 증가하는 2018~2023년 기간동안 상위 1천 명이 소유한 토지가액은 무려 107%나 증가하였다.
ⓒ 이진수
60대 이상이 절반 이상의 토지를 소유
연령대별(10세 단위) 민유지(개인 토지) 가액 점유율을 보면 2020년까지는 50대가 점유율이 가장 높은 세대였으나 2021년부터는 60대가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2021년부터는 60대가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 이진수
60대 이상 인구의 점유율은 2021년부터는 절반을 넘어서기 시작하였다. 이들의 토지가액 점유율은 매년 1% 이상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수년 내에 60%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50대 이하의 토지 점유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60대 이상 인구의 토지 점유율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 이진수
1인당 토지소유가액은 70대가 가장 커
1인당 토지소유가액으로 보면 70대가 1억6600만 원으로 가장 많다. 2017년에는 60대와 70대의 1인당 토지가액이 비슷했으나 70대의 증가속도가 커 60대와의 격차가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80대 이상 연령대의 증가속도도 빨라 2017년엔 60대보다 낮았던 평균가액이 2023년엔 60대를 넘어서게 되었다.
 1인당 토지소유가액은 70대가 가장 많다.
ⓒ 이진수
5세 단위로 볼 경우 100세 이상의 평균 소유가액이 가장 컸다. 95세 미만에서는 2017년에는 70~74세(42~47년생)가 가장 높았고, 5년이 지난 2022년에도 같은 출생세대인 75~79세 연령층의 평균 소유가액이 가장 높았다. 특정 출생연도의 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자산 형성에 유리한 점이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1942~47년 부근 출생 세대의 1인당 토지가액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 이진수
토지소유불평등도를 완화시키기 위한 정책설계 및 집행 간절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2023년 토지소유현황 통계를 분석한 결과, 개인의 토지 소유 집중도는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며 더욱 악화되고 있다. 가계자산의 절반 가량을 토지가 차지하는 상황에서 토지 지니계수가 가액기준으로 0.810, 면적기준으로는 0.916로 매우 불평등하다는 점은 토지가 경제적 불평등의 중심에 있음을 말해준다. 토지소유의 불평등은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1, 2] 또한 법인에 대한 과도한 세제 혜택으로 개인에서 법인으로의 부동산 소유 전환이 증가하는 것도 문제다. 그리고 고령층의 부동산 자산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따라서 점점 악화되고 있는 토지소유불평등도를 완화시킬 정책 디자인 및 집행이 시급히 요청된다. 먼저 법인이 개인보다 과도한 세제 혜택을 받지 않도록 하는 세제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고령층의 부동산 자산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이들의 자산을 효율적으로 유동화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부동산 연금 활성화와 다운사이징 지원을 통해 고령층의 자산이 고령층의 소득으로 충분히 활용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 자산 점유율이 높은 이들 세대의 자산이 상속 및 증여를 통해 다음 세대로 이전되면서 부의 대물림이 심화될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현 정부에서 과거로 회귀시킨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다시 적정 수준으로 회복해야 한다. 공시지가 현실화율 제고는 토지에 대한 투기적 수요 억제와 토지 소유 불평등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1] Klaus W Deininger. 2003. 『Land policies for growth and poverty reduction』. World Bank Publications.
[2] Maria Cipollina·Nadia Cuffaro·Giovanna D'Agostino. 2018. "Land Inequality and Economic Growth: A Meta-Analysis". 『Sustainability』. 10 (12). 4655.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2024년 9월 2일 토지+자유연구소에서 발행한 "2023년 토지소유 불평등 현황" 리포트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보고서 원문을 참고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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