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리플 CEO “가상자산 거대한 성장 앞둬"

리플 기자간담회 현장

리플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대선 이후 가상자산 시장의 투자자 저변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시중은행들과 협업을 원한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펼친 소송 승소에 대해선 가상자산 산업의 중요한 승리로 평가했다.

3일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리플 CEO와 모니카 롱(Monica Long) 사장, 데이비드 슈워츠(David Schwartz) 최고기술책임자 겸 XRPL 공동창시자(CTO), 에릭 반 밀텐버그(Eric van Miltenburg) 전략 이니셔티브 수석부사장 등 주요 임원진들이 방한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2018년 이후 6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것이다.

리플 임원진들은 간담회에서 한국 시장 진출 전략과 다양한 협업에 대해서 밝혔다. 모니카 롱 리플 사장은 “초기부터 한국은 핵심 블록체인의 허브라는 게 분명했다. 개발자 커뮤니티 측면에서도 한국 시장은 큰 기회가 열린 곳이라고 본다”며 “커스터디(수탁) 사업 중심으로도 한국 기업 및 은행들과 협업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과거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과 협업했으나, 리플의 제품이 다른 방향으로 진화해 유의미한 결과는 나오지 못했다”면서 “한국 금융위원회의 가상자산 규제가 명확해지고 있는 만큼 은행들과 협업할 기회가 생기길 바라고 있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리플은 연세대학교와 블록체인 연구 추진을 위한 산학협력 파트너십을 맺었다고도 밝혔다. 연세대가 리플의 블록체인 학술 연구 이니셔티브 프로그램(UBRI)에 합류했다는 설명이다. UBRI는 전략적 지원과 기술 및 펀드 지원을 통한 가상자산의 국제적 도입과 호환성 도모를 목표로 한다.

연세대는 리플과의 다년 계약을 통해 인공지능(AI), 금융, 정보 시스템, 운영관리 등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를 가꾸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선도할 예정이다. 리플은 보조금을 통해 연세대의 해커톤 활성화와 XRP 레저(XRPL) 밸리데이터(검증자) 출범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가상자산 시장의 전망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글로벌 빅 이벤트인 미국 대선 이후에 대한 설명이 주로 언급됐다. 

갈링하우스 CEO는 “가상자산은 공화당이나 민주당 차이에 있어서 문제가 없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공화당의 경우가 조금 더 친화적인 것이 맞다”면서도 “민주당에서도 기술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라는 것을 깨달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대선이 격화되면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본다”며 “새로운 대통령이 나오면 SEC와 같은 미국 주요 기관도 미래에 대한 지속 가능한 성장 기회와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원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리플 기자간담회 현장. 사진=이창희 기자

리플, 미 SEC 소송 승리, “판결 뒤집을 근거 없을 것”

이날 간담회에서 갈링하우스 CEO는 SEC와 오랜 기간 진행한 소송에 대해 언급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대표적인 반 가상자산 인사로 꼽힌다. 그는 매사추세츠(MIT) 공대 교수 재직 시절 디지털화폐와 블록체인을 강의하면서 친 가상자산 인사로 분류됐으나, SEC 위원장 취임 이후 규제 강화를 주장하면서 노선을 변경한 인물이다.

게리 겐슬러 위원장 취임 이후 SEC와 리플 간 갈등 양상은 더욱 심화됐다. SEC는 리플(XRP)이 법에 의한 공모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불법 증권이라 주장했다. 연방 증권법을 준수하지 않은 ‘미등록 증권’으로 판단한 것이다. SEC 측이 벌금과 함께 판매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갈링하우스 CEO와 리플 경영진들은 치열한 법적 공방을 펼쳤다. 

판도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이다. 당시 소송을 맡아온 뉴욕지방법원 아날리사 토레스 판사는 “리플이 기관 투자자들에게 판매될 때는 증권이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증권이 아니다”라며 “유통 시장에서 가상화폐를 구매하는 일반 투자자에게는 증권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후 토레스 판사는 지난달 7일(현지시간) 리플에 1억2500만달러의 민사 벌금을 내라고 명령했다. SEC가 요구한 민사 벌금과 이익 반환금, 이자 등을 포함한 총 20억달러의 6%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는 사실상 리플의 승소라는 해석을 불러온다. 

갈링하우스 CEO는 “리플의 승소는 전체 가상자산 산업에 중요한 승리”라며 “항소여부는 알 수 없지만 판결 이후 60일 이내 항소해야 하고, 항소하더라도 SEC는 미국 법원의 증권이 아니라는 판결을 뒤집을 근거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겐슬러 위원장을 꼬집어 비판했다. 갈링하우스 CEO는 “대부분의 민주당이 겐슬러를 SEC 위원장으로 지지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양당의 주요 리더들을 만나온 결과 민주당 고위 임원들도 SEC의 가상자산에 대한 전쟁에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주만 하더라도 판사들이 SEC를 비판한 사례가 있었다. 겐슬러 위원장이 ‘디지털 자산 증권 용어’를 사용해서다. 이는 법적 근거가 없고 SEC가 만든 용어”라며 “지금껏 해 온 것처럼 향후 법에 반하고 미국의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이들을 계속 비판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겐슬러 위원장의 임기는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돈을 걸겠다”고 짚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