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인질, 관에 넣어 보내겠다"vs네타냐후 "군대 안 뺀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강 대 강' 대치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던 인질 6명이 숨지면서 이스라엘 내부에서 네타냐후 정권에 대한 반발이 격화되는 상황에서다.
당장 하마스는 억류 중인 이스라엘 인질들을 "관에 담아 가족에게 돌려보낼 수 있다"고 협박하고 나섰고,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내 군 주둔을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서는 모습이다.
2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하마스의 무장조직 알카삼 여단은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이 아닌 군사적 압박으로 인질들의 자유를 확보하려 한다면, 인질들을 관에 담아 가족에게 돌려보낼 것"이라며 "인질 가족들은 인질의 죽음과 생존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성명은 지난달 31일 인질 6명이 살해된 채로 발견된 뒤, 그간 인질 석방 협상에 소극적이었던 네타냐후 총리를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본격화된 가운데 나왔다. 이스라엘 인질·실종자가족포럼에 따르면 지난 1일 이스라엘 전역에서 벌어진 시위에 70만 명이 참여했고, 가장 큰 도시인 텔아비브에서만 55만 명이 시위에 나섰다.
하마스는 2일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최근 살해된 골드버그-폴린(23)과 카멜 가트(40), 에덴 예루살미(24), 알렉산더 로바노프(33), 알모그 사루시(27), 오리 다니노(25) 등 인질들의 생전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여성인 에덴 예루살미는 영상에서 "우리는 고통받고 있다. 폭격이 멈추지 않고 있고, 생명에 위협을 느낀다"며 "네타냐후와 이스라엘 정부는 당장 우리가 석방될 수 있도록 필요한 일을 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님과 두 자매에 대한 애뜻한 사랑과 그리움을 밝혔다. 그의 가족은 영상이 공개되자 "우리의 에덴, 우리도 너를 사랑한다. 미치도록 보고싶다"고 가슴 아파했다. 에루살미는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당시 가장 피해가 컸던 이스라엘 남부 레임 음악 페스티벌에서 바텐더로 일하다가 납치됐었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해당 동영상은 일종의 '심리전'"이라며 "이런 동영상 제작은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고 짚었다.
이날 예루살렘에선 미국과 이스라엘 이중국적자인 허쉬 골드버그-폴린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그의 어머니는 슬픔을 표현하는 유대교 전통에 따라 찢어진 흰 셔츠를 입고 나와 "내 사랑스러운 아들아, 마침내 너는 자유로워졌다"며 아들이 더 이상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된다는 데 안도했다. 장례식에 참석한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국가의 이름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휴전 협상을 종용하며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협상에 노력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은 양측에 양자택일 식의 휴전 협상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은 국제인도주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군용기와 헬기, 무인기(드론) 부품 등에 대한 대이스라엘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영국 노동당 정부는 최근 하마스 연계 의혹이 제기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대한 자금 지원을 재개하고,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의 체포영장 청구 역시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 조치에 들어간 셈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요지부동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의 완충 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에 대한 군 주둔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하마스가 강력히 반발하는 필라델피 회랑에 대한 군 주둔 방침은 휴전 협상 결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단 14km 길이의 필라델피 회랑 지하에 건설된 복잡한 터널을 하마스의 주요 근거지로 꼽고 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에도 반박했다. 그는 "인질 석방에 나보다 더 헌신적인 사람은 없다"며 "누구도 나에게 설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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