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업계, AI활용 본격화…"업무활용 고민이 경쟁력 가른다"
대형 회계법인 "자체 AI앱, 업무에 활용"
"잘못된 답변 주는 '할루시네이션' 주의해야"
인공지능(AI)이 회계 업무에 미칠 파장에 대한 업계와 기관의 고민이 본격화됐다. 대형 회계법인과 공공기관은 이미 내부 업무에 AI를 도입해 다양한 활용 사례를 만들고 있다. 업무와 AI 간 접점을 파악하는 노력이 향후 회사와 개인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3일 '회계기준 및 해석, 그리고 AI'를 주제로 열린 한국회계기준원(KAI) 개원 25주년 기념세미나에서, 회계 전문가들은 "AI 활용 경험과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란 공통된 의견을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KAI 주최로 서울 서초구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진행됐고, 회계 법인과 학계, 기업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김갑순 한국회계학회장(동국대 교수)은 축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AI가 회계기준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례 없는 정밀도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줄 것"이라며 "회계전문가는 필요한 AI 관련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AI가 잠재적 편향과 오류를 가져올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효익 전 KAI 원장도 "농부는 농업 지식만 있어선 될 게 아니라 농기계를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며 "회계 분야에서도 발전하는 AI 기술을 업무에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 순서에선 AI의 직무 적용 가능성과 실제 도입 현황이 소개됐다. 이승윤 마이크로소프트(MS) 상무는 "AI 기술 자체는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다. 지금은 지난해 공개된 오픈AI의 '챗GPT'로 이론이 구현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상황"이라며 "핸드폰이 처음 시장에 나오고 사용자가 1억명이 되기까지 16년이 걸렸고, 인터넷은 7년이 걸렸다. 오픈AI와 챗GPT는 3개월 만에 1억명의 사용자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초 제안서 작성 직무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품질 관리팀에서 제품이 국제 표준에 맞는지 파악하는 업무를 자동화하고, 법무팀에서 계약서 독소조항을 1차 필터링하는 등 다양한 사례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을 중심으로 AI를 회계 업무에 적용한 사례도 소개됐다. '어떤 개인이 A사와 B사 모두 대표이사일 때 A사와 B사는 특수관계자야?' 삼일PwC의 AI앱 'AI Accountant(회계사)'는 이 같은 회계 질문을 입력하자 수 초 만에 "대표이사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특수관계자란 결론을 낼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더해 특수관계자가 되는 경우까지 근거가 되는 회계기준 문단과 함께 제시했다. 조성재 삼일PwC 파트너는 "대량의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기준서와 법인 내부 문서를 학습하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내놓는 앱"이라며 "2022년 후반부터 지속해서 생성형 AI앱을 만들었고, 베타테스트 서비스가 거의 완료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AI센터를 설립한 삼정KPMG도 'KPMG GPT'의 ▲고객 재경 업무 질의응답 ▲내부활용(회계기준 검색 등) ▲경영환경 보고서 작성 ▲위험 관리·모니터링 ▲계약서 검토 등 기능을 업무에 활용 중이다.
이동근 삼정KPMG 전무는 "AI는 구성원이 업무를 더 잘 할 수 있게 돕는 수단"이라며 "과거 엑셀을 비롯한 오피스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더 많은 고부가가치 업무가 가능해졌듯, 우리 업무와 AI의 접점, AI를 학습하기 위한 데이터 등을 어떻게 만들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AI가 업무에 접목되면서 발생할 예상하지 못한 부분을 활용할지, 그냥 방치할지에 따라 기업과 개인의 경쟁력 차이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AI가 잘못된 답을 내놓는 환각(할루시네이션)을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조성재 파트너는 "오픈AI의 챗GPT엔 투자부동산이 K-IFRS 몇 호를 적용받는지 물으면 틀린 답을 말한다. 한국 회계기준에 대한 학습이 잘 안 된 것"이라며 "PWC가 약 1조원을 투입해 자체 AI앱 개발을 진행한 배경"이라고 전했다.
공공기관의 생성형 AI 도입 과정에 참여한 박형준 솔트룩스 이사는 "답변에 대한 근거 문서를 함께 제시함으로써 환각 현상을 방지하고 신뢰도를 높이고자 했다"며 "AI 모델 자체가 훌륭하다고 해도,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선 입력값을 우리의 지식과 자료에서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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