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한달 앞두고 또 오는 기시다, 이번엔 무슨 '선물' 받아갈까
[김경년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한일 정상회담 기념촬영 지난 7월 미국 워싱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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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기시다 총리가 퇴임을 앞두고 한-일 셔틀 정상외교 차원에서, 그리고 임기중 유종의 미를 거두고 양국간 발전 방향을 논의차 방한을 적극 희망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측은 그간 11차례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기시다 총리와 함께 만들어온 한일 협력의 성과를 돌아보고 향후 한일간 양자 협력, 역내 협력, 글로벌 협력 발전 방향을 논의할 것"이라며 "기시다 총리가 그간의 총리 경험을 바탕으로 후임 총리의 대외 정책과 향후 한일관계 발전에 대해 건설적인 조언을 계속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지난 5월 이후 올해 두 번째이며, 두 정상의 만남은 이번이 12번째로, 7월 11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한 이후 50여 일 만이다.
이번 방한은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과 하는 마지막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난 2021년 10월 취임한 이후 낮은 지지율과 정치자금 스캔들에 시달리던 기시다 총리가 이달 27일 열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하고 3년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에게 많은 것 거저 얻은 기시다 총리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총리가 굳이 한국을 방문하는 이유를 두고 많은 기대와 우려가 오가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뜻하지 않게 윤석열이라는 '친일 성향' 한국 대통령을 만나 외교적으로 많은 것을 사실상 거저 얻을 수 있었다.
강제동원 문제는 일본 전범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이 돈을 내는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었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가장 인접국인 한국이 침묵 내지 방조해주는 바람에 예상보다 조용히 진행되고 있고, 그간 한국이 반대해서 안됐던 사도광산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록 문제도 '강제노동'이라는 표현 없이 동의해 줘서 오랜 숙원을 이룰 수 있었다.
모두 우리 측이 묵인 혹은 양보해 준 결과다. 윤 정부는 당초 "우리가 물컵의 반을 채우면 일본 측이 나머지 반을 채울 것"이라고 말했지만, 우리가 해준 것에 대한 일본 측의 반대급부는 거의 없었다.
기시다 총리가 퇴임을 앞두고 지난 2년여간 쌓아온 윤 대통령과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자신의 퇴임 후에도 후임 총리와 윤 대통령 간 훈훈한 유대 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단도리해 놓고 싶을 것은 당연하다.
"한일 관계의 미래 위해 중요한 협의 할 마지막 기회"
일본의 <교도통신>은 지난달 20일 기시다 총리의 9월 초 방한을 점치면서, "자신의 퇴임 전에 안보 분야를 비롯한 한일 협력의 계속을 확인하고, 내년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하는 파트너 관계를 이어갈 것을 합의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또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북한을 억제하기 위한 한일 및 미국 등 3개국 협력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강화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경제·문화 교류 등 미래지향적 관계를 심화할 방침을 새롭게 확인할 것으로 봤다.
이 통신은 그러면서 "아직 한국에는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록과 관련 '윤 정권이 일본의 역사 왜곡에 동조해 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서 윤 대통령이 총리의 방한을 마이너스로 판단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라며 방한이 실현될 가능성을 유동적으로 봤다. 일본 측의 의사는 정해져 있었고 남은 것은 한국 측의 결단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이번에도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 측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받아준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기시다 총리가) 한일관계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협의를 할 마지막 기회를 갖고 싶은 것 같다"고 말했다.
▲ 지난 8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과 5호선 김포공항역, 6호선 이태원역 등에서 철거된 독도 조형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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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문제 전문가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기시다 총리는 당초 9월 말 UN총회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과 윤 대통령을 만나려 했는데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 바람에 굳이 방한하려고 한다는 일본 언론 분석이 있다"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이어 "기시다 총리는 한일관계를 개선했다는 점을 부각해 누가 다음 총리가 되더라도 계속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원로로 남고 싶어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윤석열 정권이 일본과 동맹 수준의 긴밀한 군사협력을 이루고 싶어 하는 게 분명하다"라며 "이에 독도 문제가 걸림돌이 되므로 두 정상이 이번에 독도와 관련한 중요한 논의를 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최근 '독도방어훈련을 일절 하지 말라'는 일본 방위성 대신의 발언에 한국 정부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독도가 일본 영토임을 인정하는 매국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분개했다.
이와 관련, 최근 서울 시내 지하철역과 전쟁기념관에서 독도 조형물이 철거된 것과 독도방어훈련이 축소 내지 비공개로 전환된 것 등에 대해 야권에서는 기시다 총리의 방한에 앞선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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