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6~7일 방한, 한일 발전 논의…"총리 물러나도 日영향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한국을 방문한다고 대통령실이 3일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 방한 시 정상회담을 포함해 과거 사례와 비슷한 일정이 있을 것”이라며 “회담에서 양자 관계, 지역 및 국제무대에서의 양국 간 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세 의제는 외교 경로를 통해 조율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11차례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기시다 총리와 함께 만들어온 한·일 협력의 성과를 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정상회담은 7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양자 회담 이후 2개월 만이며,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지난해 5월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에 이은 기시다 총리의 방한으로 한·일 정상은 12년 만에 ‘셔틀 외교’를 복원했다.
지난해 3월 방일에 앞서 윤 대통령이 강제징용 문제 해법으로 ‘제3자 변제’를 결단하면서 한·일 관계의 실타래가 풀렸고,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면서 지난해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최초의 단독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성과로 이어졌다.
기시다 총리가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 만큼 양국 정상 간 만찬도 있을 전망이다. 당초 일본 외무성은 기시다 총리가 당일치기로 방한하는 일정을 계획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가 “꼭 1박을 하며 윤 대통령과 회포를 풀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일정을 늘리기로 최종 조율됐다는 게 양국 소식에 정통한 소식통의 전언이다. 또 다른 소식통은 “기시다 총리가 임기 중 유종의 미를 거두고 양국간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을 적극 희망해 성사됐다”고 전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함에 따라 이달 말 총리직에서 물러나는 기시다 총리는 주변에 자신의 재임 중 업적으로 한·일 관계 정상화를 꼽고 있다고 한다. 기시다 총리 입장에서 윤 대통령은 가장 소중한 외교 파트너 중 한 명인 셈이다.
윤 대통령도 기시다 총리의 방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 때 “기시다 총리가 방한하게 된다면 늘 환영하는 입장”이라며 “우리가 작년 3월 한·일 관계를 정상화시키고, 제가 일본을 작년 3월에 방문했을 때도 형식이라든지 시기에 구애받지 말고 필요에 따라서 언제든지 정상 간 셔틀 외교를 하자고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다른 나라의 지도자가 물러난다고 해서 관계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당부도 수차례 했다고 한다.
외교가에선 기시다 총리가 총리직과 총재직에서 사임하지만, 중진 정치인으로서 일본 조야에서의 영향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단순히 인간적으로뿐만 아니라 실리적으로도 기시다 총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 때 “(기시다 총리가 방한하면) 어느 지도자가 국정을 맡든 간에 한·일 간에 앞으로 미래를 위한 협력과 시너지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해 나가자는 그런 얘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기시다 총리는 총리 경험을 바탕으로 후임 총리의 대외 정책과 향후 한·일 관계 발전에 대해 건설적인 조언을 계속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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