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 태권 V' 주정훈, "은퇴 생각 미뤘다… LA에선 금메달 도전"
'파라 태권V' 주정훈(30·SK에코플랜트)의 은퇴는 미뤄졌다. 2회 연속 동메달의 아쉬움을 4년 뒤 금메달로 씻어내려 한다.
세계랭킹 2위 주정훈은 1일(한국시간)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태권도 남자 80㎏급(스포츠등급 K44)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2021년에 벌인 2020 도쿄 대회에 이은 2회 연속 동메달이다.
힘든 여정이었다. 8강전에서 니콜라 스파히치(세르비아)의 무릎에 왼쪽 골반을 맞아 부상을 당했다. 준결승에서 패한 주정훈은 동메달결정전을 포기하려 했다. 하지만 김예선 감독은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라고 주정훈을 다그쳤고, 끝내 메달을 따냈다. 다른 메달리스트들의 부축을 받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지만, 시상대에 올라 메달을 목에 걸었다.
3일 만난 주정훈은 "경기 다음 날 아침까지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동메달도 값지다는 생각이 들어 만족한다"고 웃었다. 김예선 감독은 "이길 수 있는 상대에게 져 정신적으로 흔들렸다. '포기한다'고 말하길래 강하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주정훈은 "내 입장에선 몸을 지키는 게 먼저였고, 감독님이 모질게 군다는 생각도 종종 들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면 감독님의 말이 이해됐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왔는데 잘 대처해주신 거 같다"며 고마워했다.
주정훈은 파리 패럴림픽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는 "도쿄와 파리에서 두 번 다 패자부활전을 경험했다. 심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내가 '큰 무대 체질이 아닌가'하는 의문도 들었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장애인 태권도는 2020 도쿄 대회에서 처음 채택됐고, 주정훈은 한국의 패럴림픽 태권도 1호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도 유일하게 메달을 따내 자존심을 지켰다. 2028 대회도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주정훈은 다시 한 번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장애가 있으면 편의를 봐주는 것에 익숙해지니 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국제대회에서 만난 외국 선수들은 장애가 있어도 정신력이 강했다. 경기나 대회를 앞두고는 절대 양보하지 않는 그런 독한 선수가 되려고 한다"고 했다.
주정훈은 만 2세 때 할머니 댁 소여물 절단기에 오른손을 넣었다가 장애인이 됐다. 할머니 김분선 씨는 죄책감에 시달렸고, 치매를 앓았다. 2020 도쿄 패럴림픽 때 손자가 건넨 메달의 의미를 모른 체 3년 전 별세했다. 주정훈은 이번 파리 대회를 앞두고 할머니 묘소를 찾아 메달과 평소 좋아하던 고기반찬을 가지고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할머니가 건강하셨을 때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참 아쉽다"고 말했다.
가족들과도 편한 시간을 가질 생각이다. 주정훈은 "현지 사전캠프에 와서 경기 당일까지 부모님과 연락을 단 한 통만 했다. 경기 전에 괜히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았다. 나도 표현을 잘 못하는데, 부모님도 연락을 주저하셔서 경기 뒤에 연락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평소 표현이 없으신 편인데 부모님이 내 자랑을 여기저기서 많이 하시더라. 내가 성장하는 동안 남부럽지 않게 모든 걸 지원해주셨다. 자랑스러운 아들이 돼서 부모님과 오래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여행도 하고 싶다. 부모님,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파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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