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혐오'엔 입 닫고, '차별금지법 반대'엔 입 연 안창호

조혜지 2024. 9. 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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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인권위가 '표현 과도' 표명한 사안도 침묵... 윤건영 "정말 비겁하다"

[조혜지, 유성호 기자]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입장과 역사관 논란 등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유성호
"할 게 뭐 있어, 시원하게 가! 시원하게 하자고 시원하게."

3일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시작 직전, 한 여당 의원이 야당 위원석을 향해 말했다. 이 국민의힘 위원의 바람과 달리, 안 후보자의 청문회는 성소수자, 노동조합 등을 둘러싼 인권 의식 미달 논란부터 장남에 대한 편법 증여 의혹까지 우후죽순 쏟아졌다. 특히 이날 청문회에선 이미 인권위가 줄곧 정부에 요청해 온 숱한 권고와 답변들이 안 후보자의 답변으로 부정, 묵인되는 장면들이 속출했다.

[침묵] 대통령·국무위원 '반인권' 발언 논란엔 "판단 못해"

▲ '노조 혐오'엔 입 닫고, '차별금지법 반대'엔 입 연 안창호 ⓒ 유성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 "건폭이 완전 근절될 때까지 엄정히 단속...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이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안창호 : "인권위원장 후보자로서 이 부분을 답변 드리기는 적절하지 않다."

(중략)

윤건영 : "모 국무위원이 '해고된 노동자와 외부 세력이 자살특공대처럼 행동한다, 노조는 머리부터 세탁해야 한다, 손배폭탄이 특효약이다'라고 이야기하면 인권위 시정 대상인가 아닌가."

안창호 : "혼자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폭력배에 비유해 ‘건폭’이라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안 위원장의 두 답변에 윤 의원의 "정말 비겁하다"는 말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특히 윤 대통령의 '건폭(건설폭력)' 발언은 이미 인권위가 지난 8월 표현이 과도하므로 예방 조치를 해야 한다고 의견 표명을 내린 바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윤 의원은 이를 짚으며 "반인권적 발언에는 (인권위원장이) 답할 책무가 있는데 왜 피해가나"라고 질타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의 노조 대상 논란 발언에 대한 침묵에는 "이런 말을 시정 대상이라고 말도 못 하나"라고 따졌다. 안 후보자는 답변 대신 "누가 한 말이냐"고 되물었다. "이 자리에서 제가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답이 다시 나왔다. 윤 의원은 이에 "비겁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안 후보자의 '답 못함'은 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의 이태원 참사 발언 논란에서도 나왔다. 부승찬 민주당 의원은 안 후보자에게 "이태원참사 유족에 대해 이충상 위원이 한 이야기가, '피해자들이 놀기 위해 너무 많이 모였다가 발생한 것'이라는 말을 했다"면서 "상임위원 자격이 있느냐"고 물었다. 안 후보자는 "구체적인 발언 경위를 알지 못 해 답변 할 수 없다"고 했다. 부 의원은 "여기 왜 앉아 계시냐"고 한탄했다.

[방어] 헛웃음 터진 야당 의원... "정교분리가 안 돼 있는 것 같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입장과 역사관 논란 등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막시스트와 파시스트 이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활개 치고 공산주의 혁명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도 저서에서 했나."

안창호 : "그런 우려는 있다."

신장식 : "차별금지법이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안창호 : "특정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동성애나... 특정 이념에 의한 수단이다라는..."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안 후보자와의 문답 끝에 신 의원의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안 후보자는 다른 질문 대비,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여부나 성소수자에 대한 반인권적 인식을 지적하는 야당 위원의 지적엔 적극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 의원이 다시 "동성애를 차별금지 항목으로 넣는 게 막시스트들의 혁명을 위한 것이냐"고 재차 질문하자, 안 후보자는 "책에도 있다"고만 답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찬반 의견에도 "지금 형태로는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신 의원은 인권위가 제정을 권고한 2006년부터 현재까지 차별금지법 실현을 위해 노력한 사실들을 열거하면서 "이러한 인권위의 노력이 막시스트들의 공산주의 혁명을 위한 주장들이 반영된 노력이고 활동이었나"라고 따졌다. 안 후보자는 "많은 국민들이 (차별금지법 추진에) 반대한다"고 일축했다. "어떤 조사이냐"는 질문에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후보자는 정교 분리가 안 돼 계신 것 같다"는 질타가 따라 나왔다. 안 후보자는 자신의 개인 신념과 평등법 간 간극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있다"고 인정했다. 신 의원은 이에 "인권위원장이 요구받는 직무와 개인 신념이 부딪히면, 본인이 고사하는 게 맞다"면서 "인권위원장으로서 권한을 행사할 때마다 저건 종교 신념인가, 직무에 충실한 것인가 국민들은 계속 질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박찬대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전달한 뒤 제자리로 향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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