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사무총장 "원전 배제할 여유가 없다…내년 원전 증가폭 역대급일 것"
CFE 이니셔티브 지지 표명
전날 윤석열 대통령도 만나
4일부터 6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 참석차 방한한 파티 비롤(Fatih Birol)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에너지안보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또한 원전은 안전하며 이를 배제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IEA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공동선언문에서 IEA는 한국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CFE이니셔티브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자력, 수소 등 무탄소 에너지원을 함께 이용하자는 취지의 캠페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CFE이니셔티브를 주장한 바 있다.
우선 비롤 사무총장은 기후 위기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생산과 전기차 수요도 함께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올해 전 세계 발전 증가량의 85%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할 것"이라며 "태양광 발전의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비롤 사무총장은 "올해 전 세계 에너지 투자가 처음으로 3조원을 넘을 것"이라며 "이 중 2조원이 청정에너지에 투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10여년 전에 비해 청정에너지원에 대한 투자가 2배 늘어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2000만대에 육박하며 판매되는 5대중 1대는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롤 사무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원은 기상 조건에 따른 변수가 많고 지리적 위치나 조건에 따라 청정에너지의 빈국이 존재할 수 있다"며 "연중무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에너지안보와 기후변화에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현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에너지안보나 기후 대응을 위해 원전을 더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원전 생산 기술력은 시간 및 예산 측면에서 오랫동안 명성을 누려왔다"며 한국내에 원전을 확대하는 것이 원전 수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를 사무총장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서 전 세계 청정에너지 확산에서 한국의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태양광, 배터리, 전기분해, 핵심 광물의 정제 등 청정에너지의 제조가 한 국가에 집중돼 있어 전 세계가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데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며 "한국이 청정에너지 제조 및 핵심 광물 정제 기술을 다른 국가에 전수하는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배터리, 핵심 광물 등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대안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비롤 사무총장은 "한국이 원자력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정부의 정책 기조를 변화한 것에 대해 축하했다"며 "앞으로 전 세계에 한국의 원자력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환경론자들이 안전성 및 핵폐기물 처리 시설 등의 이유로 원전 추가 건설에 반대하고 있는 것과 관련 비롤 사무총장은 "원자력 에너지는 안전하다"며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원자로를 건설하고 있다는 사실은 원전이 안전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 안보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전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원자력 발전이 전 세계적으로 22%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으며 내년에는 그 증가폭이 역대급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IEA의 넷제로(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 원전 용량을 두배 이상 늘려야 한다"며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신규 원전 건설을 시작해야 하며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같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친환경 자동차의 미래에 대해서도 확신했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이슈가 된 전기차 안전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언급한 뒤 "전기차는 가격, 주행거리, 인프라 등 여러가지 난제들이 많다"면서도 "도전과제들은 시간이 되면 해결될 것이며 자동차의 미래는 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차 등 친환경차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IEA는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CFE 이니셔티브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밝혔다. 비롤 사무총장은 "IEA 회원국이 전 세계 에너지원의 80%를 차지한다"며 "앞으로 더 많은 국가들이 CFE를 지지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IEA가 주최하는 국제회의 등에서 CFE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동석했던 산업통상자원부 최연우 에너지정책관은 "10월에 열리는 클린에너지장관회의를 계기로 CFE 이니셔티브 작업반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CFE이니셔티브는 지금까지 영국, 프랑스, 일본, 네덜란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루마니아, 캄보디아 등 8개국의 지지를 확보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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