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삐걱? 소설 쓰지 말라더니…중국 "북한 선수 대북제재"
중국 정부가 자국 여자 프로농구 리그에 진출한 북한 선수가 이적 직후 갑작스럽게 귀국했다는 보도에 대해 이례적으로 "대북 제재 이행"을 언급했다. 두 달 전만 해도 북·중 간 이상기류 조짐을 공식 부인했던 것과는 온도 차가 큰 입장이다.
3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류펑위(劉鹏宇)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전날 북한 여자농구 선수 박진아에 대한 '비자 발급 거부 및 귀국 조치' 보도와 관련한 서면 질의에 "자세한 사항은 알지 못한다"면서도 "중국 정부는 원칙적으로 북한에 대한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항상 완전하고 엄격하게 이행해왔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제재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해왔지만, 최근 북한과의 이상기류를 드러내는 상황과 관련해 이런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오히려 이런 추측에 대해 그간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입장이었다.
지난 7월 초 린젠(林劍)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재중 북한 노동자의 비자 연장을 거부했다는 보도에 대해 "최근 한국 일부 매체는 수시로 중조(북·중)관계가 어떻다, 어떻다 하는 소식을 내보내면서 몇몇 실체 없는(捕風捉影·바람과 그림자를 잡으려 함) 억측과 과장된 선전(炒作)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나는 관련 매체가 전문적 수준을 견지한 채 사실에 근거해 객관적으로 보도하고, 뉴스를 소설처럼 쓰지 않기를 바란다"면서다.
앞서 북한 여자농구대표팀 소속으로 센터 포지션을 맡고 있는 박진아 선수는 지난 6월 중국 여자프로농구팀에 '우한셩판(武漢盛帆)'에 입단했다. 그는 소속 팀의 컵 대회 준우승에 일조하는 등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으나, 입단 한 달여 만에 돌연 북한으로 귀국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우리 정보당국은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사실상 이를 확인하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북·중 양국이 스포츠, 통신(기지국), 문화 콘텐트 등 이른바 '연성 이슈'에서조차 갈등을 빚는 듯한 상황에 주목한다. 비정치적 영역에서의 교류에도 영향을 줄 정도로 양국 간 신뢰가 떨어졌다는 뜻일 수 있어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표면적으로 비정치적인 연성 이슈로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북한에 더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며 "북·중 관계가 생각보다 심각한 균열을 만들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정보원 유관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ㆍ전략연)은 이날 대북제재가 강화된 2017년 이후 북한이 불법으로 벌어들인 수입이 약 63억 달러(약 8조 4325억원)로 추정된다는 보고서(대북제재 이후 북한 외화수지 추정Ⅱ)'를 내놨다. 고강도 대북제재로 인한 북한의 대외수지 적자가 크지만, 불법 거래로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외화벌이에서 석탄 밀수출이 21억 5000만 달러(약 2조 8818억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해외 파견 노동자 임금과 사이버 분야가 각각 17억 5000만 달러(약 2조 3451억원)와 13억 5000만 달러(약 1조 8091억원)로 그 뒤를 이었다. 또 북한이 지난해 러시아에 각종 군수물자를 제공해 올린 수입은 5억 4000만 달러(약 7237억원)로 추산했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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