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을 토하는 대한민국, 절반의 국민이 억울하다

국민총행복전환포럼 2024. 9. 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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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이상의 국민이 "사회는 불공정하다"고 느껴

[국민총행복전환포럼]

여러분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얼마나 공정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혹은, 우리 정부와 대한민국 사회를 얼만큼 신뢰하고 계신가요? 여기 한 연구는 20~30대가 전반적으로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고 여긴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국민 3명 중 2명이 "사회 불공정"을 느끼고 있고 중장년이 청년보다 불공정 인식 높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인식 상태와 원인이 무엇일지 두 가지 연구 결과를 소개해드립니다.

절반의 국민이 장기적 울분 상태
 국민 절반가량이 장기적으로 울분 상태에 놓여있다.
ⓒ Unsplash / SEO Galaxy
지난달 27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은 <한국인의 울분과 사회·심리적 웰빙 관리 방안을 위한 조사>결과를 공개했습니다. 만 18세 이상 전국 남녀 1024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 따르면 지금 '국민 절반가량이 장기적 울분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합니다. 특히 10명 중 1명은 답답하고 분한 상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고, 그 중 30대가 높은 수준의 울분을 겪은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여러 문헌에서 울분은 '부당하고, 모욕적이고, 신념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겨지는 스트레스 경험에 대한 감정적 반응'으로 설명됩니다. 이 조사에서는 '울분 수준'에 대해 1.6점 미만(이상 없음), 1.6점 이상∼2.5점 미만(중간 수준), 2.5점 이상(심각 수준) 등 3개 구간으로 나누고, 1.6점 이상은 중간 수준 이상의 울분 속에 있거나 그런 감정이 계속되는 '장기적 울분 상태'로 규정했습니다.

스스로를 하위계층으로 여기는 30대가 가장 심각한 울분 상태
 성인 울분 수준 조사결과 49.2%가 장기적인 울분상태
ⓒ 국민총행복전환포럼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가량인 49.2%가 1.6점 이상의 장기적인 울분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19년에 비슷한 조사를 시행했던 독일의 결과인 15.5%와 비교할 때 3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이 절반의 울분을 겪는 사람들에는 심각한 수준의 울분을 겪는 응답자 9.3%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의 무려 60.0%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해 충격을 주었습니다. 다만 다행인 점은 과거 2018년(54.6%), 2020년(47.3%), 2021년(58.2%)와 비교하여 1.6점 이상의 장기적 울분상태 비율이 가장 낮았다는 점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응답자의 평균 울분상태는 1.56점으로 중간수준 울분에 가까웠는데 여러 요인을 함께 분석하니 특히 연령, 교육·소득수준 등 인구 사회적 변수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령에 따라서는 만 18세~ 59세에서 평균 약 12.3%가 2.5점 이상의 심각한 울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심각한 수준의 울분을 겪는 비율이 30대에서 13.9%로 가장 높고 만 60세 이상(3.1%)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또한 사회·경제적 여건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위치를 묻고 상중하 3개 구간으로 나눈 뒤 울분 점수를 비교했을 때 자신을 하층으로 인식하는 이들의 60%가 장기적 울분 상태에 해당한 것과 달리, 자신을 상층으로 인식하는 이들은 61.5%가 이상 없다고 답해 사회 경제적 여건이 이들이 겪는 '울분상태'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렸습니다.

이어서 최근 1년 부정적 사건을 하나라도 경험한 경우는 전체의 77.5%를 차지했습니다. 10명 중 약 8명이 부정적 사건을 경험했다고 답한 것인데요, 이 같은 결과가 월소득에 따라 다른 경향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가구 월소득이 300만 원 이하인 사람들의 부정적 사건 경험은 3.40점인 반면 월소득 700만 원 이상은 2.62점으로 소득이 낮을수록 부정적 사건을 경험했다고 답한 것입니다. 연구진은 이런 경험이 높아질수록 울분 점수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도 전했습니다.

사회의 공정함에 대한 믿음은 바닥 수준

'전반적인 세상의 공정함에 대한 믿음' 점수도 20~30대는 3.13점으로 가장 낮고, 만 60세 이상에서 3.42점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공정함도 역시 자신을 하층이라고 인식한 사람은 3.28점으로 낮고, 상층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3.86점으로 보다 높게 나타나 공정함에 대한 믿음 점수가 낮을수록 울분점수가 높아지는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울분을 일으키는 주요 사회정치 사안 상위 5위에는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 '정부의 비리나 잘못 은폐', '언론의 침묵·왜곡·편파 보도' 가 지속적으로 포함된다
ⓒ 국민총행복전환포럼
'직접 겪지 않았더라도 사회정치 사안에 대해 얼마나 울분을 느끼는가'를 4점(매우 울분) 척도로 물었더니 전체 평균 점수는 3.53점으로 굉장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같은 문항을 적용한 이전 조사까지 포함했을 때 울분을 일으키는 주요 사회정치 사안 상위 5위에는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 '정부의 비리나 잘못 은폐', '언론의 침묵·왜곡·편파 보도'가 포함돼 있어 정부와 정치, 언론에 대한 울분이 계속되어옴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사회의 불공정성에 대한 인식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사회통합실태진단 및 대응방안(X)-공정성과 갈등인식 보고서>에서도 나타납니다. 2023년 사회갈등과 사회통합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민 3명 중 2명은 한국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사법과 행정 시스템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크고 불공정의 원인이 부정부패라는 응답이 최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회통합실태진단 및 대응방안(X)-공정성과 갈등인식 보고서, 31p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사연은 2014년 이후 매년 이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작년에는 19~75세 남녀 3950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반적으로 평가할 때 우리 사회는 공정한 편이다'이라는 문항에 동의하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34.9% 뿐이었고, 3명 중 2명꼴인 나머지 65.1%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연령에 따라서는 중장년층이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고, 주관적 계층에 따라는 스스로를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장 불공정하다고 답한 비율이 높아 이전 조사결과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영역별로는 대학입시의 공정성에 대한 부정적 답변 비율이 27.4%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 반면, 사법·행정 시스템(56.7%), 기업 성과 평가 및 승진 심사(57.4%)의 공정성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응답자가 절반 이상으로 많았습니다. 또한 신입사원 채용이 공정하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은 43.4%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이들이 말하는 불공정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기득권의 부정부패'로, 응답자의 37.8%가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후 '지나친 경쟁 시스템'(26.6%), '공정한 평가 체계의 미비'(15.0%), '공정에 대한 사람들의 낮은 인식'(13.0%), '계층이동 제한과 불평등 증가'(7.6%) 순으로 원인을 나열했습니다.

여러 원인으로 인한 불공정에 대한 인식은 일터에서는 약간 달랐는데요, 일터에서의 여성, 장애인, 청년에 대한 처우의 공정성에 대해 살펴본 결과 여성, 청년에 대한 처우의 경우 65.3%와 62.6%가 매우 혹은 비교적 공정하다며 긍정적인 응답을 했습니다. 반면 장애인에 대한 처우의 경우 절반에 못 미치는 45.1%만 긍정적인 답변을 해 장애인에 대한 불공정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성에 대한 처우에 대해서는 남성의 71.3%가 공정하다고 생각한 반면, 여성 가운데서는 59.2%가 공정하다고 답해 남녀간 생각 차이가 크게 보이는 부분도 눈여겨볼 결과입니다.

청년들이 느끼는 차별과 갈등
 사회통합실태진단 및 대응방안(X)-공정성과 갈등인식 보고서, 32p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앞서 가장 심각한 울분상태에 놓인 비율이 높은 연령층이 30대라는 결과와 마찬가지로, 본 조사에서도 청년의 절반 가까이는 스스로가 한국 사회에서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청년 응답자의 46.5%가 '청년들이 한국사회에서 차별받고 있다'고 했는데, 이런 답변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38.7%보다 7.8%포인트 높은 결과였습니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청년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책이 청년당사자들에게는 닿지 않은 걸까요? 조사 중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거나 청년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항목에 대해 청년들은 86.6%가 동의했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동의 응답률은 이보다 10.6%포인트 낮은 76.0%였습니다.

이들은 청년 세대 내에서도 여러 갈등이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남녀 갈등(52.6%), 계층 갈등(55.4%), 정치적 이념 갈등(50.8%)이 아주 심각하고, 65.6%는 이런 갈등이 언론, 정당, 기성세대 등 특정 집단에 의해 부추겨지고 있다고 보아 마찬가지로 위의 '울분을 일으키는 주요 사회정치 사안'과 일맥상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사회에서 가장 위협받는 사회적 가치를 물었을 때 '사회적 신뢰'를 1/3이상인 약 35%가 가장 위협받는다고 꼽았습니다. 이는 전체 응답자와 청년응답자의 답변은 거의 차이가 없이 동일하여 전반적으로 사회적인 신뢰가 무너진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급변하는 한국 사회에서 사회갈등을 둘러싼 인식을 파악하여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바람직한 정책 추진 방향 설정을 모색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한 만큼, 다음 여섯 개의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고 있습니다.

1. 사회갈등의 제도화를 통한 사회통합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2. 공정성 회복을 위한 위원회 설치 및 운영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3. 사회갈등 조정을 위한 공론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다만 온라인 공론장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
4. 개인과 사회에 대해 성숙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시민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5. 사회적 연대를 구축하고 강화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6. 사회갈등 모니터링을 정기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연구진이 '불공정은 상대적으로 사회·경제적 지위에서 불리한 입장에 있거나, 권력과 경제력에서 상위를 점하지 못한 다수의 사람에게 열패감을 심어준다'며 '공정성을 강화해 사회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면 사회갈등을 낮추고 부정적인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처럼, 우리 사회의 울분과 불공정성 해결에 있어서는 사회적 연대와 정부 및 시민의 협력을 통한 순차적인 신뢰 회복이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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