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 철회? 오도가도 못하고 끼어버린 한동훈

곽우신 2024. 9. 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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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국힘, '오보'라고 대응 나섰지만 친한계 내부도 이견... 야당은 압박 수위 높여

[곽우신 기자]

▲ 생각에 잠긴 한동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한동훈 대표께서도 너무 늦지 않게 결단하시면 좋겠다."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5당이 '제3자 추천'을 골자로 한 해병대 채상병 특별검사 임명 법안을 발의하기로 하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처지가 더욱 난처해졌다. 지난 전당대회 기간부터 본인이 공언해 온 '대안으로서의 제3자 특검' 추진은 용산 대통령실과 당내 다수파인 친윤계의 반발로 제자리걸음인 가운데, 당내 일각과 야당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여야 대표 회담을 계기로 당 안팎의 전선 사이에 끼어버린 모양새이다.

당시 비공개 회담에서 한동훈 대표가 본인의 처지를 말하며 이재명 대표에게 이해를 구했다는 말이 새어나오는가 하면, 결국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 추진을 철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한동훈 대표 측은 최대한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당장 친한계 일각에서도 특검 추진에 비판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어느 방향으로든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임박하고 있다.

민주당, 제3자 추천 특검법 발의 예고... 친한계 내에서도 이견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5당은 3일, 제3자 추천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한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일 오전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오후 1시 30분 (제3차 추천) 순직해병 특검법을 재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법안에는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를 추천하도록 하고, 야당이 특검 후보가 자격 미달이라고 판단할 경우 '비토'할 수 있도록 거부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한동훈 대표가 당내 사정을 이유로 특검법 발의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아예 제1야당이 대표로 나서서 여당 대표의 공약을 지켜주는 모양새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재표결 후 폐기'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여당을 논의 테이블에 끌어내려는 전략인 셈이다.

대표적인 친한계로 꼽히는 장동혁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은 3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입장 변화 없다"라며 "한동훈 대표는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한다는 것이고, 다만 당내 논의를 거쳐야 되고 의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는 그 입장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의 새 특검법안에 대해서는 "그 내용 중에 다른 것들이 여러 가지가 들어가 있더라"라며 "그래서 그 내용을 한번 봐야 될 것 같다"라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8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친한계 내부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편이지만, 친윤계 정점식 의원의 후임으로 지명되면서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상훈 정책위원회 의장은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2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와 인터뷰 한 그는 "한 대표는 회담 전에도 '제3자 특검법에 대한 자신의 입장은 그대로 유지를 할 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회담장으로 들어갔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특검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채상병 순직과 같은 그런 선례를 더 이상 남기지 않는, 재발 방지를 하는 게 더 중요하지 이거를 수사 결과도 발표되지 않았는데 특검으로 정쟁으로 치달을 수 있는 그런 여지를 남겨놓는 건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말씀을 제가 드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드시 특검이어야 되는가'라는 데 대해서는 우리가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라며 "제3자 특검법 이야기를 하더라도 입법화하는 과정은 별개의 과정"이라고도 선을 그었다.

특히 "그 과정에는 당내 의견 수렴 절차가 있어야 하고 정부와의 사전 교감도 필요한데 특검법이 당내 동의를 받기 어렵다는 게 제 판단"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동훈, 제3자 특검 철회? "오보"라고 진화 나섰지만...

이 같은 분위기에 쐐기를 박는 기사도 있었다. 앞서 <이데일리>는 복수의 여권 관계자를 인용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하는 방식의 특검법을 철회하고, 대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압박하는 방향으로 당내 의견이 모였다고 보도했다. 친한계 일각에서도 반대 뜻을 밝히면서 "사실상 한동훈 발 특검법은 좌초된 셈이 됐다"는 게 해당 매체의 평가다.

국민의힘 공보실은 그러자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한동훈표 채해병 특검법 철회 가닥'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한동훈 당 대표는 대법원장 추천 방식의 특검법에 대해 기존 입장과 변화가 없음을 알려드린다"라고 기자들에게 공지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 역시 3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오보"라고 반복해 강조하며 "공수처 수사 결과가 저희들이 볼 때는 곧 나오지 않을까 이렇게 보여진다. 지금 우리 저희들 내부 논의되는 속도와 공수처 수사 결과 발표 시점하고 거의 뭐 타이밍상으로 일치될 수도 있겠다"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파문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한 2일 인터뷰에서, 한동훈 대표가 회담 도중 "내 생각은 변함없다. 그러나 내가 처지가 좀 그렇다. 당내 상황이 좀 어렵다. 나는 식언하지 않는다"와 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고 밝힌 이야기와 함께 엮이면서 파급력이 커진 것이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TV조선에 "처지" 발언은 한 적이 없다고 맞섰지만, '채상병 특검법 준비 여부' 등을 두고서 양측의 설명이 계속 엇갈리면서 일종의 진실 공방으로 변질됐다. 종합적으로, 한동훈 대표가 마치 주장을 번복하는 듯한 혹은 방침을 정해놓고도 난처한 상황에 몰려 제대로 추진할 수 없게 된 모양새가 굳어진 것이다.

안철수 "너무 늦지 않게 결단해야" ...이준석 "한동훈=술 안 먹는 윤석열"

한동훈 대표에게 태도를 명확히 하라는 요구는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같은 당의 안철수 의원은 3일 '전격시사'에서 "정말 1년 훨씬 넘도록 진상이 밝혀지고 있지 않아서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정말 면목이 없다"라며 "여야 합의를 통해서 이 특검법을 통과해야지 이 꽃다운 죽음을 예우하고 그리고 또 국민들이 의혹을 가지지 않게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 대표께서도 국민들께서 지켜보고 계시니까 너무 늦지 않게 결단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제3자 특검 추천"을 재차 강조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국회의원은 앞서 언급된 보도를 본인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본인의 제안을 진지하게 추진해 보지도 않고 이렇게 슬그머니 철회한다고?"라고 따져 물었다. "기어코 양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판매하는 것인가?"라며 "이렇게 식언을 하고 입을 씻고 지나칠 거라면 윤석열 대통령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채해병과 그의 가족, 박정훈 대령과 그의 가족에게 부끄럽지 않으냐?"라며 "'술 안 마시는 윤석열'이라는 확신이 다시금 든다"라고 한동훈 대표를 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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