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대령 곁에 선 수녀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김도균 2024. 9. 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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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채상병 수사 외압' 박정훈 7차공판... 허은아 "모든 시작은 한 분의 격노"

[김도균, 이정민 기자]

▲ 박정훈 대령 7차 공판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이정민
"지난 7월 19일 채 해병의 1주기를 지냈습니다. 1년의 시간 동안 고 채 상병을 기억하고 박정훈 스테파노 대령님을 지지하면서 2014년에 한국을 방문하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인간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습니다.

대한민국 한 청년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당해야 했던 고통 앞에서 용기 있게 진실을 증언하며 묵묵히 고통을 감내하는 박정훈 스테파노 대령님과 그 가족, 그리고 채 상병의 유가족, 또 이분들을 돕고 있는 수사단을 지지하고 기도로 응원합니다."

3일 오전 전 해병대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7차 공판이 열리는 서울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 앞. 회색 수도복을 입은 천주교 수녀들과 붉은 티셔츠 차림의 예비역 해병들이 나란히 섰다. 박 대령은 천주교 신자다.

공판 전 열린 약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임효정 수녀는 "채 해병은 임무를 수행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희생되었지만, 그 사고에 대해 국가는 제대로 규명해주지 않았고 오히려 유가족에게는 큰 고통을 주었다"고 지적했다.
▲ 박정훈 대령 7차 공판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이정민
임 수녀는 9월이 한국 천주교가 모든 순교 성인들을 기념하고 기억하는 '순교 성월'임을 상기하면서 "이 사회의 정의를 위해 외롭게 온몸으로 의로움과 자비, 진리를 지키며 증언하고 있는 박정훈 대령은 이 시대의 진정한 증거자"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세월호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태원 참사, 화성 아리셀 화재와 군 사망사고 희생자들을 언급하면서 "다시는 이런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지 않도록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하겠다"고 다짐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모든 것이 한 분의 격노에서부터 시작했다"면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에 계신 분의 격노로 이 모든 것이 시작되어 참 슬프다"고 입을 열었다.

허 대표는 전날(2일) 열린 국회 개원식에 윤석열 대통령이 불참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또 '대통령이 격노했다', '불같이 화를 냈다'란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 말이 틀리지 않았구나란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허 대표는 이날 공판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박진희 전 국방부장관 군사보좌관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이들 사이에 어떤 통화가 이루어졌는지, 해병대사령관에게 어떤 지시가 있었는지 투명하게 밝히면 된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밝히기 위한 '제3자 특검법'을 발의한다면서 "개혁신당도 함께 특검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공수처 제출 명령 거부는 위법... 즉시 군사법원 명령 응해야"
▲ 박정훈 대령 7차 공판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이정민
정구승 변호사는 "이 사건은 (2023년) 7월 31일 16시부터 8월 1일 20시 40분경까지 수차례 있었다고 하는 명령에 대한 항명죄 재판"이라면서 "진실은 단순하다. 해병대사령관은 토의 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했고, 이에 대해 피고인(박정훈 대령)이 반대 의견을 피력하자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해병대수사단이 조사한 기록을 민간 경찰로 넘기지 말라는 해병대사령관의 명시적 이첩 보류 지시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정 변호사는 박정훈 대령에게 군 형법상 항명 혐의로 군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대해서도 "해병대사령관이 명령을 확정하기 전 참석자들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한 내용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관련자들의 초기 진술과 포렌식 자료 등은 실제적 진실을 발견하는 데 있어 결정적 자료라고 강조하면서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가 군사법원의 자료 제출 명령을 거부한 점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수처의 제출 명령 거부는 위법하다"면서 "즉시 군사법원의 제출 명령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에 임명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박정훈 대령 공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임 소장은 "박정훈 대령 공판에서 대통령의 수사외압 증거가 나오고 있다"면서 "신임 국방부 장관을 통해서 군사재판에 압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매우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임 소장은 "재판장을 교체한다면 헌법위반으로 탄핵 대상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박 대령의 상관명예훼손과 항명 혐의에 관한 7차 공판을 열어 증인 신문을 진행한다. 이날 공판에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현재 제56보병사단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 박정훈 대령 7차 공판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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