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물가 2.0%↑…3년5개월만 최저(종합)

세종=이은주 2024. 9. 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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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8월 소비자물가동향
석유류 0.1% 상승에 그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를 기록했다. 3년5개월 만에 최저치다. 국제유가가 다소 안정되면서 석유류 상승세가 꺾이고, 햇과일이 나오면서 농산물 가격 상승 폭도 전년보다 둔화한 영향이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024년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54(2020년=100)로 전년 동월보다 2.0%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2.7%), 6월(2.4%), 7월(2.6%)에 이어 2%대 물가상승률을 유지했을 뿐 아니라 2021년 3월(1.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반적으로 석유류가 많이 내려간 데다가 농수산물 상승 폭이 많이 축소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8.4% 오르면서 물가를 밀어 올렸던 석유류는 0.1% 상승에 그쳤다. 국제유가 하락과 지난해 기름값이 유독 높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석유류는 2월 1.5% 하락한 이후 6개월 만에 최저 상승 폭을 보였다. 전체 물가 기여도도 전달과 비교해 0.31%포인트 감소했다.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되는 국제유가가 지난 7월 이후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수입 원유가격 기준인 두바이유는 배럴당 83.8달러(7월)에서 77.6달러(8월)로 하락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경유가 1.9%, 휘발유가 0.7% 하락했다. 반면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는 16.8% 오르며 2022년 7월(21.4%) 이후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들어 중동 불안의 영향이 시장에 많이 반영되는 흐름은 아닌 데다 지난해 9월 높았던 기저의 영향이 다음 달에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농·축·수산물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 7월(5.5%)과 비교해 크게 상승 폭이 축소됐다. 지난해보다 기상 여건이 양호해 농산물 수급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영향이다. 농산물은 3.6% 올라 전달(9.0%)보다 상승 폭이 작아졌다.

신선식품지수 상승률은 지난 7월(7.7%)보다 상승 폭이 많이 축소된 3.2%를 나타냈다. 특히 전달 21.3% 올랐던 신선과실 상승률이 9.6%로 둔화했다. 햇과일 출시 등으로 과일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다만 배(120.3%)와 사과(17.0%)는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공 심의관은 “배 상승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는 지난 7월 154.6% 오르는 등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사과는 8월에 햇과일 홍로가 나왔지만, 배의 경우 본격적으로 (햇과일) 공급량이 늘진 않았다”며 “9월에 신고배가 본격적으로 나오게 되면 추석 전후로 안정적인 가격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선채소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 7월보다는 16.5% 올랐다. 상승 폭은 전달(6.3%)보다 확대했다. 통계청은 채소의 경우 폭염·폭우 등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기·가스·수도는 3.3% 올랐다. 도시가스(6.9%), 지역 난방비(9.8%), 상수도료(3.8%) 등이 뛰어오른 데 반해 전기료는 0.4% 하락했다. 서비스 가격은 2.3% 상승했다. 개인 서비스가 3.0% 올랐고 이 가운데 외식 가격 인상률은 2.8%였다. 보험서비스료(15.1%), 공동주택관리비(5.1%), 치킨(5.2%) 등도 상승세를 보였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를 보면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전년 같은 달 대비 1.9%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 상승률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2.1% 올랐다. 2021년 8월 1.9% 이후 36개월 만에 가장 작게 상승했다.

구입이나 지출 빈도가 높은 품목을 포함한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2.1%였다. 전달(3.0%)보다 상승세가 둔화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채소류 일부 품목이 폭염 영향 등으로 품목 가격이 높아서 소비자가 체감하기에 물가가 높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전반적으로 둔화 흐름을 보인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기상 이변이나 유가 불안 등 추가적인 충격이 없다면 2% 초반의 안정적인 물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기조를 굳히기 위해 정부는 배추와 무 등 20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17만t을 공급하고 700억원 규모의 할인지원에 나선다. 이달 말 만료될 예정인 수입과일 할당관세 적용 기간도 연말까지 연장해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이날 경제관계차관회의에서 “배추와 무는 지난주부터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사과는 작년 추석 성수기뿐만 아니라 평년보다 낮은 수준”이라면서 “20대 성수품 평균 가격을 고물가 시기 이전인 2021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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