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득점 폭발' 강이슬, 'WKBL 최고슈터'의 위용
[양형석 기자]
KB가 일본 초청팀 히타치를 상대로 2024 박신자컵에서 첫 승을 따냈다.
김완수 감독이 이끄는 KB스타즈는 2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24 우리은행 박신자컵 히타치 하이테크 쿠거스와의 A조 두 번째 경기에서 77-65로 승리했다. 지난 8월 31일 토요타 안텔롭스와의 첫 경기에서 64-74로 패했던 KB는 첫 경기에서 우리은행 우리WON에게 패한 히타치를 2연패에 빠트리면서 조별리그 전적 1승1패를 만들었다.
KB는 아시아쿼터 나가타 모에가 15득점9리바운드4스틸을 기록했고 포인트가드 허예은도 10득점7어시스트3스틸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KB는 토요타와의 경기에서 휴식을 취했던 이 선수가 히타치와의 경기에서 3점슛 8개를 포함해 33득점을 퍼부으며 KB의 승리를 견인했다. 여자농구 대표팀의 주장이자 리그 최고의 슈터 '스테판 이슬' 강이슬이 그 주인공이다.
▲ 박지수가 유럽리그에 진출하면서 KB는 2024-2025 시즌 강이슬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야 한다. |
ⓒ 한국여자농구연맹 |
그렇게 우승에 한이 맺혀가던 KB에게 2016-2017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이 찾아왔다. 분당 경영고 2학년 시절부터 성인 대표팀의 주전 센터로 활약한 WKBL 역대 최고의 '슈퍼 루키' 박지수(갈라타사라이 SK)가 KB의 지명을 받은 것이다. 당시 KB를 이끌던 안덕수 감독(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 박지수 지명 후 취재진과 학부모들에게 큰절을 올린 것은 결코 '오버액션'이 아니었다.
KB에 입단하자마자 첫 시즌 신인왕을 차지한 박지수는 2017-2018 시즌 KB를 챔피언 결정전으로 이끌었고 3년 차 시즌이던 2018-2019 시즌에는 역대 최연소 MVP와 함께 KB의 챔프전 우승을 견인했다. 26번의 시즌 동안 그 어떤 감독이나 스타 선수도 해내지 못한 KB의 우승을 박지수가 입단한 후 단 세 시즌 만에 이뤄낸 것이다. 그만큼 '박지수 효과'가 엄청나게 컸다는 뜻이다.
실제로 KB는 박지수와 함께 한 8시즌 동안 구단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챔프전 우승은 2번에 불과했지만 3번의 정규리그 우승과 함께 2017-2018 시즌부터 2023-2024 시즌까지 6번이나 7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다. 실질적으로 같은 기간 WKBL은 우리은행과 KB가 양분했다고 표현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그리고 박지수는 WNBA와 대표팀을 오가면서도 매 시즌 KB의 골 밑을 사수했다.
하지만 박지수는 4번의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후 리그에 무료함을 느꼈다. 실제로 외국인 선수 제도마저 사라진 WKBL에서 박지수가 자신과 대등한 신장을 가진 선수를 상대할 기회는 전혀 없었고 이는 기량의 정체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박지수는 2023-2024 시즌 정규리그 MVP 시상식에서 해외 진출에 대한 포부를 밝혔고 지난 5월 갈라타사라이 SK와 계약하며 튀르키예 리그에 진출했다.
▲ 강이슬은 2일 히타치전에서 72.7%의 성공률로 무려 8개의 3점슛을 적중시켰다. |
ⓒ 한국여자농구연맹 |
박지수가 유럽리그에 진출하면서 KB는 이제 슈터 강이슬을 중심으로 새롭게 팀을 꾸려야 한다. 강이슬은 2022-2023 시즌 이소희(BNK)에게 빼앗겼던 3점슛 여왕 자리를 2023-2024 시즌에 곧바로 탈환했지만 박지수라는 그늘이 없으면 자신 있게 슛을 던지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강이슬은 올해부터 대표팀에서도 주장을 맡으면서 부담이 더욱 늘어났다.
강이슬은 멕시코에서 열린 2026 농구월드컵 사전예선에서 한국의 주전슈터로 활약하면서 5경기에서 43.2%의 3점슛 성공률과 함께 15.4득점2.8리바운드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강이슬은 지난 8월 31일에 열린 토요타와의 박신자컵 첫 경기에서 벤치를 지켰는데 이날 KB는 토요타에게 64-74로 패했다. 그리고 강이슬은 2일 히타치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 처음으로 올해 박신자컵에 출전했다.
교체선수로 투입된 강이슬은 이날 21분58초 밖에 소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11개의 3점슛을 던져 무려 8개를 적중 시키는 무시무시한 슛감을 뽐내며 외곽에서 히타치를 완벽하게 압도했다. 강이슬이 던진 3점슛이 족족 림을 통과하자 히타치 수비수들은 압박 수비와 파울 작전으로 강이슬에게 부담을 주려 했다. 하지만 강이슬은 5개의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키면서 히타치의 수비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물론 강이슬이 이날처럼 매 경기 70%가 넘는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번 터지면 누구도 말릴 수 없는 무서운 슈터'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만으로도 상대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리그 최고의 슈터 강이슬의 존재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박지수가 없는 KB가 이번 박신자컵은 물론이고 다가올 2024-2025 시즌을 슬기롭게 치러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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