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 웹진 담談 9월호 출간
권기웅 2024. 9. 3. 09:34
한국국학진흥원이 웹진 담談 9월호에 ‘납량특선 2-익숙하면서도 낯선, 토속신앙’이라는 주제를 담아 발행했다고 3일 밝혔다.
믿을 수 없으면서도 믿을 수밖에 없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해당 호에서는 오랫동안 한 지역·민족이 공유하고 지켜온 믿음들이 어떻게 형상화되는지 살펴본다.
몸으로 깨닫는 무속의 진정성
‘무속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에서 이용범 교수(안동대학교)는 무속이 한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의미를 통해 무속의 진정성을 살펴본다.
우리 사회에서 무속은 모순된 시각의 혼재 속에 실체가 모호한 경제적 현상으로 남아 있다. 불합리하고 비현실적인 관습으로 사람들을 미망에 빠트리는 미신에 불과하다고 치부하기도 하지만, 고유한 전통문화를 담지(擔持)한 중요한 민속 전통이나 여러 종교 가운데 하나로 인식하기도 한다.
유교를 지배 이념으로 성립했던 조선에서도 무속에 대한 인식의 혼란이 드러났다. 유교, 특히 성리학의 관점에서 무속은 부정의 대상이었기에 공적 영역에서는 금지되었지만, 사적 영역에서는 풀리지 않는 삶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는 종교 가운데 하나로 기능했다.
‘천예록(天倪錄)’에 실린 이야기에서 조선 중기의 문신 송상인(宋象仁, 1569~1631)은 남원부사가 된 후 무당축출령을 내려 마을의 모든 무당을 몰아낼 정도로 무당을 질시하고 혐오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서 무당을 마주쳐 관아로 끌고 갔다. 끌려온 무당이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보라고 하자, 송상인은 얼마 전 죽은 자신의 친구를 불러 보라고 명한다. 무당은 곧 그 친구로 빙의해 송상인과 친구만 알고 있는 사실까지 언급한다. 무당을 매개로 믿지 못할 경험을 한 송상인은 무속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무속이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은 ‘무속이 제공하는 경험의 진정성’이라고 필자는 정의한다. 무속의 종교적 생명력은 말이 아닌 몸의 종교로서 몸을 통해 구체적이고 생생한 경험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무당과 미스터리 탐정이 만나면 벌어지는 일
‘무당과 처녀 귀신, 그리고 명탐정: 민속학 미스터리, 그 창작의 여정’에서 고태라 작가는 민속 신앙을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의 창작 과정을 통해 현실과 초현실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한다.
한국의 민속에 매료돼 이를 소재로 추리소설을 쓰는 고 작가는 미스터리 장르와 민간신앙은 현실의 문제를 다루면서도 그 해결 방식이 현실을 초월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를 반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대중에게 알려진 만신 김금화(1931~2019)를 보고 구상한 ‘무당집 살인사건’부터 우리나라의 불교까지 파고들며 세상에 내놓은 ‘마라의 요람’까지, 작가는 작품 하나하나를 완성할 때까지의 분투를 담담하게 고백한다. 비록 고행의 연속일지라도 민속과 미스터리의 융합이 결실을 볼 때까지는 멈추지 않을 작정이라는 굳은 의지를 표명하며, 가볍게 읽히지만 과정은 매우 묵직했던 작가 노트를 마친다.
혐오하던 무속신앙이 만들어준 경외심
이외에도 웹진 담談에서는 ‘납량특선 2-익숙하면서도 낯선, 토속신앙’에 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룬다.
‘스토리웹툰 독獨선생전’ 9화 <벼루의 위용>에서는 뱀과 관련한 미신을 배경으로 주인 잃은 고양이 벼루의 무용담이 펼쳐진다. 일찍 세상을 떠난 고향 후배의 반려묘 벼루를 돌보던 독선생은 고양이가 마뜩잖은 주인집 때문에 난감해한다. 그러나 벼루의 놀라운 활약으로 반전되는 상황을 그린다.
‘선인의 이야기, 무대와 만나다’의 <저승에서 살아 돌아오기>에서는 저승과 관련된 작품들, 뮤지컬《신과 함께》와 신화의 현대적 해석이 돋보이는 뮤지컬 《하데스 타운》을 소개하며, 사람에게 가장 좋은 곳은 사랑하는 삶이 있는 곳이라고 전한다.
‘백이와 목금’의 <접신하는 무당>에서는 목금이와 함께 혹세무민하는 무당을 잡으러 간 사또가 오히려 무당이 접신하여 들려준 신통력에 감동한다. 그러나 목금이는 문제를 관통하는 통찰력으로 무당이 꾸민 계략을 단번에 찾아낸다.
웹진 담談 9월호는 한국국학진흥원 스토리테마파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권기웅 기자 zebo1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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