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쑹빠레' 박지성 따른다!…황인범, 페예노르트 4년 계약→꿈에 그리던 '빅클럽 입단'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황인범이 네덜란드 명문 페예노르트에 입단했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성공했던 박지성의 뒤를 따를 예정이다.
페예노르트는 3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황인범 영입을 발표했다. 구단은 "한국의 세련된 미드필더 황인범을 영입, 중원 보강에 성공했다. 그는 세르비아 챔피언 츠르베나 즈베즈다 출신으로 구단과 2028년까지 4년 계약을 체결했다. 등번호는 4번"이라고 알렸다.
이어 황인범의 입단 소감을 전했다. 그는 "(전 소속팀) 츠르베나 즈베즈다의 동료 우로 스파이치는 내가 페예노르트로 가는 게 맞는 결정이라고 했다. 내 경력 중 페예노르트가 가장 큰 클럽"이라며 "홈경기마다 스타디움이 꽉 차는 것으로 들었다. 유럽에서도 빅클럽이고 여기 오래 머무르고 싶다. 기쁘고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페예노르트는 2022-2023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를 우승한 팀이다. 지난 시즌엔 PSV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사령탐이었던 아르네 슬롯 감독이 올시즌 프리미어리그 명문 리버풀 지휘봉을 잡고 있다.
슬롯 감독이 떠나면서 지금은 덴마크 출신 브리앙 프리스케 감독이 지휘하고 있다. 송종국이 2002년, 이천수가 2007년 입단해 활약한 적이 있다. 지금은 일본 국가대표팀 공격수 우에다 아야세가 페예노르트에서 뛴다.
황인범은 페예노르트에서 등번호 4번을 달게 됐다. 이적료 등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세르비아 언론에 따르면 황인범은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1000만 유로(약 145억원) 안팎의 이적료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2위를 차지해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진출한 페예노르트는 이적시장 마감일을 앞두고 중원을 보강하기 위해 황인범 영입을 추진했다.
페예노르트는 황인범을 두고 같은 에레디비시 소속이자 네덜란드 최고 명문 아약스와 경쟁을 펼쳤고, 아약스보다 더 많은 이적료를 지불하면서 황인범을 품는 데 성공했다.
네덜란드 매체 '부트발 프리미어'는 지난달 29일 "황인범은 두고 아약스와 페예노르트가 경쟁하고 있다"라며 "아약스와 페예노르트의 관심은 구체적이다. 즈베즈다는 아약스와 페예노르트의 입찰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유럽 5대리그(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프랑스 리그1) 클럽은 아니지만 페예노르트 역시 네덜란드를 넘어 유럽 굴지의 팀이라는 점에서 황인범 입단은 반길 만하다. 황인범은 빅리그를 비롯해 서유럽 구단의 문을 매년 노크했다. 잡힐 듯 잡히지 않았는데 나이로 봤을 때 거의 마지막 기회인 올여름 입성에 성공했다.
페예노르트는 아약스, PSV 에인트호번과 함께 네덜란드 3대 명문으로 꼽힌다. 리그 16회 우승, 네덜란드 컵 14회 우승 등을 자랑하는 팀이다.
아약스와 페예노르트 두 네덜란드 명문이 황인범을 두고 장외 대결을 펼친 가운데 승자는 더 많은 이적료를 즈베즈다에 제시한 페예노르트였다.
세르비아 언론 '막시뱃 스포츠'에 따르면 아약스는 즈베즈다에 황인범 이적료로 800만 유로(약 118억원)를 제안했지만, 페예노르트가 1000만 유로(약 148억원)를 제안해 영입 레이스에서 승리했다. 아약스는 단 200만 유로(약 30억원) 차이로 황인범을 놓치게 된 것이다.
또 황인범이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뛰고 싶어 한다는 점이 페예노르트 합류를 이끌었다. 페예노르트는 이번에 개편된 2024-2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바이엘 레버쿠젠(독일), 지로나(스페인), SL벤피카(포르투갈), RB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스파르타 프라하(체코), 바이에른 뮌헨(독일), LOSC릴(프랑스)를 상대한다.
네덜란드 리그 이적시장은 빅리그와 달리 오는 2일까지 열린다. 황인범은 이에 따라 이적시장 문 닫기 전에 사인하는 버저비터 입단으로 페예노르트와 계약한다.
페예노르트 유니폼을 입으면서 황인범은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통산 9번째 코리안리거이자 페예노르트 역대 4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황인범 이전에 총 8명(송종국, 이천수, 박지성, 이영표, 허정무, 석현준, 노정윤, 김남일)의 한국선수들이 네덜란드에 진출했다. 이들 중 송종국(2002~2005)과 이천수(2007~2008)가 페예노르트 유니폼을 입고 네덜란드 무대를 뛰었다.
김남일도 2003년 겨울 이적시장 때 페예노르트에 입단했다. 이때 곧바로 위성구단 엑셀시오르로 6개월 임대를 떠나고 임대 기간이 끝난 후 페예노르트로 영구 이적하는 계약을 맺었다. 다만 김남일은 임대 기간을 마친 뒤 페예노르트가 영입을 철회하면서 결국 김남일의 페예노르트 데뷔는 무산됐다. 그래서 황인범을 페예노르트 3호 한국인으로 보는 것이다.
황인범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성공했던 박지성의 발자취를 따를 예정이다. 네덜란드 부트발플릿센은 "황인범은 페예노르트 이적을 앞두고 에레디비시에서 9번째 한국 선수가 될 것"이라며 "그 중 특히 박지성은 PSV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 공격형 미드필더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유니폼을 입었고, 2013년 한 시즌 동안 복귀했다"고 박지성이 가장 성공한 선수였다고 조명했다.
이어 "박지성은 PSV에서 119경기에 나서 28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네덜란드 컵과 요한 크루이프 샬이라는 2개의 타이틀을 획득했다"고 박지성의 PSV 커리어도 설명했다.
당시 박지성의 인기는 대단했다. 현지 팬들이 박지성 전용 응원가 '위쑹빠레'를 만들어줬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당시 박지성이 골을 넣으면 필립스 스타디움의 장내 아나운서가 '지성박'을 호명했다. 이내 PSV 관중석에서 열광적인 환호성이 터져나왔고 이어 '오~오~오~오~ 위쑹빠레'로 시작하는 응원가가 울려퍼졌다. '위숭빠레'는 '지성박'의 네덜란드식 발음이다.
굳이 골이 아니어도 박지성의 활약이 두드러지면 장내 아나운서의 호명 없이 필립스스타디움에는 이 노래가 울려퍼졌다. 그만큼 PSV 팬들 사이에서 널리 퍼졌고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박지성과 황인범은 플레이스타일도 비슷해 두 축구인이 20년 세월을 뛰어넘어 데칼코마니 활약을 펼칠지 주목된다. 박지성은 PSV 시절 엄청난 활동량과 독특한 움직임으로 많은 각광을 받았다. 특히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AC밀란전에선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2차전 홈 경기에서 한국인 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득점까지 뽑아냈다. 이 때의 활약을 계기로 당대 최고 명문이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황인범 역시 쉼 없는 움직임으로 국제무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미드필더다. 황인범은 즈베즈다 입단 직후인 지난해 9월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맨체스터 시티와의 격돌이 성사되자 "개처럼 뛰겠다"는 발언을 남겼다. 실제 12km 이상을 맨시티전에서 기록하며 '개처럼' 그라운드를 누볐다. 공교롭게 박지성이 현역 시절 곧잘 들었던 평가가 바로 '개처럼 뛰었다'였다.
비록 구단은 다르지만 활동 무대가 같다는 점에서 황인범이 박지성의 길을 걷고 있다. 황인범이 박지성 넘어 네덜란드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 선수가 될 수 있을지, 나이가 다소 들었지만 페예노르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박지성처럼 명문 구단으로 이적할 수 있을지 올 시즌 그의 활약에 많은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황인범은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2026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을 위해 귀국한다. A매치 브레이크가 끝난 뒤엔 15일 오전 1시45분 흐르닝언과의 홈 경기를 통해 감격의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 이어 20일 오전 1시45분엔 지난시즌 UEFA 유로파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 독일축구협회컵을 석권한 바이엘 레버쿠젠과 UEFA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에 나선다.
사진=연합뉴스, 페예노르트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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