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셀룰로오스→알코올 전환 친환경 기술 개발…고부가 화학원료 재탄생
초임계 이산화탄소 투입 반응효율 5배 이상
의약·화장품·화학제품 등 산업 활용 기대
기존 석유자원이 아닌 탄소중립적인 식물성 자원인 ‘셀룰로오스’를 고부가가치 화학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부산대학교(총장 최재원)는 응용화학공학부 제정호 교수 연구팀이 천연 물질 ‘셀룰로오스’를 높은 효율로 다가(多價) 알코올로 전환할 수 있는 친환경 반응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다가 알코올(polyhydric alcohol)은 분자 내 알코올성 하이드록시기(-OH)를 2개 이상 갖춰 식품·의약·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
‘셀룰로오스(cellulose)’는 목재나 풀과 같은 식물자원의 주요 구성 성분으로 지구상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천연 물질이다. 최근 기후변화 대응을 통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기존 석유자원 대신 탄소중립적인 셀룰로오스와 같은 친환경 자원을 탄소원으로 사용해 플라스틱 단량체 및 지속가능 케미컬을 생산하는 기술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
셀룰로오스는 포도당과 같은 다가 알코올들이 수백에서 수천 개로 결합한 천연 고분자 물질이다. 그 결합을 선택적으로 절단하면 산업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기초화학물질 다가 알코올(에틸렌글리콜, 수크로스 등)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셀룰로오스는 수소 결합을 통해 높은 결정성의 단단한 구조를 가져 화학적 분해를 위해서는 고농도의 황산을 사용한 비친환경적인 방법이 주로 적용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작용기가 도입된 활성탄과 같은 고체산 촉매를 사용한 물 용매 기반 반응시스템이 개발됐으나 고체 셀룰로오스와 고체 촉매와의 접촉이 제한받기 때문에 반응 효율 및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초임계(超臨界)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기존 고체산 촉매 공정에 투입해 탄산에서 발생하는 산촉매 효과와 반응 용매로서의 효과를 부가해 기존 공정 대비 반응 효율을 5배 이상 증진시키는 데 성공했다.
초임계(超臨界)는 특정 온도와 압력에서 액체와 기체의 구분이 사라지는 지점인 임계점(critical point)을 초과한 상태다. 초임계 유체는 액체와 기체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밀도는 액체와 비슷하고 점도는 기체와 유사하다. 이러한 특성으로 용매, 추출, 세정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된다.
제정호 교수팀은 특히 성균관대 연구진과 협업해 반응기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물과 초임계 이산화탄소 계면에 촉매 입자가 흡착해 에멀전(emulsion, 유화액) 방울을 형성하고, 에멀전 방울 안의 물 용매 상에 친수성 셀룰로오스가 갇힌 상태로 존재함을 증명했다.
반응 kinetics 실험으로 이러한 나노 방울의 제한 공간은 셀룰로오스 분자의 엔트로피(entropy, 무질서도)를 감소시키고, 고체 촉매-셀룰로오스 분자의 접촉 효율(확산 속도)을 증진시켜 반응 효율이 비약적으로 증진됨을 분자 수준에서 밝혀냈다.
높은 반응 효율과 더불어 반응 후 압력 강하를 통해 이산화탄소는 다시 기체로 회수돼 생성물과 자발적으로 분리되므로 기존 산-염기 중화 혹은 용매 분리와 같은 문제가 전혀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는 것 또한 장점이다.
최근 넷제로(Net-Zero, 온실가스 순배출 0) 실현 및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기존의 석유자원이 아닌 탄소중립적인 식물성 자원을 화학원료로 사용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셀룰로오스로부터 의약·화장품·화학제품 등 그 산업적 응용처가 매우 넓은 다가 알코올을 생산하는 화학 반응은 산업적 활용도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기초연구실사업,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부산대 응용화학공학부 제정호 교수가 교신저자, 김한웅 박사가 제1저자로, 성균관대·서울시립대·생산기술연구소 연구진과 함께 수행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Chemical Engineering Journal’ 8월 1일 자에 게재됐다.
영남취재본부 조충현 기자 jch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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