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위험값 높인다…NCR 손 보고, 법인 지급결제 도입할까

황윤주 2024. 9. 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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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ABCP 채무보증 위험값 고작 18%
비주거용·해외부동산 위험값은 낮아
PF 채무보증 유인 클 수밖에 없어
IMA 도입 8년째…사업자 감감무소식
업계 숙원인 법인 지급결제도 요원

금융당국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 개선에 나서는 이유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쏠린 자본시장 자금을 기업 인수합병(M&A), 기업 신용공여 등 기업금융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다. 2016년 새로운 영업용순자본비율(신NCR) 도입 이후 자기자본 증가에 힘입어 NCR 비율이 개선됐으나, 역설적으로 부동산 PF 투자가 증가하며 자기자본 대비 위험자산총액(총위험액)이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종투사 제도개선의 핵심은 NCR 평가 시 부동산 PF 위험값을 높이는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금융투자업계가 요구하는 법인 지급결제 등 신규 사업 승인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건전성 규제 완화해줬더니…증권사 PF 채무보증 증가

NCR은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1997년 처음 도입된 옛NCR은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값으로 산출했다. 위험금액이 커질수록 이에 비례해 영업용 순자본을 더 가져가야 하는 구조다.

2000년대 들어서 NCR 지표가 모험자본의 역할을 하는 증권업을 지나치게 규제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금융당국은 2016년 신NCR 제도를 도입하고 평가 산식을 변경했다. 신NCR은 영업용순자본에서 위험자산총액(총위험액)을 뺀 금액을 업무단위별 필요유지 자기자본으로 나눈다.

옛NCR과 차이는 '업무단위별 필요유지 자기자본'이다. 업무단위별 필요유지 자기자본은 법정필요 자기자본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규정했다. 이를 산식에 적용하면 분모에 해당하는 업무단위별 필요유지 자기자본이 일정 수준으로 제한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증권사는 NCR 비율 관리 부담이 크게 덜어진 셈이다.

신NCR 도입 후 증권사들은 모험자본 투자를 늘렸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증권사의 위험자산총액(총위험액)은 2016년 9조4000억원에서 2022년 33조7000억원으로 약 4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은 45조원에서 80조원으로 1.8배 증가했다.

자기자본 증가 속도보다 위험금액이 불어나는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즉 주식이나 채권 거래를 중개하며 받는 브로커리지(수수료)뿐만 아니라 파생결합증권(DLS), PF 익스포저 등이 크게 늘어나면서 위험 금액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총위험금액은 시장위험금액, 신용위험금액, 운영위험금액으로 구분된다. 리스크 유형별로 보면 신용위험 금액 증가가 눈에 띈다. 2016~2022년 동안 신용위험액 비중만 23%에서 34%로 11%P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장위험 금액은 64%에서 56%로 감소했고, 운영위험 금액은 14%에서 9%로 줄었다.

부동산 PF 위험값 18% 고정…위험값 높이고

금융위는 부동산 PF 위험 가중치를 지금보다 더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동산 PF 위험 가중치 산식을 정교화하고, 채무보증 규모와 리스크 정도에 따라 위험 가중치를 달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 종투사(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 중 금융위 지정을 받은 곳)는 국내 주거용 대출에 대해 NCR 위험값(100% 적용)이 더 높다. 반대로 비주거용, 그리고 해외 부동산 투자의 NCR 위험값이 더 낮다. 이유가 있다. 해외 대체투자 활성화를 독려하기 위해 이같이 규제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특히 NCR 위험값에서 부동산 PF 채무보증 위험 가중치는 일괄적으로 18%를 적용한다"며 "PF 리스크와 관계없이 100억원의 채무보증이 있다면 최대 18억원만 손실 가능 금액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PF 채무보증 투자 유인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PF 채무보증을 나름 위험 가중치가 낮으면서도 모험자본 성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를 기점으로 NCR 제도 개선 목소리가 커졌다. 당시 부동산 PF 시장 악화로 증권사가 채무보증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차환에 어려움을 겪으며 시장에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다. 금융위는 연말까지 ABCP 채무보증을 직접 대출로 전환할 경우 NCR 위험값을 한시적으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종투사 제도개선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며 "부동산 관련 위험가중치를 조정하는 방향은 발표한 바 있고, 관련 내용을 연구용역 발주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투업계 "IMA 사업자 1호 나오고, 법인 지급결제도 허용해야"

금투업계는 종투사 경쟁력을 위해서는 신규 사업을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 승인이 대표적이다. IMA는 증권사가 원금을 보장하면서 고객의 예탁금을 기업대출과 회사채 등 다양한 기업금융에 투자해 이익을 추구하는 계좌다. 금융위가 2016년 도입했으나 8년째 승인받은 증권사가 없다. 수탁액의 5% 이상 손실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하므로 자본금이 큰 대형 증권사만 가능하다.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NH투자증권이 오스템임플란트 패키지 딜을 성사하는 등 증권사의 기업금융 능력이 크게 올라왔다"며 "투자은행(IB) 업무를 위한 자금조달이 쉬워지도록 IMA 사업자 1호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 지급결제도 증권사의 숙원 사업 중 하나다. 현재 증권사가 지급결제를 할 수 있는 대상은 '개인'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 때문에 기업 등 법인들은 은행 계좌를 통해 급여를 지급하고, 협력사 대금을 납부하고 있다. 이를 법인으로 확대할 경우 증권사 계좌를 통해 급여 이체나 공과금 납부가 가능해진다.

법인 지급결제는 2006년 이후 15년째 반복되는 민원 중 하나다. 법인 지급결제는 자본시장법 개정 사안인데, 은행업권의 반대 등 번번이 무산됐다. 금융투자협회 고위 관계자는 "법인 지급결제는 기업금융을 위한 인프라"라며 "증권사가 기업금융 사업을 하려면 사실상 은행 계좌를 통해야 하는데, 증권사 자체적으로 일관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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