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체포영장 무시하고 몽골 입국…"신경 안 써"

이현우 2024. 9. 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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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발부 이후 처음으로 ICC 회원국인 몽골을 방문했다.

앞서 ICC는 전쟁범죄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회원국인 몽골에 체포 협조를 요청했지만, 몽골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푸틴 대통령의 몽골 방문 소식이 전해지자 ICC와 우크라이나 정부는 ICC 회원국인 몽골 정부에 푸틴 대통령 체포 협조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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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이후 첫 ICC 회원국 방문
줄타기 외교하는 몽골…ICC 요구 거절
2일(현지시간)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몽골 울란바토르에 도착해 안내를 받고 있다.[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발부 이후 처음으로 ICC 회원국인 몽골을 방문했다. 앞서 ICC는 전쟁범죄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회원국인 몽골에 체포 협조를 요청했지만, 몽골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향후 몽골을 경유해 중국 본토와 연결되는 가스관 부설 문제 등 경제 현안을 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CC와 우크라이나 푸틴 체포요청 거부한 몽골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AP통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몽골을 전국빈방문했다. 이날 오후 11시께 몽골 울란바토르 공항에 도착한 푸틴 대통령은 몽골 전통 의상을 갖춘 의장대 사열로 환영받았고 몽골 고위인사들과 인사를 나눴다. 푸틴 대통령은 다음날부터 몽골에서의 공식 방문 일정을 시작해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과 회담하고, 소련군과 몽골군이 할힌골강에서 옛 일제를 상대로 거둔 공동 승전 8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몽골 방문은 러시아와 중국을 직통할 두번째 가스관인 '시베리아의 힘(Power of Siberia)-2 가스관 설립 협상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지난달 몽골 의회는 해당 가스관 사업이 중국과 러시아간 협상 결렬로 향후 4년간 정부 사업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중국 가스수출을 늘리고 싶은 러시아는 해당 사업에 대한 협상의 불씨를 키워가려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몽골 방문 소식이 전해지자 ICC와 우크라이나 정부는 ICC 회원국인 몽골 정부에 푸틴 대통령 체포 협조을 요청했다. ICC는 지난해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우크라이나 어린이 강제 이주 등 전쟁범죄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몽골은 ICC 가입조약인 로마 규정에 서명한 국가로 ICC의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할 의무가 있지만, 의도적으로 이를 무시하고 푸틴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허용하면서 국제적인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우크라이나 "몽골, ICC 형법체계에 큰 타격" 맹비난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정부는 몽골 정부가 ICC 회원국 의무를 저버렸다며 맹비난했다. CNN에 따르면 헤오르히 티크히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몽골이 푸틴 대통령을 구금하지 않은 것은 ICC와 국제 형법 체계에 큰 타격을 준 것"이라며 "몽골은 피고인인 범죄자의 재판 회피를 허용함으로써 전쟁 범죄에 공동 책임을 지게 됐다. 우크라이나는 몽골이 대가를 치르도록 동맹국과 공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도 몽골에 푸틴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HRW는 "몽골이 푸틴 대통령을 체포하지 않고 방문을 허용한다면 ICC 회원국으로서 국제적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큰 몽골 상황을 고려하면, 몽골 정부가 ICC와 우크라이나 정부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몽골은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끼어있는 국가로 러시아와 관계를 유지하고 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한 몽골은 에너지 95%를 러시아의 천연가스 등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당국도 푸틴 대통령의 몽골 방문에 체포 우려 등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체포) 걱정은 할 것 없다. 우린 몽골 친구들과 훌륭한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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