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블랙핑크 뒤를 누가 잇나…밀어내기 판매 피로도도 높아져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4. 9. 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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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방정식 깨졌나...흔들리는 K-엔터 [스페셜리포트]
지난 2021년 한국 가수 최초로 미 그래미 어워즈에서 단독 무대를 펼친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작 제공)
K팝 앨범 판매가 줄어든 표면적인 이유는 BTS, 블랙핑크를 이을 ‘메가 지식재산권(IP)’이 없다는 점이다. K팝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한 대형 아티스트들의 공백기에는 K엔터 실적 역시 주춤할 수밖에 없다.

물론 대형 아티스트 활동이 재개되면 실적이 되살아난다지만, 주요 아티스트와 높은 금액에 재계약하면서 원가율이 높아지고 신인 IP 개발 비용까지 더해져 수익성에는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례로 JYP의 경우 스트레이키즈, 트와이스의 활동 공백이 이어지면서 음반 매출이 감소했다. 김혜영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트와이스와 스트레이키즈 실적 공백을 감안해도 영업이익률이 종전 20~30%에서 한 자릿수로 떨어진 건 이익을 벌어들일 수 있는 기초체력이 약해졌다는 게 확인된 것”이라며 “주요 IP가 모두 재계약을 하면서 원가율이 높아졌고 신인 개발 비용은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YG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위너 멤버들 군 복무로 팀 활동에 공백이 생겼고, 블랙핑크와는 개별 재계약 대신 팀 재계약만 진행하며 유의미한 활동을 보이지 못한다. 이기훈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인 투자 비용이 공격적으로 집행되는 가운데, 기존 아티스트들의 활동 공백으로 전속금 등 무형자산 상각비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JYP엔터테인먼트는 보이그룹 스트레이키즈 등의 활동 공백으로 실적 부진을 겪었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결국 신인 중 메가 IP가 나와주지 않으면 실적을 이어가기 녹록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이돌그룹 주기가 평균 4년 정도인데 4년마다 아이돌그룹을 지속적으로 데뷔시키고 성공시키는 게 쉽지 않다”며 “한 그룹을 어렵게 데뷔시켜도 수익이 발생하기 전까진 오로지 비용만 드는 셈인데 히트상품(아이돌)이 나오지 않으면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K엔터 실적 악화가 ‘음반 인플레이션’ 거품이 빠진 결과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K팝 산업이 성장하는 데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각 아티스트별로 형성된 ‘팬덤’이다. 팬들이 앨범을 적극적으로 사들인 덕에 아티스트들이 국내뿐 아니라 빌보드 등 해외 주요 차트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기획사마다 팬덤을 발판 삼아 차트 순위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초동판매량(음반 공개 첫 일주일 판매량)’을 지나치게 강조하기 시작했다. 기획사들은 같은 앨범이라 해도 여러 종류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각 앨범 종류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 이벤트 응모권 등이 달리 들어가기 때문에 팬들은 앨범을 여러 장 살 수밖에 없다.

일례로 아일릿 멤버는 5명. 포카는 각자 4장씩 모두 20종류. 앨범 하나에 2장씩 들었다. 일정 금액 이상 앨범을 사면 미공개 포카(미공포)를 준다. 세븐틴의 경우 13명 멤버의 사진으로 각 4장씩 52종류 포토카드(포카)를 만들었다. 수백만원어치를 사도 포카를 다 얻기 어렵게 만든 셈이다. 지난 5월 일본 시부야에는 포카만 빼고 남은 세븐틴 앨범이 대량으로 버려진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됐다. 관련해 빌보드는 “한국에서는 많은 팬이 CD플레이어를 갖고 있지 않는데도 음반사가 ‘복권 스타일’의 마케팅 전략과 굿즈가 수반된 패키지 CD를 도입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K팝 앨범 사행성에 대한 비판은 팬들의 피로감을 높이고 팬덤을 위축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K팝 팬덤 데이터 분석 플랫폼 케이팝레이더가 총 100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초동 경쟁이 지나치다고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라이트팬(월 5만원 미만 소비)의 63.3%, 코어팬(월 5만원 이상 소비)의 74.4%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초동을 위해 팬덤이 무리한 소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각각 66.9%, 71.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4호 (2024.08.28~2024.09.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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