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방정식 깨졌나...흔들리는 K-엔터 [스페셜리포트]
“지금이 진짜 좋은 타이밍입니다. 여윳돈만 있었으면 저희 회사 주식 삽니다.”
지난해 11월 말이었다. JYP엔터 최대주주이자 프로듀서인 가수 박진영 씨는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에 출연했다. 이때 그는 JYP엔터 자사 주식 ‘마케팅’에 나섰다. 바닥권으로 떨어져 매수에 나서기 좋은 때라고 했다.
당시 9만5000원대였던 JYP엔터 주가는 반 토막 났다. 박진영 씨 말을 믿고 주식을 샀다면 적잖이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JYP엔터뿐 아니라 다른 엔터사 주가도 하락세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역시 최근 1년 새 주가가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엔터주 가운데 가장 시가총액이 높은 하이브 역시 7월 초 20만원대였던 주가는 17만원대로 떨어졌다. 에스엠 주가 역시 7월 이후 12% 빠졌다.
JYP엔터에 앞서 실적을 발표한 와이지 역시 마찬가지다.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해 1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하이브는 2분기 매출액 640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7% 감소한 509억원이었다.
엔터업계에서는 ‘K엔터 위기설’이 끊임없이 나온다. 주요 기획사 오너 리스크가 부각하고 있는 데다 시끄러운 멀티레이블, 대형 아티스트 부재, ‘공장식’ 육성법의 한계 등이 언급된다. 아울러 K팝 최대 시장인 중국이 막혀 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내부 갈등·편법 사익·사법 리스크
엔터업계에서는 K팝 신화를 창조했던 초기 창업자들이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의외의’ 논란으로 주주 화를 돋웠다. 그는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유명 여성 BJ(인터넷 방송 진행자)와 동행하는 것이 유튜브에 포착됐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의 내부 갈등을 전혀 봉합하지 못했고, BTS 슈가의 음주운전 혐의와 거짓 해명 등으로 시끄러울 때라 주가가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 여파로 주가는 8월 9일부터 14일까지 4거래일 동안 12% 폭락하며 16만원 선까지 밀렸다. 지난 4월부터 따지면 시가총액은 3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주주 사이에서는 “BTS를 키워낸 공로를 인정하지만 후속 그룹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고, 걸그룹 양성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심한데 불필요한 잡음만 일으킨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영자는 물러나야 한다”는 등 격앙된 반응이 주를 이뤘다.
과거에도 주요 엔터사 오너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1996년 남성 5인조 H.O.T 성공과 함께 한국 대중음악계에 큰 족적을 남긴 이수만 전 에스엠 회장은 ‘K팝’을 발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상장사인 에스엠을 개인 기업처럼 운영해 구설에 올랐다. 1997년 설립된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막대한 부를 챙겼다. 그는 이 회사를 통해 에스엠 소속 가수들에 대한 프로듀싱 수수료로 매출의 6%를 가져갔다.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사적 편취’ 문제를 제기하면서 경영권 분쟁 이슈가 불거졌다. 이 전 회장은 자신의 지분 14.8%를 하이브에 넘기며 분위기 전환을 모색했지만 결국 카카오와의 분쟁 속에서 ‘K팝 대부’로서의 명성을 잃었다.
양현석 와이지 창업자는 사법 리스크에 휩싸였다. 2019년 클럽 ‘버닝썬’ 성접대 의혹과 소속 아티스트 마약 투약 관련 보복 협박 혐의 등 논란으로 경영에서 물러났다. 양현석 프로듀서의 동생인 양민석 와이지 대표에 대한 주주 반발도 거세다. 양 대표는 양현석 프로듀서 동생으로 지난 2018년까지 YG엔터 단독 대표·이사회 의장을 맡다가 2019년 버닝썬 게이트에 대한 책임으로 물러난 후 2022년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이후 황보경 전 대표이사와 공동 대표 체제를 유지하다가 올해 3월 이사회 의결을 통해 단독 대표에 다시 올랐다. 일부 주주는 “형제가 떠나야 와이지엔터가 산다”며 노골적으로 반발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한 엔터사의 전직 대표는 “일반 기업도 그렇지만 엔터사는 기업 이미지와 신뢰가 중요한데 오너가 되레 브랜드 가치를 깎아내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엔터 산업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새로운 아티스트 발굴과 육성이 중요한 만큼, 프로듀싱 전성기가 지난 오너는 물러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4호 (2024.08.28~2024.09.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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