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정치문제로 부상하다 [민경우의 운동권 이야기]
26년 유예안, 전향적이나 협상의 출구보다 입구
의미 있는 플레이어는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26년 유예안, 10월 정도에 전격적 협상해야
추석 연휴 응급실 문제를 계기로 의대 증원 문제가 정국 현안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의대 증원 문제는 단순히 보건의료 현안을 넘어 정치문제로 발전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지난 8월 20일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사이의 만남에서 한 대표는 2025학년도 증원은 어쩔 수 없지만 2026학년도 정원 유예는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동훈 대표는 대통령실에 이를 타진했지만, 부정적인 대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8월 29일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이를 확인한 바 있다. 따라서 2026학년도 정원 유예를 고리로 한 당정 간의 1차 충돌은 무위로 돌아갔다.
이미 25학년 입시가 얼마 남지 않은 조건에서 26학년도 입시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자는 주장은 합리적인 듯하다. 문제는 그에 대한 당사자들의 반응이다. 의대 교수들은 26학년도 유예는 나름 긍정적이나 25학년도 증원에 대해서도 협상해야 한다는 의견이고 전공의들의 반응도 대체로 그런 것 같다.
주목할 점은 사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전공의들의 반응이다. 전공의들은 이번 갈등의 주역이면서도 뚜렷한 조직적 실체를 갖추고 자기 입장을 정돈·전파하는 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전체 판을 흔들 정도로 강력한 행동 통일을 보인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산재해 있는 전공의들의 행동 통일을 위해서는 협상안이 전공의 쪽에 가까운 선에서 타결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26년 유예안이 전향적이지만 그것은 협상의 출구보다는 협상의 입구에 가까운 안이라는 뜻이다.
범여권에 상황을 타개할만한 세력은 거의 없는 듯하다. 안철수·유승민 의원의 행보는 상황을 타개하기는 미약하고 친윤은 대통령에 순응적이며 원로라고 할만한 사람도 없다. 우파진영에서 발언할 수 있는 시민사회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현재 상황에서 의미 있는 플레이어는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유일하다.
8월 29일 대통령 담화를 계기로 대통령은 원안 이외의 경로를 닫아 버렸다. 의료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는 조건에 이는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다. 필자는 대통령 긍정 지지층이 30~35%인 조건에서 적어도 절반 이상은 대통령에 부정적인 양상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긍정 지지층 30~35%는 대통령 부정 지지층이 60%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안정을 지탱해왔던 일종의 마지노선이다. 대통령 긍정 지지층이 쪼개진다는 것은 대통령과 범여권의 권력 기반이 위태롭거나 와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동훈 대표가 나서는 것은 어쩌면 필연의 경로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20% 이하로 추락하는 조건에서 이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은 한동훈 당 대표의 정치 생명을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의대 증원 문제를 계기로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사이의 권력관계가 전면적으로 재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재조정의 경로는 대통령 권력 기반의 근본적인 동요, 한동훈 우위의 정치적 재편 또는 한동훈 고립, 극적인 타결 또는 범여권의 총체적인 파산 등에서 결정 나지 않을까 싶다.
가장 극적인 사태는 야당의 동향이다. 야당은 지금까지 의대 증원 문제를 긍정적으로 보면서 원거리에서 중립을 지켰다. 그런데 추석 연휴 응급실 문제 등 현장과 연관된 문제가 터졌을 때 야당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입을 시사했고 이재명 당 대표는 한동훈 대표의 26년 유예안에 대해 긍정적인 뜻을 표명한 바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말을 보탰다.
현재까지 여야 대치 구도는 한편에서 60% 정도의 대통령 부정 지지층을 기반으로 이재명 사법처리, 야당의 입법 공세라는 구도가 형성되어 있었지만, 범야권의 공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형국이었다. 여기에는 30%에 달하는 대통령 긍정 지지층과 중도층이 야권에 공세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의대 문제를 계기로 30%에 달하는 긍정 지지층이 균열을 보이고 중도층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가세하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론을 고려하면 의료와 관련된 불행한 사고가 터졌을 때 그것은 대통령을 향할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채상병·김건희 특검법이 아니라 의대 증원 문제에서 탄핵의 문을 여는 고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 상황은 상황을 진단하고 논평하는 것만으로는 시간이 없다. 되든 안 되든 해법을 내놓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의 해법은, 26학년도 유예안을 기본으로 너무 늦지 않는 시간, 10월 정도까지 전격적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글/ 민경우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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