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가 전부인 세상, 남쪽 끄트머리 '검은 산' '붉은 섬' 이야기
[복건우, 소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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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한 파푸아뉴기니 대사관 관계자가 지난 8월 16일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 있는 철새박물관에서 전시물을 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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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여객선터미널(전남 목포시 항동)에서 서쪽 뱃길로 2시간 거리의 섬이었다. 바다 위로 넓게 열린 검은 봉우리들이 짙푸른 상록수 숲을 품고 있었다. 바다 뒤로 멀어지는 어선들은 물길을 따라 조업을 나가고 있었다. 거세다던 파도는 높지 않았다. 배에서 내린 사람들이 서둘러 관광버스에 몸을 실었다.
"전남 끄트머리까지 오느라 얼마나 고생 많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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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월 16일 흑산도에서 바라본 홍도(뒤쪽)와 장도(앞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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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안군이 태평양 섬나라들과 회의(세계섬문화다양성포럼)를 갖고 모임(태평양기후위기대응협의회)을 결성한 뒤로 흑산도는 세계인들을 위한 관광지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문화체육관광부 'K-관광섬 육성 사업'에 흑산도가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여행에 초대받은 주한 파푸아뉴기니 부대사와 말레이시아 대사도 그 '글로벌 교역'의 일환이었다. 선착장에 정박한 배들이 물살을 가르며 출발하자, 세계인들이 함께 탄 버스도 흑산도 도로를 질주했다. 훅훅 지나치는 박물관과 식당과 마을이 수백 년간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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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월 16일 찾은 전남 신안군 흑산도. |
| ⓒ 소중한 |
17년 전 우이도(전남 신안 도초면)에서 발견된 '흰배줄무늬수리'가 흑산도 철새박물관 한가운데 우뚝 서 있다. "국내 유일 표본(박제본)"이라는 해설사의 설명이 눈앞의 새처럼 사람들의 귀에 박제됐다.
"덩치는 크고 무섭게 생겼지만 어린 새랍니다. 우리나라에 오는 새가 아닌데 왜 우이도에서 발견됐을까요. 조사를 해보니 무리에서 떨어져 먹이를 잘못 먹고 죽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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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월 16일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 있는 철새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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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이었다. 북한의 한 농부가 금속 가락지를 달고 죽은 새를 밭에서 발견했다. 북한 조류연구소 노학자 원홍구에게 보내진 새 발목에 새겨진 코드는 '農林省(농림성) JAPAN(일본) C7655'. 일본의 조류 인식 가락지를 찬 '북방쇠찌르레기'였다. 한강 이북에서 번식하는 새가 일본에서 발견될 리 없다며 노학자는 일본에 편지를 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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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후기 문신 정약전이 유배된 흑산도에 머무르며 1814년 저술한 실학서 <자산어보>(玆山魚譜). |
|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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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월 16일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 맛본 농어 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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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는 삭히지 않은 홍어를 쉽게 맛볼 수 있다. 지난 8월 16일 맛본 생홍어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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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홍어를 안 먹던 사람들이 홍어에 도전하는 사이 커다란 솥에는 해물라면이 팔팔 끓었다. 홍어와 민어와 푹 익은 김치를 '삼합'처럼 입안 가득 넣고 식당을 나가면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 노을이 검은 산 뒤로 저물었다. 육지 어디에도 없는 맛과 풍경이 흑산도의 저녁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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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월 16일 전남 신안군 흑산도의 흑산도아가씨 노래비. 흑산도아가씨는 가수 이미자씨의 대표곡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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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월 16일 전남 신안군 흑산도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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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항을 조망하는 상라산전망대에서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내려다보였다. 관광버스에서 우르르 내린 사람들이 단체 사진을 찍으며 가수 이미자가 1966년 발표한 '흑산도 아가씨'를 흥얼거렸다.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 비바람이 조금만 강해지더라도 흑산도엔 배가 뜨지 않는다. 연평균 50일 가까이 여객선이 입도하지 못하는 섬의 외로움을 사람들은 노랫말로 짓고 따라 불렀다.
김훈 작가가 2011년 출간한 역사소설 <흑산>도 조선 후기 정약전이 흑산으로 유배를 떠나는 뱃길에서 시작됐다. 너비 92km 바다를 사이에 두고 정약전은 죽을 때까지 그곳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갇혀 헤매던 삶들의 유배지는 실은 섬사람들의 생활지였다. 흑산도와 그 주변 유인도(영산도·장도·홍도)는 국내 최대 면적(2266㎢)의 국립공원(다도해해상국립공원)을 이뤘다. 이영일 선생이 전망대 너머로 이 '흑산군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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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 신안군 홍도 항구에는 해녀들이 운영하는 포장마차가 모여 있다. 지난 8월 17일 한 해녀가 뿔소라를 다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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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월 17일 전남 신안군 홍도에서 맛본 거북손은 생김새가 거북이의 앞발과 닮아 그러한 이름이 붙었다. 따개비류인 거북손은 껍데기를 벗겨 속살을 먹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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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월 17일 찾은 전남 신안군 홍도. 홍도를 한 바퀴 도는 유람선을 타면 어선에서 바로 잡은 생선을 곧장 회로 먹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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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월 17일 전남 신안군 홍도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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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접시들을 선상으로 올려보내며) 다들 자기 접시 찾으쇼."
두툼하게 썰려 나온 농어와 우럭을 술과 함께 들이켜며 해상 투어는 2시간 만에 끝났다. 홍도 앞바다의 이 기묘한 술집은 바다와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삶들을 끼고 있었다.
이번 여행의 진행을 맡은 김근하 신안군 문화도시지원센터 사무국장은 흑산도와 홍도에서 보낸 1박 2일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세상의 70퍼센트가 바다로 덮여 있고 한반도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데 사람들은 육지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있어요. 흑산도에 와 보면 바다 너머 더 다양한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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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 신안군 홍도 항구에는 해녀들이 운영하는 포장마차가 모여 있다. 지난 8월 17일 포장마차에서 주문한 뿔소라, 전복, 해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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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 신안군 흑산도 식당에선 '할매막걸리'를 판다. 인근 할머니 주민들이 직접 만든 막걸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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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관, 주한 파푸아뉴기니 대사관 관계자들이 지난 8월 17일 전남 신안군 홍도를 유람선으로 돌아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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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월 17일 전남 신안군 홍도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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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월 17일 전남 신안군 홍도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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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월 17일 전남 신안군 홍도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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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월 17일 전남 신안군 홍도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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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월 17일 전남 신안군 흑산도 사리공소(정약전길 26). 공소는 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천주교 신앙 공간으로 흑산도 사리공소는 1958년 설립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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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월 16일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 있는 새공예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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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월 17일 전남 신안군 홍도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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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월 16일 찾은 전남 신안군 흑산도. 주민이 바지락을 잡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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