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문재인 부녀는 '경제공동체', 윤석열 부부는 아니다?
[이충재 기자]
▲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딸과 함께 '경제공동체'로 엮어 뇌물죄로 기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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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문 전 대통령 부녀를 경제공동체로 보는 근거는 딸 부부의 생계비를 문 전 대통령 쪽이 일부 부담해왔는데 전 사위인 서씨 취업 이후 이 문제가 해결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서씨가 타이이스타젯 전무로 채용된 것 자체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이익이므로, 부녀가 '같은 지갑', 즉 경제공동체에 해당한다는 주장입니다. 검찰은 서씨가 받은 급여 등 2억여원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액수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경제공동체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당초 경제공동체라는 용어는 201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부부 사이를 지칭하면서 처음 사용한 것입니다. 이를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팀이 박근혜와 최순실 간의 공동정범 성립을 증명하고자 고안한 것인데, 이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얘깁니다. 실제 국정농단 사건 이후 뇌물죄 관련 사건에서 법원이 경제공동체 논리를 수용해 유죄로 인정한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결혼한 자녀가 경제공동체?...곽상도 아들, 1심에서 무죄
가장 큰 쟁점은 문 전 대통령 딸이 결혼 후 독립 생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입니다. 사위 서씨는 타이이스타젯 취업 직전까지 게임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독립 생계를 꾸려갈 벌이가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문 전 대통령 쪽에서 생계비 일부를 지원해줬다고 해도, 미성년자도 아니고 결혼까지 해서 출가한 자녀인데 경제공동체라는 주장은 과도한 법리 적용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해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50억 뇌물수수 혐의 1심 재판에서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도 결혼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한 아들과 곽 전 수석을 경제공동체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부녀에 대한 경제공동체 주장은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과 대조된다는 점에서도 논란입니다.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 여사야말로 대법원이 인정한 대로 경제공동체의 전형적인 형태입니다. 최재영 목사가 단순히 가방을 선물한 게 아니고 대통령을 보고 김 여사에게 뇌물을 건넸다면 부부 공동의 이익이라는 점에서 경제공동체 적용을 피해가기 어렵습니다. 대통령 부인은 엄청난 권한을 지닌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한 알선을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박영수 특검에서 최순실에 제공한 뇌물을 박근혜에게도 제공한 것으로 법리를 적용한 당사자입니다. 당시 동원한 경제공동체 논리로 보면 박근혜와 최순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친밀한 관계인지는 따질 필요조차 없습니다. 최순실과 김 여사가 각각 박근혜와 윤 대통령에 미치는 영향을 보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당연한 사실조차 외면한 채 문 전 대통령을 경제공동체라는 억지 논리로 옭아매려는 것은 정치적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지지율 하락 등으로 수세에 몰린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검찰이 국면 전환을 꾀한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습니다. 온 국민이 목격한 김 여사의 뇌물수수 의혹엔 면죄부를 주면서 전임 대통령과 그의 가족엔 무자비하게 칼을 휘두르는 검찰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전직 대통령과 그의 딸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지만 살아있는 권력은 건드리지 못해서야 검찰의 존재 가치가 있을 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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