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만 남았다..女서사 내세운 ‘우씨왕후’의 아이러니 [IS리뷰]

유지희 2024. 9. 3.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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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티빙

 

여성 캐릭터의 주체성을 내세웠는데, 여성들 노출 신만 남았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우씨왕후’ 얘기다. 300억 원의 제작비, 토종 OTT 첫 오리지널 사극인 ‘우씨왕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우씨왕후’는 갑작스러운 왕의 죽음 이후 왕위를 노리는 왕자들과 권력을 잡으려는 다섯 부족의 표적이 된 우씨왕후가 24시간 안에 새로운 왕을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추격 액션 사극을 표방한 작품이다. 배우 전종서, 김무열, 정유미, 이수혁, 지창욱 등이 출연한다. 총 8부작으로 지난달 29일 ‘우씨왕후’ 파트1, 즉 4개의 에피소드가 공개됐다.

사진제공=티빙

파트1에서는 왕의 죽음으로 권력 쟁탈전에 뛰어든 왕후 우희(전종서)의 사투가 그려졌다. 첫 회부터 고국천왕 고남무(지창욱)가 군사들을 이끌고 한나라 대군에 맞서는 전쟁 신으로 막을 올렸는데, 투입된 수백억 원의 제작비에 걸맞게 스케일은 작지 않았다. 이후 우희가 결국 궁을 떠나 새로운 왕을 찾으려는 일련의 과정은 나름 긴장감을 높였다. 그동안 다뤄지지 않은 고구려 고국천왕 시기를 다룬 점으로 차별성도 확보했다.  

문제는 뜬금없고 불필요한 노출 및 정사 신이다. ‘우씨왕후’는 첫 공개 후 국상 을파소(김무열)가 중국 사극에서 볼 법한 복식과 상투관을 착장하고 등장해 고증 논란에 휩싸였는데 감독 또한 여러 고증을 거쳤다고 거듭 자신한 만큼, 회차를 거듭할수록 해당 의혹은 다소 잠재워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노출 및 정사 신은 여전히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1회에서 대신녀 사비(오하늬)가 점을 치는 도중 가슴을 노출하고, 고국천왕이 몸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반라의 여성들이 대거 등장하는 장면이 대표적 예다. 그나마 후자의 경우 우희와 고국천왕의 관계성을 표현하기 위해 반라 여성들의 노출 신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더라도, 노골적인 각도로 신체일부를 거듭 보여주는 장면들은 도를 넘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제공=티빙


물론 19세 관람 불가 작품인 터라 자극적 장면들이 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노출 또는 정사 신인지가 문제다. ‘우씨왕후’ 여성들의 노출 및 정사 신들은 주로 등장하는 인물과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이용되는데 신 자체의 설득력뿐 아니라 꽤 긴 시간 동안 연속적으로 등장해 오히려 서사를 따라가는 데 장애물이 되고 극의 몰입감을 확 떨어뜨린다.

우희의 언니이자 태시녀 유순(정유미)이 환각 상태에서 고국천왕과 정사한다는 착각에 빠져 동성과 벌이는 정사 신은 2분가량이나 이어진다. 왕후의 자리를 탐내는 욕망이 표출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왜 그렇게 오랫동안, 동성과 정사를 하는지 그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여기에 마부 모치(이해우), 졸본의 대가 연비(박보경)의 등장 신 등 대부분의 회차에서 노출과 정사 신이 표현된다. 

사진제공=티빙

무엇보다 ‘우씨왕후’가 강인한 여성 서사를 내세우며 기대감을 끌어올린 터라, 그 실망감이 더 크다. 드라마는 고남무의 부인으로 지성을 갖췄으나 집안의 여식으로 태어나 권력을 쥐지 못한 우희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처럼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예고했는데, 정작 우희를 제외한 대부분의 여성 캐릭터가 노출 및 정사 신으로 표현돼 선정성만 남는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여기에 강인한 면모로 높은 존재감을 발산해야 하는 우씨왕후 역 전종서의 연기력 또한 아쉬움을 남긴다. 대사보다 분위기로 캐릭터를 표현해야 하는데 대부분 비슷한 표정의 연기로 몰입감을 높이지 못한다. 이런한 지점들이 맞물리면서 작품이 던지려는 메시지는 점차 흐릿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작품 속 노출 및 정사 신은 설득력을 잃는 순간 불쾌한 자극적인 느낌만 남게 된다. 특히 여성 캐릭터들이 그 대상이 되면 도구화했다는 지적을 받기 쉽다”며 “‘우씨왕후’가 파트2에서 이 같은 비판을 딛고 작품의 주제를 잘 표현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씨왕후’의 나머지 4회차가 담긴 파트2는 오는 12일 낮 12시 공개된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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