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지수' 발표 초읽기 "수급 기대 있지만 본질은 거버넌스 개혁"
일본 밸류업 지수 교훈 '단순 기대 금물'
"장기적 밸류업 위해선 지배구조 개선이 핵심"
이달 발표될 예정인 밸류업 지수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밸류업 지수가 수급 측면에서 국내 증시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본 밸류업 지수의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못했으며 밸류업 지수 및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실제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결국 거버넌스 개혁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기업가치 우수회사와 향후 밸류업이 기대되는 기업으로 구성된 '밸류업 지수'를 이달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4분기에는 해당 지수와 연계한 ETF를 출시해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거래소는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수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 성향, 배당수익률, 현금흐름 등 주요 투자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방침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밸류업 지수에 편입되는 기업들이 지속적인 수익 창출 및 주주 환원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밸류업 지수 투자 성과는 '글쎄'
지난해 7월 일본은 밸류업 지수인 'JPX 프라임 150 지수'를 발표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일본 증시 최상위 시장인 프라임 마켓 상장사 중 재무 기반의 '자본수익률'과 미래 정보 및 비재무 기반의 '시장 평가'라는 두 가지 척도를 기준으로 우수 기업을 선정해 지수를 출시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일본 밸류업 지수는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 1분기에 일본 증시가 강세였던 때 일본 대표 지수인 니케이225의 성과를 밑도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ETF로 자금을 유도하겠다는 효과도 크지 않았다.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두 개인데, 이들 ETF의 순자산총액(AUM) 순위는 각각 100위권, 200위권에 불과하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에서 밸류업 지수가 발표되면 해당 기업에 대한 주가 상승 기대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일본의 사례를 보면 밸류업 ETF로 자금이 강하게 유입되지 않았고, 밸류업 지수 공개 이후에도 ETF 설정까지는 2~3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원론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은 주주환원을 통한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가 목표"라며 "수급 집중으로 인한 단기 주가 상승이 본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본질은 단기 수급 기대 아닌 '거버넌스 개혁'
거래소의 밸류업 지수 발표를 앞두고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달 28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자본시장 관련 연구기관과의 간담회에서 "지배주주만을 위한 의사결정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개선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단순히 저평가 기업에 단기 수급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저PBR 또는 밸류업 수혜 섹터에만 접근하기보다는 기업 가치 제고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기업 선정이 필요하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이 특히 거버넌스 중심의 개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주, 이사회, 감사제도 등 지배구조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특히 거버넌스 중심의 기업 밸류업을 위해선 소액주주 보호에 대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특정 주주나 경영진의 전횡을 막고 일반주주의 권리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도쿄증권거래소가 발표한 '소액주주 보호 및 그룹 경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해당 가이드라인에서는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독립사외이사가 관여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소액주주와 지속해서 대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기업이 일반주주의 권리 보호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보호 방안을 설정하고 사례를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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