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포트폴리오]⑧JKL파트너스, 기업의 체질을 바꾼다
코로나19 팬데믹 미래 내다본 투자로 성공적인 회수
국민연금공단 사모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되기도
JKL파트너스(JKL)는 2001년 정장근, 강민균, 이은상 대표가 함께 설립한 회사다. 세 명의 대표 모두 회계사 출신으로 기업구조조정에 주력하다 2004년 PEF를 설립해 운용에 나섰다. 중견·중소기업을 인수해 재무구조 개선, 새로운 기업가치를 창출해 매각하는 전략을 주로 쓴다. 하림그룹과 1조원 규모의 팬오션을 인수 거래를 성사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노터치 자동 세차 1위 기업 화이어 인수‥해외에서도 비즈니스 모델 관심
가장 최근 편입한 포트폴리오는 노터치 자동세차 국내 1위 브랜드 '컴인워시'를 운영하는 세차전문기업 화이어다. 화이어는 최근 주유소, 가스충전소 등과 파트너십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강민균 JKL 대표는 "현대오일뱅크, E1 등 주요소 및 충전소의 기존 세차서비스를 컴인워시의 노터치 자동 세차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젊은 층의 고급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노터치 자동 세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화이어의 기업가치는 약 1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화이어는 업계 최초로 차량에 물리적인 접촉을 하지 않고 세차를 진행하는 방식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브랜드 론칭 4년여 만에 전국 지점이 200여개에 이르는 등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JKL은 이 점에 주목했다. 컴인워시 화이어는 지난해 8월 동종업계 최초로 해외 지점인 필리핀 마닐라 지점을 열었다. 최근에는 미국, 유럽,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진출을 위해 현지 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JKL이 화이어를 글로벌에서 주목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예상한다.
JKL은 사업 확장력이 있는 중견, 중소기업에 투자해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고, 기업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엑시트(자금회수)를 진행하는 바이아웃(경영권인수) 투자에 강점을 가진다. 앞서 JKL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크린토피아가 주춤하던 시기인 2021년 8월 크린토피아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 증가 영향으로 세탁 프랜차이즈 시장이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크린토피아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133개 지사와 2800여개 가맹점을 보유한 국내 세탁 프랜차이즈 1위 기업이다. JKL은 인수 후 가맹점과 고객망 확대, 신규 서비스 출시,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B2C(기업과 개인의 거래) 위주에서 호텔 세탁 전문기업 크린워시 등을 인수하며 B2B (기업 간 거래) 영역으로 확장했다. 의료기관이나 호텔 대상 리넨(환의, 근무복, 침대시트, 이불 등) 관리 서비스인 B2B 영업을 강화했다.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등 주요 종합병원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크린토피아의 매출액은 2021년 795억원, 2022년 852억원, 2023년 965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영업이익은 2021년 42억원, 2022년 114억원, 2023년 12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성공적인 엑시트로 주목‥국민연금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비결
올해 JKL은 티웨이항공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대명소노그룹에 티웨이항공 지분을 모두 처분하며 투자금액의 약 2배를 회수했다. 콜옵션 권리대금 300억원을 포함해 매각대금은 총 2000억원 수준이다. 내부수익률(IRR)은 약 23%로 투자 당시 목표로 잡았던 수익률(20%)을 크게 웃돌았다. JKL은 티웨이항공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티웨이항공은 그간 동남아시아, 일본 등 단거리 노선에 집중했지만, 중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항공사로 탈바꿈했다. 대형기 도입으로 싱가포르, 호주 등으로 취항했다. 올해 5월에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취항하면서 장거리 운항을 시작했다. 2021년 2144억원이던 매출액이 2022년 5258억원, 2023년 1조3488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JKL은 엔데믹 이후 여행 수요가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적기에 자금을 회수했다. 티웨이항공에 투자한 지 약 3년 만이다. JKL의 엑시트 성공은 업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국민연금 사모투자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는 성과도 거뒀다.
올해 회수를 준비했던 또 다른 포트폴리오인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상시매각으로 전환했다.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진행했으나 복수의 투자사들과 조건에 합의하지 못해 앞으로 상시로 국내외 투자사들과 접촉해 매각 협의를 해나갈 예정이다. JKL은 2019년 롯데손해보험 지분 77.04%를 7297억원에 인수했다. JKL 측이 원하는 롯데손보의 희망 매각가는 2조원에서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언급된다. 롯데손해보험의 지난해 말 순자산은 1조2750억원, 보험계약마진(CSM)은 2조3966억원으로 집계됐다. 합산하면 3조6536억원이다. JKL은 올해 10월 만기가 도래하는 인수금융 2800억원에 대해 리파이낸싱(자본재조달)을 진행 중이고, 롯데그룹과의 '롯데' 브랜드 사용기간도 추가로 연장했다. 급하게 팔기보다는 제값 받고 팔겠다는 의지다. JKL은 롯데손보 인수 후 단기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저축성 보험보다 암보험 등 장기 보장성 보험에 주력했다. 그 결과 롯데손보의 장기 보장성보험 비중은 2019년 말 52.6%에서 지난해 말 86.2%로 상승했다. 핵심 수익성 지표인 CSM도 반년 만에 42.9% 증가했다. 지난해 9월 말 롯데손보의 신지급여력(K-ICS) 비율은 당국의 권고기준(150%)을 웃도는 208.4%다. 강 대표는 "롯데손보의 경우 사업구조나 인력구조 등에서 기업 체질개선이 제대로 이뤄졌기 때문에 차근 차근 회수를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JKL은 시장 상황을 살피면서 추가로 우량 투자건들에 대한 회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디케이화장품, 동해기계항공 등이 유력 후보군이다. 현재 8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 중이며, 국민연금·산업은행 등 주요 기관 투자자들이 출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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