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깎아주세요" 고금리에 보험사도 고객들로 '북적'
수용률 60.8%로 다소 낮아졌지만
실제 이자 할인 혜택은 250% 급증
"건수·감면액 위주로 공시 손봐야"
보험사에서 돈을 빌린 고객들이 연봉 인상 등을 이유로 이자를 깎아 달라고 요구한 사례가 한 해 동안에만 두 배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자 은행은 물론 보험사에 대해서도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하는 차주들이 많아진 모습이다.
문제는 이처럼 금리를 내려 달라는 신청이 급증하면서 보험사들이 이를 받아들인 비율이 유독 낮아져 보이는 착시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으로, 관련 제도가 원래 목적대로 소비자 이익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금융사가 이를 실제로 받아들인 건수와 금액을 부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보험사 21곳에 접수된 금리인하요구권 신청건수는 8만1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3.6% 늘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취직, 승진, 연봉 인상 등 대출 상환능력이 개선된 고객이 금융사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은행뿐 아니라 카드사와 보험사, 저축은행까지 가능하다.
대출 차주들의 금리인하 요구가 잦아진 건 고금리로 인해 이자 부담이 커졌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의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건수도 145만8323건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12.3% 증가했다.
금리인하 신청이 크게 증가하면서 보험사들이 이를 받아 들인 수용률은 60.8%로 1%포인트(p) 낮아졌다. 생보사는 61.5%로, 손보사는 44.6%로 각각 2.4%p와 0.3%p씩 떨어졌다.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대출한 고객들이 금리인하요구를 신청한 건 가운데 수용한 건의 비율을 수치화한 것이다.
생보사 중에서는 ABL생명이 86.59%의 수용률을 보이며 가장 높았다. 이어 ▲NH농협생명 77.1% ▲한화생명 71.1% ▲흥국생명 70.2% ▲신한라이프생명 66.5% ▲미래에셋생명 65.8% 순으로 나타났다.
손보사 중에서는 삼성화재가 90.4%로 수용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NH농협손해보험 75.0% ▲DB손해보험 62.0% ▲롯데손해보험 55.1% ▲한화손해보험 44.2% ▲KB손해보험 40.9% 순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낮아진 수용률만 놓고 보면 보험사들이 금리인하요구권에 더욱 인색해진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상은 고객이 금융사에 금리인하요구 신청이나 가능 여부를 조회하는 사례가 많아져 신청건수가 늘고, 이런 구조가 금리인하 수용률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단순히 수용률을 보기보다, 수용건수와 이자감면액으로 비교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차주의 금리인하요구에 대해 생·손보들이 감면해 준 이자는 올 상반기에만 총 71억5744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0.0% 급증한 수치다.
생보사의 경우 삼성생명이 59억5000만원으로 생보사 전체 87.0%를 차지했다. 이어 ▲한화생명 3억3700만원 ▲교보생명 2억7000만원 ▲신한라이프 1억1300만원 ▲흥국생명 6700만원 ▲푸본현대생명 5000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손보사의 경우에도 현대해상이 1억7270만원을 기록하며 손보사 전체 54.4%를 점유했다. 뒤를 이어 ▲삼성화재 7265만원 ▲한화손보 2500만원 ▲KB손보 1929만원 ▲흥국화재 950만원 순이었다.
앞서 금융당국은 2022년부터 금융사의 금리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실적 비교 공시제도를 시행 중이다. 수용건수가 많아도, 이자감면액이 늘어도 단순히 줄세우기 식 수용률에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업계는 다른 금융권 대비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이 높은 편"이라면서도 "단순히 수용률로 줄을 세워버리면, 손쉽게 신청이 가능한 보험사의 경우 도리어 신청 건수가 많아져 낮은 수용률을 기록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인하요구권 공시는 수용률로 줄 세우기보단 수용건수와 이자감면액의 위주로 공시 내용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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