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맞벌이 몰려왔다…출생률 40% 올린 日 무명도시 전략

오누키 도모코, 김현예 2024. 9. 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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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30년 앞까지 시대 조류를 읽고 맞벌이 세대를 메인 타깃으로 마케팅 전략을 짰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기 쉬운 환경이 된다면 출생률은 자연스레 오른다.”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육아 정책이 훌륭한 도시’로 입소문난 인구 21만여 명의 지바(千葉)현 나가레야마(流山)시. 2003년부터 올해로 22년째 시장을 맡고 있는 이자키 요시하루(井崎義治·70)는 나가레야마시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나가레야마시 청사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 만난 그는 전략과 마케팅, 브랜드란 단어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하며 인구 유입이 줄지 않고 있는 배경을 설명했다.

당초 나가레야마시가 일본 내에서 이름이 알려지게 된 건 지난 2005년 쓰쿠바 익스프레스 개통 때문이었다. 도쿄 아키하바라(秋葉原)에서 국립대인 쓰쿠바대가 있는 이바라키(茨城)현 쓰쿠바시까지 약 60㎞를 45분만에 연결하는 쓰쿠바 익스프레스가 운행을 시작하자 노선의 중간에 있는 나가레야마시도 관심 받기 시작했다. 이자키 시장은 이런 ‘호기’를 놓치지 않고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지난달 1일 지바현 나가레야마 시청에서 이자키 요시하루 시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Q : 나가레야마시 인구가 2005년 약 15만명에서 21만명까지 늘어났다. 비결이 뭔가.
A : 쓰쿠바 익스프레스 개통을 앞두고 토지구획 정비에 따라 땅을 팔아야만 했다. 당시 나가레야마시는 무명 도시나 마찬가지였다. 땅을 내놔도 팔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 지명도를 높이거나, 호감도를 높여야만 했다. 도시 이미지 조사를 했는데,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백지’였다. 지명도가 너무 낮은 게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2005년 시청에 마케팅과를 만들고 전략을 짠 결과 인구 유입을 늘릴 수 있었다.

Q : 어떤 마케팅 전략을 세웠나.
A : 맞벌이 세대가 선택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자고 결심했다. 시장 취임(2003년) 당시 나가레야마시에는 전업주부 가정이 많았다. 하지만 도쿄에선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기 쉬운 사회 환경을 만들기 시작했다. 메인 타깃인 맞벌이 세대에게 설득력을 갖게 되면서 나가레야마시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었다. 미국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트렌드를 보고 지역(도시)계획을 만드는 일을 해본 경험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일본 치바현 나가레야마시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송영 보육스테이션’ 등 육아 지원책으로 인구를 늘리고 있다. 김현예 특파원

나가레야마시를 전국적으로 널리 알린 것은 ‘송영(送迎) 보육스테이션’이다. 역 앞 스테이션(돌봄장소)에 아이를 맡기면 시내 전역에 있는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시스템이다. 2007년 나가레야마 오타카의 숲 역 앞, 이듬해인 2008년 미나미나가레야마 역 앞에 각각 한 곳을 세웠다.

Q : 송영 보육스테인션을 도입한 이유는.
A : “시민들로부터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목소리를 들어왔다. 역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은 만원이고, 먼 곳은 자리가 비어 있었다. 후생노동성에서 송영스테이션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있기도 했지만, 문제의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본다. 아이들을 데려오고 데려다주는 문제, 어린이집의 정원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일석이조란 생각에 후생노동성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정책으로선 ‘히트’였다고 생각한다. 송영스테이션이 있어 안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주해온 사람이 있을 정도다.”

나가레야마 시장실과 같은 층엔 '마케팅과'가 있다. 오누키 도모코 특피원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여름방학 때 맡길 곳을 찾아 골머리를 앓기도 하는 부모를 위해 나가레야마시는 아동관 9곳을 정비해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짰다. 초등학생부터는 영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도 부모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고 있는데, 시에서 자체조사한 결과 “영어가 재밌다”고 답하는 아이들이 90%에 달한다고 한다.

육아세대 증가로 출생률은 최대 40%나 증가했다. 쓰쿠바익스프레스 개통 이전인 2004년 출생률은 1.14로 전국 평균(1.29)보다 아래였다. 하지만 2018년엔 1.67까지 높아졌다. 최근엔 다소 감소했지만, 2022년엔 1.5로 한국의 약 2배 수준이다. 이자키 시장은 “일하며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 자연스레 출생률이 오른다”고 자신했다. 주변에서 아이를 여럿 키우는 가정이 늘면 늘수록 자연스럽게 아이를 더 낳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얘기다.

그는 2022년 나가레야마시 초등학교 6학년생 538명을 대상으로 형제·자매 수를 조사한 수치를 제시했다. 2명(58%)이라고 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는데, ‘3명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도 29%에 달했다. 이자키 시장은 ”아이들에 대한 의료비 무상화 등에 대한 요구가 있어 이를 도입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무엇이 무료라는 정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인프라 정비가 돼 있는 것이 나가레야마시의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Q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차원이 다른 저출생 대책’ 을 내놓고 있다.
A : “(기대만큼)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가 생각해야 할 것은 이 부분이다. 기업의 경우 이익이 나지 않으면 주가가 떨어지고, 직원들이 떠나기 때문에 무엇이든 해서 성과를 낸다. 그런 진심이 정부에도 있다면 저출생 문제는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 나가레야마시 이자키 요시하루 시장. 김현예 특파원

Q : 한국도 저출생 문제 해결에 고민하고 있는데.
A : “한국, 일본, 중국의 저출생 문제의 공통점은 입시 교육에 비용을 지나치게 들인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입시 준비에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한국, 일본, 중국 3국 모두 현재 입시 제도로부터 벗어나 미국처럼 바꾼다면 출생률을 조금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가레야마시는 아직까지 어린 아이들이 많지만, 일부에선 과도하게 교육을 시키는 ‘교육 학대’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교육비 부담이 높고, 이런 문제가 심각해진다면 출생률도 올라가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렇기에 탈(脱) 인구감소 대책은 대학입시 개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도 일본도 저출생 대책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원인은 전혀 다른 곳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진심으로 문제를 대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기도 하다. 이는 한국도, 일본도 마찬가지다. 진심으로 이 문제를 대한다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지바=오누키 도모코·김현예 기자 onuki.tomoko@joongang.co.kr

지바=오누키 도모코·김현예 기자 onuki.tomok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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