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이재명, 직 걸고 말하라"…정치권 뒤덮은 '카더라 계엄설' [view]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제기한 군 계엄설이 2일 정치권을 덮쳤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가 개최한 김용현(전 대통령 경호처장)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의 화두는 계엄이었다. 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2017년 3월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가 작성한 ‘국회에 의한 계엄해제 시도시 조치사항’ 문건을 거론하며 “대통령실은 ‘국회가 계엄령 해제를 요구하면 계엄이 해제된다’고 하지만, 국회의원이 구금되어서 (의결정족수인) 재적 과반을 맞추지 못하면 지금까지 이야기는 다 바뀌게 된다”고 주장했다.
전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계엄령은 설사 내리더라도 국회에서 바로 해제가 되는데 (계엄령 준비 의혹은) 말이 안 되는 논리”라고 설명했는데 이를 반박한 것이다. 김 의원은 “김 후보자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던 2017년에도 계엄령 문건 작성을 몰랐다면, 이 시점에 권력 어디선가 계엄 논의가 있어도 정부·여당, 군 관계자가 모르는 것이 당연히 정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엄(戒嚴)은 헌법 77조에 따라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때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질서를 유지하는 조치다.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가 제한되고, 영장 제도 등 사법권이 제약된다. 계엄이 선포하더라도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보하고,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 계엄령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에 의해 내려진 이후 44년간 선포되지 않았다.
이날 김 후보자 청문회에서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김 후보자가 임명되면 대통령실과 국방부·방첩사령부·수도방위사령부가 하나의 라인으로 구축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박선원 의원도 “(김 후보자는) 최근 수방사령관과 특전사령관, 방첩사령관을 대통령 공관으로 불렀지 않으냐. 계엄 얘기 안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지금 대한민국 상황에서 과연 계엄을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이를 용납하겠나. 우리 군에서도 따르겠나. 저는 안 따를 것 같다”며 “(계엄 발동 건의는) 확실히 안 따를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대통령실은 반격에 나섰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이재명 대표, 김민석·박선원 의원 등이 계엄 괴담을 양산한다는 대통령실의 성명도 외면한 채 또다시 괴담 확산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대표는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대표직을 걸고 말하라”고 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대통령을 음해하는 민주당의 노림수는 뭔가. 혹시 탄핵의 빌드업 과정이냐”며 “근거가 없다면 괴담 유포당, 가짜뉴스 보도당이라고 불러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차차 알게 될 것’이란 말은 너무 무책임하고 ‘내 귓속에 도청장치가 있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며 “계엄령 주장이 거짓말이라면 국기문란에 해당한다”고 했다.
전날 이 대표는 한 대표와의 여야 대표회담에서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국회의원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그러한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계엄령 준비설을 공개 설파했다. 지난달 민주당 새 지도부가 출범한 직후 “계엄령을 국민이 걱정한다”(8월 19일 김병주), “계엄령 빌드업 불장난”(8월 21일 김민석) 등 최고위원 발언이 이어졌는데, 이에 이 대표가 올라탄 모습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민주당 의원단 비공개 워크숍에서 “국회 투표로 계엄을 해제하기 위해 전자투표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같은 모습은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계엄령 광풍’과 닮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출범 1년 2개월 후인 2018년 7월 기무사 문건(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2017년 3월 작성)을 근거로 “기무사가 쿠데타 음모를 획책했다”며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했다. 문 전 대통령 특별수사 지시에 따라 104일 동안 200명이 넘는 사람을 조사하고 90여곳을 압수수색했지만. 허위 공문서 작성 등 내란음모와는 무관한 다른 혐의가 적용돼 기무사 전 참모장 등 3명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무혐의였다.
일각에선 민주당의 계엄설이 별다른 근거가 없이 ‘카더라’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는 “민주당이 무리한 주장을 펴는 것은 이 대표의 1심 판결이 다가오면서 내부 결속 등을 추구하는 점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며 “‘아니면 말고’ 식의 선동 정치에 민주적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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