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안 읽는다는데…2030 독서율 증가한 이유 [트랜D]
“마지막으로 책을 읽은 게 언제인가요?”
이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를 보면 지난 1년간(2022년 9월~2023년 8월)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성인 비율은 43%에 불과했습니다. OTT·웹툰·게임 등 디지털 콘텐트가 넘쳐난 탓일 겁니다.
독서율이나 출판 시장 규모는 줄고 있지만, 전자책 시장은 커지고 있습니다. 데이터 리서치 업체 스타티스타(Statista)는 전세계 전자책 시장의 매출 규모가 2021년에 161.1억 달러(약 21조 원)에서 2026년에는 186.9억 달러(약 25조 원)로 연평균 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웹소설 인기가 높아지면서 스마트폰에 익숙한 20·30세대 사이에서 전자책 선호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자책으로 한정하면 20·30세대의 독서율은 2019년 20대 39%, 30대 31.3%에서 지난해 각각 58.3%, 35%로 크게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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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느낌부터 3D 이미지까지…전자책은 변신 중
전자책 리더기는 실제 종이로 책을 읽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디스플레이로 지속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e잉크’라고 불리는 전자잉크 시장은 대만 기업 ‘이잉크(E-ink)’가 독점하고 있는데, 마치 종이에 인쇄된 것처럼 눈에 편한 전자책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고 있죠.
전자책 포맷도 확립됐습니다. ‘EPUB(이펍)’이라는 국제 표준 전자책 포맷은 다양한 기기와 호환됩니다. ‘MOBI(모비)’라는 포맷은 아마존의 전자책 킨들의 독자적인 표준입니다. 전자책의 디지털 권리 관리와 불법 복제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인 디지털 권리 관리(DRM·Digital Rights Management)는 문서 파일 포맷 ‘PDF’로 유명한 어도비와 아마존, 애플 등 IT 기업들이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AI와 클라우드도 전자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술입니다. AI는 독자의 읽기 습관을 분석해 맞춤형 책을 추천하고, 독서 경험을 개인화합니다. 또한 NLP(자연어 처리) 기술은 텍스트 분석을 통해 독자에게 더욱 정확한 검색 기능을 제공합니다. NLP를 활용하면 자동 번역이 가능해 외국 서적을 번역하거나 음성 인식 기능을 활용할 수 있어 전자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 기술은 다양한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전자책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증강현실(AR)은 전자책에 3D 비주얼을 삽입해 독서 경험을 새롭게 바꾸고 있습니다. 이제 사용자는 리더기의 텍스트나 이미지를 가리키면 화면에 표시된 3D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더욱 몰입감 있는 독서 학습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전자책 시장에선 누구나 싸고 빠르게 책 낼 수 있다
전자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개인 출판의 활성화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출판 방식에서는 작가가 책을 출판하기 위해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인쇄 및 유통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전자책은 이러한 제약을 크게 줄여줍니다.
개인 출판이 전자책 시장에 기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과 비용 절감입니다. 전자책 출판은 종이책 출판보다 제작 비용이 낮아 더 많은 작가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콘텐트가 생겨나는 원동력이 되며, 독자들이 새로운 작가와 장르를 발견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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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복제 방지·포맷 표준화는 전자책 시장의 과제
전자책 시장 발전 과정에서 해킹과 불법 복제 방지는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지난해 5월 발생한 전자책 해킹 사건으로 많은 출판사가 피해를 봤습니다.
디지털로 간편하게 유통될 수 있는 전자책의 약점은 해킹과 불법 복제에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전자책의 특성상 종이책보다 복제가 쉬운데, 특히 글자로만 구성된 전자책은 용량이 작은 경우가 많아 불법 복제 후 유통이 더욱 용이합니다.
전자책의 미래를 위해서는 강력한 보안 시스템과 DRM 기술 발전이 필수적입니다. 전자책마다 자체 포맷을 사용해 표준화가 어려운 점도 개선해야 합니다. 전자책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기술적·법적·사회적 대응이 모두 필요합니다. 앞으로 전자책이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발전할지 기대가 됩니다.
윤준탁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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