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란봉투법 맞서…與노동대전환 특위 설치, 노동약자법 추진
국민의힘이 당에 ‘노동대전환 특별위원회’를 설치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맞서, 여당 차원의 노동 개혁 법안인 ‘노동약자지원법’(노동약자 지원과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내놓겠다는 취지다.
2일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9~30일 열린 국민의힘 의원연찬회 비공개 토론에서 한국노총 출신 노동 전문가인 임이자 의원이 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이를 추경호 원내대표가 전격적으로 수용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특위 명칭으로는 일각에서 거부감을 보이는 ‘노동개혁’ 대신 ‘노동대전환’을 택했다. 갈수록 심화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결해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특위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저출생·고령화 ▶탄소 중립에 따른 산업전환 등을 논의하는 세 분과로 구성할 계획이다.
‘노동약자지원법’ 제정안을 마련하는 것이 특위의 첫 번째 과제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비롯해 최근 근로 형태가 변하며 등장한 특수고용 종사자, 사무실 없이 일하는 배달·대리운전·택배기사 같은 플랫폼 종사자 등 현행 노동법 체계에서 소외된 노동 약자와 노조가 없는 미조직 근로자의 권리를 별도로 보장하는 조항이 핵심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민생토론회에서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을 제정해 노동약자를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책임지고 보호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에서도 “미조직 근로자를 정부가 직접 보호할 것”이라며 법 제정을 예고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1일 취임식에서 “노동약자지원법이 올해 국회서 논의될 수 있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노동대전환 특위를 설치하고 법 제정에 나선 건 이런 정부의 움직임에 보폭을 맞추기 위해서다. 한동훈 대표도 지난달 7일 ‘노동 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임이자 의원 주최)에 참석해 “소위 말하는 보수당에서 노동 약자와 보호를 주제로 토론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 쭈뼛거리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여권 안팎에선 이 법안을 두고 “노란봉투법의 대항마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 기득권이 된 양대 노총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라면, 노동약자보호법은 소리 없는 다수의 미조직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게 차별점”이라면서 “특위가 출범하는 대로 당사자 협의를 거쳐 이달 중 발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특위 구성엔 “야당의 노란봉투법을 무작정 폐기하기만 할 게 아니라 여당 차원의 대안이 필요하다”(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문제의식도 작용했다. 이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 21대 국회에서 한 번 폐기됐고 더 독해진 노란봉투법도 조만간 폐기될 전망이지만, 그동안 여당 차원의 대안이랄 게 없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여당에서도 노동 약자를 보호하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전세사기특별법·간호법의 경우 21대 국회에선 ‘야당 단독 추진→ 대통령 거부권→재표결’을 거쳐 폐기됐지만, 22대 국회에서 여당이 대안을 마련하자 지난달 29일 본회의에서 합의 처리됐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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