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수고대하던 금리인하기
잭슨홀 미팅 직전까지 개인 201억 순매수
3개월간 ETF 상위 美장기채 대거 포진
최근 여윳돈이 생긴 A씨는 이 돈을 채권에 투자했다. 그간 주식 투자를 소액으로 하던 A씨가 채권에 눈을 돌린 건 근래 주식 시장 변동성이 커진 탓도 있지만, 더욱 선명해진 금리 인하 시그널 때문이다. A씨는 “(재무 설계 전문가들이) 3~4개월 생활비에 해당하는 금액 정도의 유동성은 확보해 놓으라고 하더라. 향후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가격 상승도 기대할 수 있어서 단기채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A씨처럼 금리 인하를 앞두고 채권에 투자하는 개인이 늘고 있다. 향후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고, 채권을 이용해 안정적인 소득원을 마련하려는 이들도 있다. 오경석 신한은행 PWM태평로센터 팀장은 1일 “9월 미국 금리 인하가 확실시된 상황에서 금리 하락 방어용으로 이자율이 괜찮은 채권에 대한 수요가 많다. 금리 하락기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채권 상품에 대한 문의도 늘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금투협)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9월 채권시장 종합 지표(BMSI)’는 전달 대비 5.9포인트 오른 107.5로 올해 1월(108.7) 이후 최고치였다. BMSI는 100을 기준으로 숫자가 클수록 채권금리 하락(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등 시장 심리가 양호하다는 뜻이다.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간이 왔다”며 사실상 9월 금리 인하를 못 박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도 당장은 아니지만 연내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채권은 발행자의 신용에 따라 정해진 이자(쿠폰금리)를 지급받고 만기에 원금이 회수되는 구조로 이자수익과 매매차익(자본차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 상품이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비례 관계여서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은 올라간다. 금리가 고점이라 판단된다면, 현재의 높은 금리로 채권을 매수해 수익률을 확보하고 추후 금리 인하로 채권 가격이 상승하면 채권을 매도해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다.
투자자들은 때가 왔다고 입을 모은다.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앞둔 시기인 만큼 예상 가능한 수익을 낼 기회가 왔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채권 투자 열풍이 불었다.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이 멈춘 지난해 초 이후 채권 투자에 대한 개인의 관심이 서서히 높아지더니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종료된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는 채권형 펀드를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빨라졌다.
금투협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개인투자자의 장외시장 채권 순매수 금액은 26조5171억원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3조7882억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연간 약 45조원 규모가 예상된다. 역대 최대인 지난해 순매수 금액(37조5620억원)을 크게 웃도는 액수다.
한 투자자는 “금인 인하 기대감이 현실화하고 있다. 연초부터 꾸준히 채권 투자를 해 왔는데, 주변에서는 지금이라도 막차 타야 하는 거 아니냐며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기, 개인 투자자들은 어디에 돈을 넣었을까. 한 자산운용사 PB는 “금리 방향성을 하락으로 보고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찾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3개월간 자금 유입이 많았던 ETF 상위에 미 장기채 상품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30년국채프리미엄액티브(H)’의 경우 3개월 동안 3752억원이 유입됐다. 특히 지난달 19일부터 파월 의장 발언이 나온 잭슨홀 미팅 직전인 23일까지 개인 투자자가 20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은 잭슨홀 미팅 후인 26~27일에도 206억원어치를 추가로 사들였다. 기간 수익률은 8.56%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30년국채+12%프리미엄(합성H)’은 최근 3개월 2591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 기간 수익률은 8.16%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도 적극적으로 사 모았다. 3개월간 251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고, 이 기간 수익률은 9.98%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경제지표 발표에 따라 인하 폭을 둘러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연말까지 미국채 10년물 금리 하단이 3.5%까지 떨어질 것으로 본다. 지난달 30일 기준 미 국채 10년물은 3.909%인데 0.4% 포인트 넘게 금리가 내릴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이다.
한 채권 전문가는 “미국채는 대표적 글로벌 안전자산 중 하나다.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투자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자산”이라며 “금리 인하 기대를 이미 일정 부분 반영하고 있긴 하지만 반영 폭을 넘어선 하락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박원순 1100억 쓴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철거’…이유는
- 아내 흉기로 찌르고 47층서 투신… 어린 자녀들 있었다
- 푸바오 건강이상설에 “가임신 상태… 식욕 감퇴·수면 증가”
- 필리핀에도 태풍 상륙… 최소 10명 사망에 항공편 마비
- 8개월째 쪼그라든 ‘가계 여윳돈’… “물가 오르고 빚만 늘어”
- 카카오뱅크 너마저… ‘유주택자 주택대출’ 전면 금지
- “초등학교 선생님 안할래”…지난해 667명 교대 중도탈락
- “집 보내도 돌아와”…주인 숨진 병원 8년째 사는 반려견
- 송혜희 아빠 사망 전날도…“현수막 만들 돈 없어 걱정”
- ‘작년 신인왕’ 유해란, 연장서 고진영 꺾고 시즌 첫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