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패럴림픽에서 은메달 따낸 배드민턴 최정만
장애인 배드민턴 최정만(45·대구도시개발공사)이 첫 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정만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배드민턴 남자 단식(스포츠 등급 WH1) 결승에서 취쯔모(중국)에게 세트스코어 0-2(3-21, 7-21)로 져 은메달을 획득했다.
최정만은 1세트 초반 상대 코트 구석을 공략하려 애썼지만, 셔틀콕은 번번이 라인 밖으로 벗어났다. 반면 취쯔모는 셔틀콕을 코트 뒤로 집요하게 보내 빈틈을 찾은 뒤 네트 앞 공간을 노렸다. 최정만은 1세트에서 단 3득점에 그쳤다.
2세트도 취쯔모가 주도했다. 최정만은 이렇다 할 추격을 하지 못하고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2020 도쿄 패럴림픽 2관왕 취쯔모는 2연패를 달성했다.
최정만은 어린 시절 운동선수를 꿈꿨다. 그러나 여의찮은 상황 때문에 전문적으로 운동을 배우진 못했다. 그의 인생은 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6년에 뒤바뀌었다. 교통사고로 쓰러졌고, 흉추 8번이 골절돼 하지마비 장애인이 됐다.
최정만은 결승 결과에 대해 "승부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어려운 상황이 올 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줘 고마운 마음이 정말 크다"고 했다. 이어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정만의 성과는 작지 않다. 장애인 배드민턴은 도쿄 패럴림픽 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으며 한국은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다. 최정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 도쿄 대회 때 출전하지 못했지만, 파리에서 처음 출전해 입상까지 하게 돼 정말 기쁘다. 이 사실이 내게는 그 무엇보다 값지다"고 했다.
최정만은 재활 과정에서 어린 시절 포기했던 운동선수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 배드민턴 라켓을 잡은 최정만은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그리고 마침내 패럴림픽에서 메달까지 거머쥐었다. 경기 뒤 최정만은 "결승에 오르는 게 내 목표였다. 내 나름 목표를 이뤘지만, 나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을 모두 보여주지 못해 아쉬운 점은 있다"고 했다.
최정만은 "성적을 떠나 패럴림픽은 참 꿈 같은 무대이지 않은가.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떠나 운동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 무대에 서고, 입상하고 싶은 꿈이 있기 마련이다. 꿈 같은 무대에 출전해 입상까지 했다. 아주 잠시일 수 있지만, 이 기분을 즐기고 싶다"고 웃었다.
파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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