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옷인지 묻지 마라… 패션업계 ‘빅블러’ 열풍

박성영 2024. 9. 3.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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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서 성별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하고 있다.

오버핏이나 슬림핏 등 자연스러운 스타일링이 중요해지면서 남녀 모두를 고려한 디자인이 늘어나는 것이다.

패션업계에선 소비 대상과 품목의 경계를 없애는 방식의 빅블러 현상도 보인다.

패션업체가 최근 수익 증대를 위해 성별 경계를 허물면서 빅블러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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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핏 등 성별 무관 디자인 늘어
같은 옷 모두에게 팔아 수익 증대


패션에서 성별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하고 있다. 오버핏이나 슬림핏 등 자연스러운 스타일링이 중요해지면서 남녀 모두를 고려한 디자인이 늘어나는 것이다.

LF가 2019년 론칭한 브랜드 던스트(DUNST)는 5년 만에 연 매출 400억원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개성이 강한 2030을 겨냥해 펼친 ‘젠더리스’ 전략이 유효했다. 던스트의 가장 큰 특징은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XS, S, L, XL 등 사이즈로만 옷을 구분했다는 점이다.

LF의 패션 브랜드 헤지스의 캐주얼라인 ‘히스헤지스’(HISHAZZYS)는 주로 남성들이 선호했으나, 최근 들어 여성 소비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지난해 히스헤지스 여성 구매 건수는 2022년 대비 175% 증가했다. 여성 소비자 유치를 목적으로 국내에 들여온 수입브랜드들도 남녀 복합 브랜드로 변모하고 있다. LF가 수입 판매하는 프랑스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 ‘이자벨마랑’은 기존 매장을 남녀 복합 매장으로 리뉴얼하는 중이다. 23개 매장 중 복합 매장이 올해 기준 14개로 확대됐다. 남성 소비자 매출 비중도 기존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까지 높아졌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브랜드 ‘디 애퍼처’(The Aperture)는 가을 컬렉션에 유니섹스(남녀 겸용) 라인을 확대했다. 여성복 브랜드임에도 남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은 재킷의 사이즈를 다양화해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다.

빈폴액세서리는 최근 레인부츠와 양산 등으로 구성된 ‘애니웨어’ 시리즈를 발매했다. 블랙, 카키, 베이지 등 남녀 모두 무난하게 착용할 수 있는 컬러로 배치했다.

백화점업계 역시 성별에 따른 층별 매장 구분보단 남성과 여성 라인을 한곳에 선보이는 복합 매장을 늘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말 남성패션팀과 여성패션팀을 없애고 트렌디팀과 클래시팀을 신설했다.

패션업계에선 소비 대상과 품목의 경계를 없애는 방식의 빅블러 현상도 보인다. ‘토탈브랜드’로의 진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스니커즈에 이어 토탈 스포츠웨어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는 ‘리복’, 언더웨어 라인을 신규 론칭한 한섬 남성복 브랜드 ‘타임 옴므’ 등이 대표적이다.

패션업체가 최근 수익 증대를 위해 성별 경계를 허물면서 빅블러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남성복을 여성에게 팔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는 것은 고객층이 늘어난다는 뜻”이라며 “기업 입장에선 젠더리스 트렌드를 앞세워 자연스럽게 매출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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