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명 쓰고 경쟁사로 이직… 반도체 기술 유출 막을 법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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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도체 업계가 호황을 맞으면서 채용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동종 업계 이직이 확인되면 퇴사자가 내부에서 다뤘던 정보의 종류나 근무 기간 등을 판단해 소송 여부를 결정하지만,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경업 금지 위반인 것을 알면서도 서로가 경쟁적으로 인재를 데려오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서약서 작성은 형식적으로 처리하는 절차 중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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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도체 업계가 호황을 맞으면서 채용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동시에 기업 간 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통상 반도체 회사에 입사하면 경업(영업상 경쟁 관계 업종에서 일하는 것) 금지 서약서를 제출하지만 서약서의 법적 효력이 미미해 실효성은 떨어진다. 소송으로 가더라도 법원에서 기술 유출 여부를 가리는 데만 수년이 걸려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입사 후 경업 금지 서약서를 작성한다. 퇴사 후 약 2년 동안 동종 업계로 이직하지 못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재직 중에도 주기적으로 서약서를 작성한다. 서약서는 업계 트렌드에 맞춰 내용을 추가하는 등 매년 업데이트한다.
그러나 근로자가 퇴사 후 서약을 어기고 동종 업계로 이직하더라도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 이직처는 근로자의 개인정보에 해당해 퇴사자가 관련 내용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기업은 퇴사자와 관련해 업계에 소문이 돌면 차후에 내·외부적으로 크로스체크를 진행하는 정도다. 동종 업계 이직이 확인되면 퇴사자가 내부에서 다뤘던 정보의 종류나 근무 기간 등을 판단해 소송 여부를 결정하지만,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업계 관계자는 “입사 후 작성하는 서약서는 법적 효력보다는 개인이 한 번 더 주의를 기울이라는 내적 의무에 더 가깝다”고 설명했다.
소송까지 가더라도 기업이 승소하기는 어렵다. 법원이 인정하는 전직 금지 기간은 통상 퇴직 후 1~2년이다. 근로자가 경업 금지 약정을 어기고 이직했을 때 기업이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최소 20%에서 최대 70%까지 감액된다. 경업 금지 약정 자체를 무효로 보는 경우도 많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0년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 선택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 경업 금지 약정이 무효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피하고자 이직자들이 대내외에서 가명을 쓰거나 영어 이름을 쓰는 꼼수도 생겼다. 전화번호까지 새로 만들어 본인에 대한 추적이나 소문을 피한다. 경업 금지 기간이 지나고서야 팀원들에게 실명을 공개하고 회식에 참석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경업 금지 위반인 것을 알면서도 서로가 경쟁적으로 인재를 데려오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서약서 작성은 형식적으로 처리하는 절차 중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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