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이상은 중국산… 에스컬레이터 ‘脫中’ 속도

황민혁 2024. 9. 3.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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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에스컬레이터가 한국 시장을 휩쓸면서 잦은 사고, 유지·보수 불량 등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중소 에스컬레이터 업체로선 저렴한 중국산 부품을 사다 조립해 파는 게 직접 완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2일 현재 서울교통공사가 설치한 1854대의 에스컬레이터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약 2700대 모두 국내 중소기업이 주문자위탁생산 방식으로 중국산 부품을 받아 조립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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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서 주문·中이 제조… 국내 생태계 붕괴
역주행 등 잇단 사고… 유지·보수도 문제
현대엘리베이터, 협력사와 국산화 시동
게티이미지뱅크


중국산 에스컬레이터가 한국 시장을 휩쓸면서 잦은 사고, 유지·보수 불량 등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중소 에스컬레이터 업체로선 저렴한 중국산 부품을 사다 조립해 파는 게 직접 완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그 결과 국내 에스컬레이터 생태계는 중국이 장악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국산 생태계 구축 필요성과 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더해지면서 현대엘리베이터가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설치된 모든 에스컬레이터는 사실상 중국산이다. 에스컬레이터를 구성하는 약 80~100개의 부품 중 90% 이상을 중국에서 가져오기 때문이다. 2일 현재 서울교통공사가 설치한 1854대의 에스컬레이터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약 2700대 모두 국내 중소기업이 주문자위탁생산 방식으로 중국산 부품을 받아 조립한 제품이다. 중국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국내 업체들이 에스컬레이터 직접 생산 사업에 손을 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스컬레이터 제조 및 설계 기반이 중국에 종속되면서 국내 생태계가 붕괴됐다”고 말했다.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중국산 에스컬레이터의 품질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대두됐다. 지난해 수내역에서는 기기 내 연결부위가 마모되고 보조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했고, 2019년 서울대입구역에서는 체인이 끊어지며 사고가 났다. 2012~2018년 야탑역, 종로3가역, 안산역, 대전역 등에서 같은 사고가 반복됐다. 2007~2023년 승강기 종류별 사고 및 중대 고장 건수 누계를 보면 에스컬레이터가 517건으로 무빙워크(332), 승객용(176), 소방구조용(112) 등 다른 승강기보다 많았다.


사후관리도 어렵다. 유지·보수를 위해 간단한 부품 교체를 하려고 해도 중국에서 수입하는 데 최소 2주가 걸린다. 부품을 받을 때까지 에스컬레이터 운행을 중단해야만 한다. 교체 시기가 돼 부품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더니 단종된 사례도 적지 않다.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준기간시설의 안전성과 신뢰성이 위태롭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국산 생태계 구축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달 말 경남 거창군에서 에스컬레이터 생산법인 ‘케이에스컬레이터’ 출범식을 연다. 이 회사는 완제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에 에스컬레이터 핵심 부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은 지난해 기술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인 좋은엘리베이터의 핸드레일 국산화를 돕기도 했다.

국내 에스컬레이터 시장은 신규 대형 할인매장 증가와 수도권 광역 전철망 구축, 지방 지하철(부산·광주·대구·대전) 및 기존 서울지하철 환승 구간 증·개축 등으로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케이에스컬레이터는 가격 측면으론 중국산에 밀리지만 품질로 대결하면 승산이 있다는 구상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 30년 이상 된 에스컬레이터가 많아 교체 수요가 충분하다”며 “관공서 등을 중심으로 장기적 운영을 고려해 믿을 만한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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