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돈의 값, 집의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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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는 돈의 값이다.
빌려준 돈이나 금융기관에 맡긴 돈의 '시간'에 붙는 값어치다.
금리는 돈에 매기는 값인 동시에 부동산, 금, 주식 등 다른 자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표이기도 하다.
여전히 금리는 높고 내수 경기가 좋지 않은데 수도권, 특히 서울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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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는 돈의 값이다. 빌려준 돈이나 금융기관에 맡긴 돈의 ‘시간’에 붙는 값어치다. 금융시장이 뼈대를 갖추기 전에는 노동력, 기술만큼이나 돈(자본)이 귀했다. 골고루, 그리고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았기에 돈의 값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중앙은행이 세워지고 금융시장 체계가 잡히면서 금리는 안정됐다. 단기금리가 널을 뛰는 시대는 저물게 됐다.
금리는 돈에 매기는 값인 동시에 부동산, 금, 주식 등 다른 자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표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에서 금리는 부동산과 동전의 양면 같은 존재다. 대부분 대출을 끼고 집을 사야 하니 금리가 오르면 매수세는 잦아드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색다른 흐름이 나타났다. 여전히 금리는 높고 내수 경기가 좋지 않은데 수도권, 특히 서울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한국은행도 조만간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는 기대심리가 바닥에 깔린 것이다. 다만 이 흐름에는 또 다른 거대한 소용돌이가 자리한다.
한국 사회에서 집은 독특한 지위를 누린다. 좁은 땅덩이 위에서 높은 인구밀도를 이룬 탓에 토지의 공급이 빠듯하다 못해 제한적이다. 수요가 집중하는 도시 지역에서 집은 희소 자산이다. 언제든지 주택시장이 들썩일 수 있는 기본적이고 잠재적인 요건은 이것이다. 여기에 ‘교육열’이 불을 지핀다. 고착화한 대학 서열과 사교육 시장은 교육열을 ‘괴물’로 키웠다. 좋은 학원으로 대표되는 교육환경을 갖춘 수도권, 서울대·연세대·고려대 같은 상위권 대학에 많이 진학하는 수도권으로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작은 충격에도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들썩이게 마련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7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은 공동 심포지엄’의 폐회사에서 “수도권 부동산, 특히 강남 부동산에 대한 초과 수요가 상시 잠재해 있다. 그 수요의 근저에는 입시경쟁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뜨겁다 못해 끓어 넘치는 교육열의 기저에 똬리를 틀고 있는 건 불안감이다. 자녀세대가 나보다 못한 삶을 살까 봐, 내가 쌓아놓은 기득권·부를 대물림할 수 없을까 봐, 지금이라도 사다리에 올라야 하는데 때를 놓칠까 봐…. 이 때문에 늘 한국 경제는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을 짊어지고 있다. 집값이 돈의 값과 엮이고, 부동산 가격이 가계부채와 얽히는 것이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불안이라는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면 부동산과 금리 정책은 정교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시장에 공급 확대의 신뢰를 주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대출 규제를 풀면서 안정화하던 시장을 자극했다. 올해 7~8월에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역대 최고가 대비 평균 90%까지 올랐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의 39%는 MZ세대 영끌족이 차지한다는 점, 서울 강남의 대체재라고 할 수 있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으로 쏠리는 점은 불안 심리가 도도하게 흐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내수를 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리라는 압박은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문제를 더 나쁘게 만들 수 있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이미 세계 최상위권 수준이고, 이대로 두면 금융위기를 유발할 수 있다.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가격 격차는 사회적 갈등, 지방 소멸, 저출생으로 확산하는 중이다. 부동산 정책은 하반기 우리 경제가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이미 미국은 기준금리 인하 신호를 강하게 보내고 있다. 그래서 더욱더 길고 넓게 봐야 한다. 가계부채 조정은 내수 활성화나 역동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김찬희 편집국 부국장 c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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