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난데없는 야당의 ‘계엄 음모론’, 저의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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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계엄설’, 대통령실 “대표직 걸고 말하라”
탄핵 추진 명분 쌓기에 국민 무시, 국격 훼손 논란
더불어민주당의 ‘계엄 의혹’ 제기가 도를 한참 넘어섰다. 이재명 대표는 그제 여야 대표회담 때 “최근 계엄 얘기가 자꾸 이야기된다”면서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안을 보면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얘기도 있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가 변란을 획책한다는 음모론을 강하게 제기한 것이다. 이 대표의 측근인 천준호 전략기획위원장도 “윤석열 정권에서도 (계엄령) 기획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근거는 내놓지 않았다.
김민석·김병주 최고위원, 양문석 의원 등이 앞다퉈 불지핀 의혹에 이 대표까지 가세하자 대통령실은 “비상식적인 거짓 정치 공세”라고 일축한 데 이어 어제는 “당 대표직을 걸고 말하라”고 이 대표에게 요구했다. 여당도 “가짜뉴스 선동”이라며 맹반격했다. 한동훈 대표는 “근거를 제시하라. 사실이 아니라면 국기 문란에 해당한다”고 맞받았다. 민생 논의에도 부족할 시간이 음모론 공방에 소진되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 후보자(김용현)와 국군방첩사령관(옛 기무사령관, 여인형)에 충암고 선·후배를 기용한 게 탄핵 및 계엄 준비용이 아니냐고 몰아붙인다. ‘박근혜 정부 때도 검토하지 않았느냐’며 ‘기무사 계엄령 문건 사건’도 끌어들였다. 그러나 기무사 문건 사건은 문재인 정부에서 검사 37명이 104일간 200명 넘게 조사하고, 9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도 증거 하나 찾지 못해 실체가 없다고 판명난 일이다. 대통령의 충암고 학연 인사를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계엄 대비용 아니냐고 우긴다면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로 볼 수는 없다. 어제 김용현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수방사령관·특전사령관·방첩사령관을 한남동 공관으로 불렀나, 계엄 얘기는 안 했나” 등의 의혹 제기가 잇따랐다.
계엄령은 아무 때나 발동할 수도 없고(헌법 77조), 국회의원 과반이 요구하면 해제해야 한다. 국회의원 역시 마음대로 구금할 수 없다는 걸 이 대표 자신이 훤히 알 텐데, 이런 허황된 얘기를 퍼뜨리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특히 계엄령 운운은 국민의 의식 수준이나 군의 정치적 중립 의지,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바라보는 나라의 국제적 위상 등을 모두 욕보이는 언행일 뿐이다. 이러니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1심 판결에 대비한 지지층 결집이나 정권 탄핵 추진의 명분을 쌓으려는 술수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어제 22대 국회가 임기 시작 95일 만에 ‘최장 지각’ 개원식을 열었다. 여야의 장기 대치 탓이다. 윤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도 매우 유감스럽지만, 야당도 무분별한 공포 마케팅을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처럼 첫발을 뗀 여야 대표회담 후속 조치에도 찬물을 끼얹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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