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팍팍해지는 가계 주머니, 더 커지는 내수 부진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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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늘어난 이자로 가구 흑자 2년 내내 감소
과도한 경기 낙관 대신 소비 확대 구조 만들어야
“벌어도 남는 게 없다”는 말이 딱이다. 가계의 여윳돈이 2년 내내 줄어들었다. 뛰는 물가와 늘어난 빚 부담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 흑자액(전국·1인 이상·실질)은 월평균 100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1.7% 줄었다. 간신히 100만원대 턱걸이를 했다. 가구 흑자액은 소득에서 이자와 세금 등 비소비지출과 의식주 등에 쓰는 소비지출을 뺀 여윳돈이다. 저축이나 자산 구입 혹은 투자, 부채 상환 등에 쓸 수 있는 돈이다. 이 돈이 줄어든다는 건 가계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자산을 늘리거나 빚 부담을 줄이기가 더 힘들어진다는 의미다.
더 걱정스러운 건 가계 경제의 체력이 계속 떨어지는 것이다. 2022년 3분기부터 8개 분기 연속 가구 흑자액이 줄면서, 2006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장 기간 감소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가구 흑자액 감소는 물가가 뛰며 실질소득이 쪼그라든 영향이다. 게다가 이자비용은 2022년 3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가계의 여윳돈을 갉아먹었다.
가계의 지갑이 얇아지고 여윳돈이 줄면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다. 가계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 내수 부진과 경기 둔화로 이어진다. 실제로 상품과 외식 소비 등을 포함해 실질 소비 흐름을 보여주는 음식점을 포함한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 7월(101.9) 1년 전보다 2.3% 줄었다. 역대 최장 기간인 16개월째 감소세다. 경기 지표도 우울하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지난 7월 98.4로 전달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100 아래면 경기가 추세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통령과 정부의 경기 인식은 낙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 동향에서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이 보인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에서 “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도약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진단과 판단에는 반도체가 주도하는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듯하지만, 문제는 수출이 주도하는 온기가 내수로 이어지지 않는 데 있다.
지표로 드러난 경제 상황보다 민생은 더 팍팍하고 힘들다. 체리 피킹식 지표 골라먹기에 따른 과도한 낙관론은 적절한 정책 대응을 막을 수 있다.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는 현 정부 입장에서 대대적인 내수 부양책은 어려운 만큼 경제의 활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냉정한 현실 진단을 바탕으로 한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 기업 투자를 확대하고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로 소득을 높이며 소비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야당을 설득해 경제 살리기 법안 처리를 서두르는 한편, 산업구조와 규제 개혁에도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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