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천 호텔 화재, 피해 반복되지 않으려면

2024. 9. 3.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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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기도 부천 호텔 화재 사건을 돌아보면 우리 사회가 화재 예방에 여전히 많은 허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화재의 초기 진압에서 스프링클러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여러 화재 사건에서 스프링클러가 제때 작동해 더 큰 피해를 막은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일본은 층수, 면적 등을 고려해 고위험 시설로 분류된 숙박시설에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법 개정 전 지어진 건물에도 소급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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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 교수


이번 경기도 부천 호텔 화재 사건을 돌아보면 우리 사회가 화재 예방에 여전히 많은 허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방화문은 훤히 열려 있었고, 스프링클러 설비는 전혀 설치되지 않았다. 실내 에어컨에서 전기불꽃 등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전기불꽃을 차단하는 장치는 없었다. 공기 안전매트가 뒤집혀 2명이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발생했다.

객실 출입문과 계단 방화문을 닫아두면 화재 확산을 지연시켜 호텔 내 투숙객과 직원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평상시 방화문을 닫아놓는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안전수칙이다. 그런데 방화문을 닫아두는 것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좀 더 편하자는 이유로 안전의 기본이 무시됐다. 비용을 들여 설치한 시설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특히 2018년 이전에 지어진 10층 이하 소규모 숙박시설에서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다는 점도 큰 문제다. 이러한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불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인명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화재의 초기 진압에서 스프링클러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여러 화재 사건에서 스프링클러가 제때 작동해 더 큰 피해를 막은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2018년 이전에 지어진 저층 호텔과 같은 소규모 숙박시설에는 법을 소급 적용하지 않아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일본은 층수, 면적 등을 고려해 고위험 시설로 분류된 숙박시설에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법 개정 전 지어진 건물에도 소급 적용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숙박업주들이 자발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현재 법적 의무가 없는 상황에서 업주들이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스프링클러 설치를 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부가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업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둘째, 오래된 건물에도 비교적 간단히 설치할 수 있는 간이 스프링클러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간이 스프링클러는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경제사정이 열악한 소규모 숙박시설에 적합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프링클러 설치 외에도 전기적 원인에 의한 화재를 방지하기 위한 아크차단기의 설치 의무화를 검토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호텔과 같은 숙박시설에 아크차단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아크차단기를 설치했을 때와 설치하지 않았을 때의 전기화재 발생 건수를 비교한 미국 통계에 따르면 아크차단기를 설치했을 때 65% 이상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은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문제다. 업주와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노력해 화재로부터 국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정부와 사회가 함께 추구해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가치다. 화재 예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 업주,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업주가 아무리 노력해도 정작 국민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안전은 만일을 위해 보험을 드는 것과 같이 비용을 들여야 하고, 불편을 기꺼이 감수할 때 비로소 지켜지는 것이다. 화재 예방을 위한 투자는 업주 입장에서는 나의 영업장을 지키는 것이고, 국민 입장에서는 내 목숨을 지키는 것이다. 돈보다 목숨이 중요하지 않은가.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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