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현의 별과 우주] ‘스펙의 끝판왕’ 조니 킴, 우주인 등극 땐 한국계 두번째 영예
한국 국적은 이소연 박사가 유일
조니 킴, 軍 경험·수학·의학 탁월
효율적 우주비행 위한 매력적 후보
지난달 28일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2025년 3월에 국제우주정거장에서 활동할 우주비행사들의 명단을 발표했다. 러시아 우주비행사 세리게이 리지코프와 알렉세이 주브리츠키와 함께 한국계 미국인 조니 킴도 이 명단에 포함됐다. 이들은 러시아의 MS-27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으로 갈 예정이다. 8개월 정도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무르면서 주어진 과학적 임무를 수행하고 기술적인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조니 킴은 해군에 복무하면서 중동에서 벌어진 전투에 참전하기도 했다. 해군에 복무하는 동안 수학 학사학위와 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실제로 병원 현장에서 의사로 근무를 하기도 했다. 조니 킴은 2017년 나사의 우주비행사로 선발됐다. 달로 가는 유인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우주비행사 후보로 뽑히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최종 선발되지는 못했다.
조니 킴의 화려한 학력과 이력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사실 우주비행사들의 이력을 보면 화려한 경우가 많다. 우주비행사들은 제한된 공간에서 제한된 인원이 모든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달로 가는 우주선을 마냥 편하고 크게 만들어 우주비행사를 기능별로 여러 명 배치하기가 힘들다. 우주선이 커지고 우주비행사의 수가 늘면 그만큼 기술적으로 복잡해지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인원이 우주비행과 임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한 사람의 우주비행사가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만 한다. 예를 들면 수학적인 계산을 하면서 기계를 고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더 유용한 것이다. 유사시에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의사나 간호사 출신이라면 매력적인 우주비행사가 될 것이다. 조니 킴의 경우 수학적 능력과 함께 의사 자격증을 갖추고 있으니 여러 가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매력적인 우주비행사인 셈이다. 이에 덧붙여 실전 경험이 있는 군인 출신이어서 위기 대처 능력까지 갖췄으니 더할 나위가 없는 경우일 것이다.
비교적 짧은 여행인 달로의 유인 우주비행(아폴로 우주선의 경우 달까지 가는 데 3일 정도 걸렸다) 이후 화성으로의 유인 탐사가 시작된다면 여러 능력을 겸비한 우주비행사가 더욱 필요하게 된다. 화성까지 가는 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은 6~9개월 정도 된다. 이런 긴 시간 동안 6명 정도의 우주비행사들이 모든 일을 고립된 우주선 속에서 스스로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조니 킴은 매력적인 우주비행사 후보라고 하겠다.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몇 개의 영역에서 전문적인 이력을 먼저 쌓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년 3월에 조니 킴이 동료들과 함께 머무르게 될 국제우주정거장은 지구 표면으로부터 400㎞ 정도 떨어진 우주공간에 설치돼 있다. 하루에 지구를 16바퀴 정도 돌고 있다. 이곳에는 우주비행사들이나 과학자들이 상주하면서 다양한 과학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조니 킴이 우주비행에 성공해서 국제우주정거장으로 가게 된다면 우주인으로 등극하게 된다. 우주인이란 우주공간으로 진출한 인간을 말한다. 하늘과 우주공간의 경계는 보통 카르만 라인이라고 불리는 지구 표면으로부터 100㎞ 상공을 경계점으로 삼는다. 이 경계선 위쪽을 우주공간이라고 하고 그 아래를 하늘이라고 한다. 지구 표면에서 100㎞ 이상 올라갔다 오면 우주공간을 다녀온 우주인이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50마일 (약 80㎞) 이상 올라가면 우주공간으로 간주한다.
2021년 7월은 민간의 상업적인 우주여행이 시작된 원년으로 기억될 것이다.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창설한 기업 버진 갤럭틱에서 만든 민간 우주선이 민간인들을 태우고 우주공간으로 향했다. 브랜슨 회장도 탑승한 우주선은 80㎞를 넘어 우주공간으로 진입한 후 다시 지구로 돌아왔다. 며칠 후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 회장이 직접 탑승한 블루 오리진의 우주선도 지구 표면으로부터 100㎞ 넘는 우주공간으로 여행을 한 후 지구로 돌아왔다. 누가 진짜 우주공간에 갔다 왔는지에 대한 작은 논란이 있었지만 미국 소유의 우주선인만큼 관행상 미국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버진 갤럭틱의 우주선이 최초 민간의 상업적인 우주비행 기록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이런 사건들을 계기로 우주공간의 정의를 단일하게 표준화할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카르만 라인인 100㎞를 우주공간의 시작으로 표준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문 위키피디아에서 정리한 바에 따르면 우주공간으로 진출했던 우주인의 수는 현재 시점에서 658명으로 추산된다. 이소연 박사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유일한 우주인이다. 조니 킴이 우주인에 등극한다면 두 명의 한국계 우주인이 생기게 된다. 우주인 1호는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차지했다. 그 뒤를 미국의 앨런 셰퍼드가 잇고 있다.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남긴 미국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은 26번째 우주인으로 기록됐다. 이 박사는 최초의 한국인 우주인이자 우주인 목록 475번을 차지하고 있다. 베이조스 회장도 우주인 목록 571번에 그 이름을 올렸다. 전통적으로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우주비행사들이 우주비행을 한 후 우주인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제는 베이조스 회장처럼 민간의 상업적인 우주여행을 다녀온 후 우주인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재미있는 것은 이 목록에는 80㎞ 상공을 다녀온 버진 갤럭틱의 탑승자들은 실려 있지 않다. 이들은 별도의 목록에 기록하고 있다. 민간의 상업적인 우주여행으로 우주인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일반인들 수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조니 킴도 내년 우주비행을 무사히 마치고 우주인 목록에 이름을 올렸으면 한다.
이명현 과학콘텐츠그룹 갈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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